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FOCUS]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들어선 뮤지컬 시장 [No.222]

글 |박병성(공연 칼럼니스트) 사진 | 2023-04-05 10,451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들어선 
뮤지컬 시장

 

지난 1월 31일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2년 공연 티켓 판매 동향 총결산』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콘서트를 제외한 공연 시장의 티켓 판매 규모는 5,59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연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 것은 다름 아닌 뮤지컬이었다. 지난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4,253억 원으로, 전체 공연 티켓 판매액의 76%를 차지했다. 『2022년 공연 티켓 판매 동향 총결산』 보고서와 KOPIS 통계 자료를 통해 2022년 뮤지컬 시장을 살펴보았다.  

 

 

4,000억 원대 뮤지컬 시장 진입


국내 뮤지컬 시장은 지난 2018년 3,673억 원대(인터파크 판매분을 근거로 한 추정치)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뮤지컬 시장 규모가 빠르게 위축되었고, 본격적으로 팬데믹 상황에 접어든 2020년에는 1,435억 원대로 크게 축소되었다. 하지만 뮤지컬은 다른 장르에 비해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2022년 4,253억 원이라는 역대 최고 티켓 판매 매출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 가장 높은 티켓 판매액을 기록한 2018년과 비교해도 16%나 증가한 수치로 뮤지컬 티켓 판매액이 4,000억 원대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뮤지컬 시장에서 눈여겨볼 것은 티켓 판매액뿐만이 아니다. 뮤지컬 관객 수도 주목할 만하다. 2022년 뮤지컬 관객 수는 737만 명으로 집계됐는데 한 해 뮤지컬 관객 수가 700만 명을 돌파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KOPIS 결산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뮤지컬 관객 수는 379만 명이었다. 불과 1년 사이에 94%가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뮤지컬 관객 수는 500만 명 후반대에서 600만 명대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와 비교해도 최소 18%에서 최대 25%가 증가한 셈이다. 2022년 뮤지컬 공연 건수는 2,778건으로 전년 대비 576% 증가했다. 뮤지컬 공연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 중 하나는 어린이 공연의 상당수가 뮤지컬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2022년 뮤지컬에 포함된 어린이 공연은 1,870건으로 전체 뮤지컬 공연 건수의 67%를 차지했다. 하지만 티켓 판매액은 677억 원으로, 전체 뮤지컬 티켓 판매 매출의 16%에 불과했다. 2022년 뮤지컬 시장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관계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억눌린 소비 욕구가 대중 공연 시장인 뮤지컬로 분출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여행에 제한이 있고 콘서트나 축제는 취소가 속출했지만, 뮤지컬은 꾸준히 공연을 올리면서 관객이 유입되었다는 것이다. 박효신이 출연한 <웃는남자>와 홍광호와 김준수가 출연한 <데스노트>가 2022년 매출 상위권을 차지한 것처럼 일반 관객의 티켓 구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중적인 스타가 출연한 뮤지컬이 크게 흥행한 것도 같은 이유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극장 뮤지컬, 압도적 시장 점유율


2022년 뮤지컬 시장을 규모별로 살펴보면, 여전히 대극장 뮤지컬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0석 이상 대극장 뮤지컬의 공연 건수는 558건으로 전체 공연 건수의 20%다. 하지만 대극장 뮤지컬의 티켓 판매액은 3,157억 원으로 전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의 74%를 차지했다. 반면, 500석 이하 중소극장 뮤지컬의 공연 건수는 전체의 80%였으나 티켓 판매액은 전체 26%에 불과했다. 대극장 뮤지컬은 공연 건수는 적지만 한 공연당 객석 수가 많고 티켓 판매 수도 많은 데다가 평균 티켓 가격도 높아 공연 수에 비해 높은 티켓 매출액을 기록했다. 그러다 보니 뮤지컬 시장은 대극장 시장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티켓 매출 쏠림 현상은 대극장 뮤지컬 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뮤지컬 티켓 판매 상위 20편의 총티켓 판매액은 약 2,051억 원이었다. 전체 뮤지컬 티켓 매출의 48%를 매출 상위 20편의 작품이 차지한 셈이다. 또한 매출 상위 20편 중 1,000석 미만 작품은 <푸에르자 부르타> 한 편밖에 없었다. 국내 뮤지컬 시장은 대극장 뮤지컬, 그중에서도 몇몇 작품의 매출 편중 현상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3년간 티켓 판매 상위 20편의 티켓 판매액이 전체 뮤지컬 티켓 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5%, 2021년 56%, 2022년 48%로 나타났다. 특히 2020년, 2021년은 매출 상위 20편의 매출액 비중이 전체 절반을 넘어섰는데,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공연 건수가 감소하는 등 전체 시장이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매출 상위 20편의 매출액은 2020년 935억, 2021년 1,310억(전년 대비 40% 증가), 2022년 2,051억(전년 대비 56%증가)으로 나타났다. 뮤지컬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시장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매출 상위 20편이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있지만, 매출액이 크게 증가했다. 

 

2020년 티켓 매출 상위 20위 뮤지컬을 세분화해 보면, 내한 공연 4편, 창작뮤지컬 4편, 라이선스 뮤지컬 12편이었다. 여전히 라이선스 뮤지컬의 시장 점유율이 높게 나타났다. 2022년 내한 공연은 총 19편이었는데, 이 중 4편이 티켓 매출 상위 20위에 들었다. 지역 공연으로는 유일하게 <라이온 킹> 부산 공연이 티켓 매출 상위 20위에 포함되었다. 티켓 판매 매출 20위 공연의 평균 매출액은 102억 원이었다. 1위인 <뉴 알레그리아>는 매출 2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티켓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작품 제작비 역시 상승하고 있어 각 제작사는 수익을 내기 위해 공연 기간을 늘리는 추세다. 매출 상위 20위 뮤지컬의 평균 공연 기간은 2달 이상이었으며, <지킬 앤 하이드>의 경우 해를 넘겨 약 7개월간 공연했다. 

