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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②]EG뮤지컬컴퍼니 이응규 대표, <유앤잇>의 영리한 움직임

글 |이솔희 사진 |EG뮤지컬컴퍼니 2024-06-26 1,750

8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브로드웨이 초연을 앞둔 <어쩌면 해피엔딩>과 웨스트엔드 관객을 만나고 있는 <마리 퀴리>,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는 <유앤잇>, 그리고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아시아권 국가 곳곳에서 공연 중인 각종 창작 뮤지컬까지! K-뮤지컬은 탄탄한 대본과 뛰어난 만듦새를 인정받아 빠른 속도로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더뮤지컬이 6, 7월 두 달에 걸쳐 한국 뮤지컬의 해외 시장 진출 현황과 글로벌 뮤지컬 시장의 흐름을 들여다봅니다. 먼저 한국 창작 뮤지컬을 해외 시장에 선보인 제작자, 창작자의 이야기를 들어본 뒤, 최승연 평론가가 세계 시장 속 한국 뮤지컬의 활약을 다시 한번 짚어봅니다. 

 


 

 

뮤지컬 <유앤잇>은 AI가 보편화된 미래를 배경으로, 규진이 죽은 아내 미나를 로봇으로 되살린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면서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해외 시장에 진출한 한국 창작 뮤지컬 대부분이 국내에서의 흥행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면, <유앤잇>은 다양한 지원 사업을 발 받침 삼아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발전시킨 것이 특징이다. <유앤잇>의 작곡가이자 제작사 EG뮤지컬컴퍼니의 대표인 이응규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유앤잇>은 각종 지원 사업에 선정되며 차근차근 작품을 발전시켜 왔다. 작품 개발을 시작할 때도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유앤잇>은 어떤 과정을 거쳐 개발됐나.

뉴욕대 티쉬예술대학원에서 뮤지컬라이팅을 전공했다. 당시 교수님이 늘 하신 말씀이, 생활 속에서 소재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졸업 후 고향인 대구로 돌아와 어떤 작품을 만들어 볼까 고민하던 중 2018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역 특화 콘텐츠 개발 지원 사업’에 선정됐고, 그 과정에서 대구 북성로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볼 것을 제안받았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며 북성로에 대해서 조사하다가 한 주조(鑄造) 장인을 만나게 됐다. 그분께서 ‘중국에서 기계로 대량 생산을 하다 보니 이제 우리에게는 주문도 안 들어온다’고 불만을 토로하시더라. 그 순간 ‘아무리 기계가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무언가를 한땀 한땀 만드는, 그 고유한 가치는 변함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알파고가 바둑 대국에서 이세돌을 이긴 사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초로 로봇 시민권자 자격을 얻은 ‘소피아’ 등이 떠올랐다. 어쩌면 인간과 로봇의 경계선이 정말로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유앤잇>을 통해 아무리 로봇, AI가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해보고 싶었다. 주조 장인이 그렇듯이, 이 작품을 한땀 한땀 공들여 만들어 보겠다고 각오했다.

 

‘지역 특화 콘텐츠 개발 지원 사업’의 일환인 쇼케이스 공연을 통해 <유앤잇>을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반응은 어땠나.

단 하루 동안 진행된 공연이었지만, 객석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을 보고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던 기억이 난다. 초기 <유앤잇>은 쇼케이스 공연을 위해 50분 분량으로 제작했고, 그 후 2019년 ‘DIMF 창작지원사업’ 공모를 위해 1시간 30분 분량으로 발전시켰다. 그렇게 그해 DIMF에서 창작뮤지컬상을 받았고, 그다음 해인 2020년에는 DIMF 공식 초청작으로 초대받아 참여했다.

 

2020년에는 서울에서 처음으로 두 달간의 장기 공연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장기 공연을 올리기로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당시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에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았고, 그 지원금을 바탕으로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장기 공연을 올렸다. 7월부터 9월까지 공연됐는데, 코로나19 기간이었던 터라 공연을 올리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잠시 쉬어가던 차에 대구문화재단의 ‘랜선 프로젝트’라는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유앤잇> 웹드라마를 제작했고,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디지털 부가 사업 산업화 지원 공모를 통해 영화 제작에 나섰다. 영화는 촬영 막바지 단계다.

 

2021년에는 대만 제작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시장 진출의 첫발을 내디뎠다. 대만과의 협업은 어떻게 성사됐나. 

대만 가오슝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극단 TMT(Total Musical Theatre)와 이전부터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들은 <유앤잇> 이전에 제작한 작품인 <타임트래블 러브송>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작품 규모, 자본 등의 문제로 인해 라이선스 계약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우리가 <유앤잇>이라는 신작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고 빠르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타임트래블 러브송>을 통해 신뢰감을 쌓은 덕분인 것 같다. 라이선스 계약 체결 이후 ‘가오슝 스프링아트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처음으로 대만 관객을 만났고, 2022년에는 대만 타이중 오페라하우스에서도 공연을 올렸다. 여담이지만, <유앤잇>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컴퓨터에 관련 폴더를 ‘해외 진출작 유앤잇’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만들었다. 해외에 진출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학교를 다닐 때 함께 수업을 듣는 사람들끼리 서로의 작품을 평가해 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제 대본은 자주 무시당했다. 그때부터 언젠가는 제 작품을 해외에서 공연하겠다는 꿈이 있었다.

 

 

대만 다음 무대는 영국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영미권 중기 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2년에 걸쳐 영국에서 작품을 개발했다.

영미권 중기 개발 지원사업 공고가 올라온 것을 보자마자 영국행 비행기를 끊었다. 해당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해외 파트너와의 네트워킹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K-뮤지컬국제마켓을 통해 연을 맺은 영국 측 파트너가 있었다. 2022년 제2회 국제마켓 당시 <유앤잇> 리딩 공연을 보고 눈물을 펑펑 흘렸던 분이다. (웃음) 그 친구와 협력해서 공모에 지원해 합격했고, 작년과 올해, 2년에 걸쳐 <유앤잇> 영국 프로덕션을 꾸렸다. 제너럴 매니저는 영국 뮤지컬 회사인 CDM이 맡았다. 작년에는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워크숍과 쇼케이스 공연을 진행했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올해는 작품의 영어 버전 대본을 완성했다. 그리고 오는 8월에 열리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코리안 시즌’에 선정돼 8월 1일부터 25일까지 에든버러 어셈블리 시어터에서 공연을 앞두고 있다.

 

에든버러에서의 장기 공연을 통해 어떤 성과를 내고 싶나.

우선은 ‘잘 돼야 할 텐데’라는 걱정뿐이다. (웃음) 제가 시작부터 하나하나 만들어온 작품 아닌가. 저는 아직 이 작품에게 화려한 옷을 입혀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니, 영국에서 좋은 제작자, 연출가, 배우들과 협업해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

 

<유앤잇>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우선 에든버러에서의 공연이 끝난 후에는 대만 타이중 오페라하우스에서 <유앤잇> 콘서트가 개최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하는 것이 목표다. 영국, 대만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에서 <유앤잇>을 선보이고 싶다. 물론, 서울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도 크다. 내년에 서울에서 공연을 오픈하는 것도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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