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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LYRICS' BACKSTAGE] <시카고> 'Cell Block Tango' 가사 탐구 [No.176]

글·번역 | 배경희 번역 감수 | 여지현(뉴욕 통신원) 2018-05-30 21,881
감옥에 갇힌 그녀들이 무죄를  항변하며 부르는 교도소 독방 탱고.


 
ABOUT THE SONG
남성 캐릭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여성 캐릭터는 보통 이러한 편견에 부딪친다. 여자는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 없다는 편견 말이다. 가령 부정을 저지른 상대를 무참히 처단하는 여자 주인공을 본 적 있는가? 하지만 오래전 이런 편견을 거침없이 비웃은 브로드웨이 최고 히트작이 있었으니, 이미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시카고>가 그것이다. <시카고>의 주인공은 남편을 죽인 여자도 아닌, 무려 남편을 죽인 ‘여자들’. 작품의 대표곡 중 하나인 ‘Cell Block Tango’는 남편을 죽여 감옥에 갇힌 여자들이 부르는 노래로, ‘펑’, ‘여섯’, ‘푹’, ‘어-어?’, ‘시세로’, ‘립시츠’처럼 알쏭달쏭한 단어들로 시작된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우리는 이 단어들이 그녀들이 저지른 살인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그녀들의 남편이 죽은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자업자득! 날 속이고, 학대하고, 괴롭힌 건 그 자식들인데 설령 내가 그 자식을 죽였다고 해도 그게 어떻게 내 잘못이냐는 게 언니들의 말. 물론 21세기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화가 난다고 누군가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기본 상식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야말로 사이다 같은 발언들이 짜릿한 대리만족을 안겨준다는 걸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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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Z 
Pop 

리즈


ANNIE
Six 

애니 
여섯

JUNE
Squish



 
HUNYAK
Uh-uh1) 

후냑  
어-어?  

VELMA
Cicero 

벨마
시세로 

MONA
Lipschitz

모나
립시츠  
 
Women 
He had it coming
He had it coming
He only had himself to blame
If you’d have been there
If you’d have seen it
 
함께  
자업자득이야 
자업자득이지
그 자식이 당한 건 다 그 자식 탓이야
만약 당신이 거기 있었다면
만약 당신이 그걸 봤다면
 
VELMA
I betcha you would have done the same

벨마
당신도 분명히 나처럼 했을 걸

 
LIZ, spoken
You know how people have these little habits that get you down? Like Bernie. Bernie liked to chew gum. No, not chew: pop! So I came home this one day, and I am really irritated and I’m looking for a little bit of sympathy. And there’s Bernie, laying on the couch drinking a beer and chewing. No, not chewing: popping! So, I said to him, I said, “You pop that gum one more time…” And he did. So I took the shotgun off the wall and I fired two warning shots2)… into his head

리즈, 대사로
어떤 사람은 남을 돌아버리게 하는 사소한 습관을 가지고 있잖아요. 예를 들면 버니처럼. 버니는 껌 씹는 걸 좋아했어요. 아니, 아니 씹는 거 말고 불어서 터뜨리는 걸 좋아했죠. 그날 하루는 너무 짜증나서 위로받고 싶은 마음으로 집에 도착했는데, 버니가 소파에 자빠져 맥주를 마시면서 껌을 씹고 있더라고요. 아니, 아니, 씹지 않았죠, 펑-딱! 하고 터뜨렸지. 그래서 제가 그랬죠. “너 한 번만 더 껌 그렇게 불었다간…” 근데 그이가 또 그러잖아요. 그래서 벽에 있는 엽총을 꺼내서 경고탄 두 발을 날렸죠. 그 자식 머리통에다.
 
