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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국립극단의 유튜브 활용법 [No.228]

글 |이솔희 사진 |국립극단 2023-10-18 1,220

배우들이 관객과 눈을 맞추며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를 읊어주고, 유행하는 밈에 맞춰 능청스럽게 연기를 펼친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연극의 매력을 전하는 국립극단의 유튜브 콘텐츠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국립극단 온라인 마케팅 담당자 조영채, 최우영 주임이 국립극단의 유튜브 채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위해 

 

국립극단의 유튜브 콘텐츠는 크게 세 파트로 나뉜다. 각 작품의 담당 마케터가 영상의 기획부터 제작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맡는 공연 홍보 영상,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온라인 마케팅 담당자가 직접 기획하는 극단 홍보 영상, 그리고 국립극단의 서포터즈 ‘극단적 낭만인’이 제작하는 영상이다. 


각 파트별로 살펴보면, 공연 홍보 영상의 경우 영상마다 별도의 담당자를 두는 이유는 작품에 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영상을 기획하는 것이 공연 홍보 측면에서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촬영 및 편집은 영상 제작 전문 업체에서 맡는 경우가 많은데, 각 영상의 콘셉트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업체를 찾는 것도 담당자의 몫이다. 공연 담당 마케터가 기획한 영상 중 대표작은 ‘대사 좀 맞춰줄래?’다. 이 영상은 2019년 연극 <나는 살인자입니다> 홍보 마케팅의 일환으로 시작된 시리즈로, 배우가 공연의 한 장면을 연기하면 시청자가 상대 배우가 되어 대사를 맞춰볼 수 있는 콘셉트다. <나는 살인자입니다>의 이봉련 배우가 출연한 영상은 2019년 업로드 이후 최근까지도 꾸준히 사랑받으며 조회 수 31만 회를 기록했다. 해당 영상의 인기에 힘입어 ‘대사 좀 맞춰줄래?’는 작품별로 꾸준히 제작되어 국립극단 유튜브 채널을 대표하는 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배우의 연기를 새로운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배우와 마주 보며 대사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 ‘대사 좀 맞춰줄래?’ 시리즈의 인기 비결이다.


온라인 마케팅 담당자가 직접 기획한 영상 중 최근 눈길을 끈 것은 ‘공연 준비 ASMR’이다. 무대 제작, 의상 관리, 티켓 수령, 객석 입장 등 공연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소리를 모아 만든 영상이다. 공연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백색 소음을 영상으로 담아보자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한 편의 공연이 관객을 만나기까지’라는 주제로 스토리라인을 짠 뒤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섬세하게 담아낸 후, 속도감 있는 편집을 더해 ASMR 영상을 완성했다. 이외에도 배우를 꿈꿨으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한 관객에게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직업도 나이도 성별도 다른 아홉 명의 관객이 무대에 올라 <햄릿>의 햄릿,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정영, <소년이 그랬다>의 민재 등 국립극단 작품 속 인물을 연기했다. 국립극단은 잠시나마 꿈을 이룬 이들의 배우 도전기를 영상에 담아내 구독자의 호응을 얻었다.


극단적 낭만인 제작 콘텐츠의 경우 극단 내부에서는 생각하지 못한 학생 서포터즈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색다른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청소년극 <발가락 육상천재>의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직접 포스터를 그리고, 연극 <붉은 낙엽>의 세 식구가 최근 젊은 층에서 유행 중인 ‘폴꾸(폴라로이드 사진 꾸미기)’를 하며 공연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대중에게 익숙한 형식의 영상이 극단적 낭만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전화위복의 기회 

 

국립극단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현재 약 2만 3천 명이다. 2010년부터 꾸준히 채널을 운영 중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로 인해 공연계가 멈췄던 2020~2021년에 가장 높은 구독자 증가율을 보였다.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5천 명대에 머물렀던 구독자가 팬데믹 기간 동안 4배 이상 뛰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취소된 작품의 콘텐츠를 다수 제작해 관객의 아쉬움을 달랜 덕분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은 국립극단의 창단 70주년이었다. 국립극단은 당시 ‘여기 연극이 있습니다’를 표어로 내세우고 여러 공연을 준비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공연이 물거품이 됐다. 그래서 “무대는 잠시 멈췄어도 연극은 여전히 이곳에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유튜브 채널 활성화의 계기가 됐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만선> <영지> 등 국립극단 대표작의 한 장면을 배우가 읽어주는 ‘짧은 연극 낭독회’, 44명의 연극인에게 연극의 의미에 대해 질문한 ‘여기 연극인이 있습니다’ 등의 특집 콘텐츠가 이 시기에 제작됐다. 국립극단이 여타 공연 제작사에 비해 영상 제작에 적극적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창작극을 제작하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연 관련 영상을 제작할 때 작품에 얽힌 저작권을 해결하는 것이 난관인데, 국립극단은 창작극을 제작하기 때문에 저작권 사용에 관한 협의가 비교적 수월하다는 것이 극단 측의 설명이다.

 

 

 

 

관객에게 한 발 더 가까이 

 

국립극단은 공연 하이라이트 영상, 배우 인터뷰 영상 등 일반적인 공연 홍보 영상의 틀을 쫓아가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시청자에게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형식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영상 기획 시 되도록이면 동종 업계에서 레퍼런스를 찾지 않는다. 공연계 외의 재미있는 영상을 발견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국립극단의 영상에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연극이 낯선 유튜브 시청자의 알고리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어서다. 그래서 국립극단의 영상 콘텐츠는 보통의 공연 홍보 영상에 비해 독특한 형식과 주제, 세련된 영상미가 돋보인다. “‘내 알고리즘에 국립극단 영상이 왜 떴지?’가 아니라 ‘국립극단의 영상이 예상외로 재미있구나’라는 인식을 주고 싶다.”라는 게 국립극단 측의 설명이다.


실무자의 직무 자율성이 높다는 점도 국립극단이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온라인 마케팅 담당자 대부분이 20대 후반인데, 이들의 젊은 감각이 담긴 영상이 연극을 낯설어하는 20~30대 유튜브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국립극단이 다채로운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 목표는 ‘연극은 어려운 장르’라는 편견을 깨는 것이다. “대중에게 연극은 여전히 낯선 장르지만, 유튜브는 익숙한 플랫폼이다. 이처럼 익숙한 플랫폼을 발판으로 삼아 낯선 장르의 재미를 알려주고 싶다. 대중과 연극 사이의 매개체가 되는 것이 국립극단 유튜브 채널의 목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8호 2023년 9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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