 

 

대학로 뮤지컬 시장 


한국 공연계의 특징 중 하나는 소극장 클러스터가 집중된 대학로라는 공간이다. 종로구 혜화동, 동숭동, 이화동 일대를 일컫는 대학로에는 160여 개의 공연장이 몰려 있다. 대학로에서는 매일 연극, 무용, 전통 공연, 뮤지컬,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진다. 대학로는 연극의 메카로 불릴 만큼 연극 공연 건수가 많지만, 티켓 판매 매출은 뮤지컬이 월등히 높다. 2022년 대학로에서 공연된 뮤지컬 건수는 169건으로 대학로 전체 공연 건수의 15.3%였지만, 상연 횟수는 23.6%(9,113회), 티켓 판매 수는 40%(124만 건), 총티켓 판매액은 65%(478억 원)를 차지했다. 2022년 대학로 뮤지컬을 2021년과 비교하면, 공연 건수 19%, 상연 횟수 34%, 티켓 판매 수 61%, 총티켓 판매액 57% 등 모든 항목에서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2022년 대학로 뮤지컬의 티켓 판매액은 478억 원으로 전체 뮤지컬 시장의 11.3%를 차지했다. 상연 횟수를 보면 뮤지컬 전체가 평균 1편당 12.2회를 공연했지만, 대학로 뮤지컬은 1편당 53.9회 공연했다. 대학로 뮤지컬은 주로 소극장에서 공연되기 때문에 공연 건수 대비 상연 횟수는 많았으나, 그에 비해 관객 수나 티켓 판매액은 적었다. 전체 뮤지컬의 평균 티켓 가격은 5만 8천 원이었으나 대학로 뮤지컬의 평균 티켓 가격은 3만 8천으로 약 2만 원 정도 저렴했다.

 

대학로 뮤지컬의 월별 티켓 판매액을 살펴보면 전체 뮤지컬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띠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일반적으로 성수기로 일컬어지는 연말연시와 여름 휴가철인 7월에 높게 나타났다. 티켓 매출이 가장 높은 달은 12월로, 전체 티켓 매출의 14%인 608억 원의 티켓이 팔렸다. 직전 11월에 비해 티켓 매출이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대학로 뮤지컬 역시 성수기인 12월의 티켓 매출이 다른 달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티켓 매출이 가장 높은 달은 5월(51억 원), 7월(50억 원), 12월(46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뮤지컬 시장은 연말연시 성수기를 겨냥한 대극장 뮤지컬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중소극장은 대중 관객보다는 마니아 관객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보니 연말연시보다도 마니아에게 인기 있는 작품이 언제 오픈하느냐가 시장 형성에 더 크게 작용했다. 

 

 

2023 뮤지컬 시장은


2022년 뮤지컬 시장은 사상 처음 4천억 원대에 진입했다. 이러한 뮤지컬 시장의 상승세는 2023년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일부 관계자는 올해 뮤지컬 시장이 5천억 원대로 바로 진입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 근거로는 여느 때보다 화려하게 꾸려진 대극장 뮤지컬 라인업을 꼽았다. 2021년 연말부터 공연 중인 <물랑루즈!>와 <베토벤>이 올해 초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도 오랜만에 라이선스 공연을 앞두고 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주춤했던 내한 공연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캣츠> 내한 공연이 2월에 서울에서 개막했고 태양의 서커스 <루치아> <식스 더 뮤지컬> <시카고> <시스터 액트> 등이 공연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 <벤허> <베르사유의 장미> 등 창작뮤지컬과 <맘마미아!> <모차르트!> <레베카> 등 라이선스 뮤지컬의 대극장 라인업도 화려하다. 

 

그러나 뮤지컬 시장의 5천억 원대 진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2023년 연초 뮤지컬 시장의 객관적인 수치는 나쁘지 않다. 2023년 1월 티켓 판매액은 449억 원이다. 전월 대비 26%가 감소했지만, 2022년 12월 티켓 매출이 609억 원으로 월등히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감소폭이 크다고만은 할 수 없다. 또 2023년 1월 티켓 매출액은 2019년 최고 성수기였던 12월 매출액인 407억 원보다 크다. 코로나19 이전보다 월등히 좋은 출발이다. 하지만 문제는 경제 상황이다. 올해 경제 전망은 어둡다. 물가가 치솟고 각종 생활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공공요금이나 세금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개인이나 기업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질 가능성이 높다. 사치재인 뮤지컬은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올해 뮤지컬 라인업으로는 4천억 원대를 유지하는 것에 큰 무리가 없겠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또 대극장 뮤지컬 공연이 증가하면 시장 내 경쟁이 심해지기 마련이다. 시장의 양적 성장은 보장받겠지만, 과당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2019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뮤지컬 시장 월별 매출액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회복세를 넘어서 새로운 단계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한동안 침체기에 빠진 이후 2018년 반등한 뮤지컬 시장의 상승세가 팬데믹 기간의 새로운 관객 유입 등으로 서서히 반등의 기세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경기 침체나 과당 경쟁 등 악재가 없지 않지만, 뮤지컬 시장 4천억 원대에 진입한 한국 뮤지컬 시장이 새로운 관객 개발과 해외 시장 활로를 찾는다면 이전과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전환도 가능할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2호 2023년 3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