중략
 
ANNIE, spoken
I met Ezekiel Young, from Salt Lake City3), about two years ago, and he told me he was single, and we hit it off right away. So, we started living together. He’d go to work, he’d come home, I’d fix him a drink, we’d have dinner. And then I found out. “Single,” he told me? Single, my ass. Not only was he married, oh, no, he had six wives. One of those mormons, you know? So that night, when he came home from work, I fixed him his drink, as usual. You know some guys just can’t hold their arsenic4).
 
애니, 대사로
내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온 에스겔 영을 만난 건 2년 전쯤이에요. 그 남자가 자긴 싱글이랬고, 우린 바로 눈이 맞아서 같이 살기 시작했죠. 그이가 매일 일하고 오면 난 매일 그이를 위해 마실 걸 만들어줬어요. 그런 다음 우린 같이 저녁을 먹었죠. 근데 그러다 알게 된 거예요. 지가 싱글이라고? 싱글, 좋아하네. 그 새끼는 유부남인 것도 모자라 아내가 자그마치 여섯이나 됐다고요. 그게 모르몬교 스타일이란 거죠. 그래서 그날 밤 그 자식이 일을 마치고 집에 왔을 때 그냥 평소처럼 술 한잔 만들어준 거뿐이에요. 근데 어떤 남자들은 쥐약에 좀 약하더라고요.
 
Women
He had it coming
He had it coming 
He took a flower in its prime 
And then he used it and he abused it
It was a murder but not a crime 

함께
자업자득이야
자업자득이지
활짝 핀 꽃 같은 날 꺾어서 
이용하고 학대한 건 그 자식이니까
그러니까 살인은 맞지만 범죄는 아냐  
 
JUNE, spoken
Now, I’m standing in the kitchen, carving up the chicken for dinner, minding my own business. In storms my husband Wilbur in jealous rage. “You been screwing the milkman5),” he says. He was crazy and he kept on screaming “You been screwing the milkman.” And then he ran into my knife. He ran into my knife ten times.

준, 대사로
자, 여긴 부엌이에요. 난 내 할 일을 충실히 하고 있죠. 저녁으로 먹을 치킨 자르기. 그런데 갑자기 내 남편 윌버가 질투의 분노에 사로잡혀 폭풍처럼 들이쳐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너 우유 배달부랑 잤지?” 그이가 미친놈처럼 계속 소리를 질러대요. “우유 배달부랑 잤냐고!” 그러더니 내가 들고 있던 칼을 향해 달려들지 뭐예요. 그 자식이 내 칼로 뛰어들었다니까요, 그것도 열 번씩이나.  
 
 
Velma, spoken
My sister, Veronica and I had this double act. And my husband, Charlie, traveled around with us. With the last number in our act, we did 20 acrobatic tricks in a row. one two three four five, splits, spread eagles, back flips, flip flops, one right after the other! Well, this one night before the show we were down at the hotel in Cicero, the three of us, boozing and having a few laughs. And we ran out of ice, so I went out to get some. I come back, open the door…There’s Veronica and Charlie doing number seventeen… the spread eagle! Well, I was in such a state of shock, I completely blacked out. I can’t remember a thing. It wasn’t until later, when I was washing the blood off my hands, I even knew they were dead!

벨마, 대사로
나랑 내 동생 베로니카는 2인조 쇼를 하고 다녔어요. 내 남편 찰리도 우리 순회공연을 따라다녔죠. 우리 쇼의 피날레는 애크러배틱 동작 스무 개를 연달아 선보이는 거였어요. 1번 동작, 2번 동작, 3번 동작, 4번 동작, 5번 동작, 다리 찢기, 앉아서 다리 벌리기, 공중 돌기, 뒤로 돌기,  하나씩 차례대로! 그날 밤은 시세로에서 공연하기 전날이었고, 우리 세 사람은 호텔방에서 술을 진탕 마시면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근데 중간에 얼음이 떨어진 거예요. 그래서 제가 사러 나갔죠. 그리고 돌아와서 방문을 열어 보니까… 베로니카랑 찰리가 열일곱 번째 동작 자세를 하고 있더라고요… 앉아서 다리 벌리기! 난 쇼크 상태가 돼서 완전히 의식을 잃어버렸어요.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심지어 나중에 피 묻은 손을 씻을 때까지 걔들이 죽은지도 몰랐다니까요! 
 
중략
 
MONA, spoken
I loved Al Lipschitz more than I can possibly say. He was a real artistic guy, sensitive, a painter. But he was always trying to find himself. He’d go out every night looking for himself, and on the way he found Ruth, Gladys, Rosemary and Irving6). I guess you can say we broke up because of artistic differences. He saw himself as alive… and I saw7) him dead.
 
모나, 대사로
난 알 립시츠를 사랑했어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이요. 그이는 진정한 예술가였어요. 아주 감성적인 화가였죠. 언제나 늘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고 했어요. 그래서 매일 밤 자기 자아를 찾으러 나가곤 했는데, 기껏 발견한 게 루스, 글래디스, 로즈마리, 그리고 어빙. 우리가 끝난 이유는 예술적 견해 차이 때문이라고 보면 돼요. 그 자식은 자기 자신이 살아 있다고 봤고, 전 그가 죽었다고 본 거죠. 
 
 
1. Uh-uh 록시의 질문, “(딴건 못 알아듣겠고) 그러니까 니가 죽인 거지?”에 대한 답 ‘어-어(아니, 아니) 난 죄가 없어!’에서 나온 말. 헝가리 여자 후냑은 영어를 못해 살인죄의 누명을 뒤집어쓰게 되는데, 아무도 그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결국 교수형까지 당하게 된다. 작품의 블랙코미디적인 요소 중 하나. 참고로, 롭 마샬 감독의 영화 버전에서는 이 장면에서 빨간 천을 이용한 안무로 각자 저지른 살인을 암시하는데, 후냑의 천 색깔은 빨간색이 아닌 흰색이다. 
 
2. Warning shots 경고 사격은 말 그대로 상대를 겁주기 위한 사격인데, 남편을 총으로 쏴 죽인 리즈는 이 말을 비틀어 자신의 사격 역시 경고 사격이었음으로 죄가 아니라고 변론한다. 단지 경고 사격을 한 건데, 그걸 머리에 했을 뿐이라는 것.

3. Salt Lake City 미국 유타주에 있는 모르몬교의 본거지. 모르몬교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 중 하나가 일부다처제 전통인데(과거엔 일부다처제를 허용했지만, 1890년 법 개정에 따라 이를 금지하고 있다), 애니의 남편 에스겔 영이 이를 악용하고 다닌 것이다. 또한 모르몬교에는 금주 원칙이 있기 때문에 그가 진짜 모르몬교 신자였는지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있다.  

4. Can’t hold their arsenic  술이 약한 사람이라는 관용구 ‘Can’t hold one’s alcohol’을 재미있게 바꿔 쓴 표현. 

5. Milkman 우유 배달부와 바람난 아내는 20세기 초 마트에서 우유를 사지 않고 우유 배달부가 직접 집으로 우유 배달을 다니던 시기에서 유래한 영미권 표현이다. 보통 남편들이 출근을 마친 오전에 우유 배달이 이뤄지기 때문에 아내가 바람이 나거나 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모를 경우 그 상대를 우유 배달부로 표현하곤 했다고.

6. Irving 남자 이름. 모나의 남편 립시츠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과 부정을 저지르고 다녔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또한 존재 의미에 대한 갈망은 예술가들이 흔히 하는 말로, 예술가 립시츠가 실은 그럴듯한 자기변명이나 하는 사람이었음을 비꼬는 것. 

7. Saw 남편의 살인에 대해 모나가 ‘Saw’라는 단어를 쓴 것은 앞 구절과 라임을 맞추는 동시에 그를 죽였다는 말을 돌려서 말한 것. ‘See’의 과거형 ‘Saw’는 기본적으로 ‘봤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하게 만들었다’는 뜻도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6호 2018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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