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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ULTURE INTERVIEW] <뮤지컬 스타> 김민준·이호광·곽필립, 희망을 노래하다 [No.212]

글 |안세영 사진 |김현성 2022-09-23 3,385

<뮤지컬 스타> 김민준·이호광·곽필립
희망을 노래하다

 

2021년 11월 시작해 화제 속에 시즌3를 맞이한 고품격 뮤지컬 음악 프로그램 <뮤지컬 스타>. 유튜브 빵송국 채널을 통해 방영 중인 <뮤지컬 스타>는 최고 89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뮤지컬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한 것은 대세 뮤지컬배우 김민준(데뷔 15년 차), 이호광(데뷔 14년 차), 곽필립(데뷔 6년 차). 현재 <데스노트>에 출연 중이나 순식간에 표가 매진된 탓에 무대에서 만나기 힘든 세 배우와 어렵게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이렇게 한자리에 모실 수 있어 영광입니다. 그동안 무대 활동에만 전념해 온 세 분이 <뮤지컬 스타>에 출연하신 걸 보고 눈을 의심했어요.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호광 코로나로 지친 국민 여러분에게 노래로 희망을 전한다는 기획 의도가 제 마음을 움직였어요. 극장을 찾기 힘든 시기에도 문화예술을 즐기실 수 있도록 저희가 직접 안방으로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곽필립 영상을 통해 더 많은 대중에게 뮤지컬을 알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어요. 뮤지컬 시장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이제 제가 나설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김민준 저는 카메라 울렁증 때문에 방송 출연을 꺼리는 편입니다. 하지만 후배들이 이렇게 힘을 합쳐 함께해 보자고 부탁하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팬들과 소통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프로젝트 팀으로 방송을 준비하면서 사이가 돈독해졌을 것 같아요. 함께하면서 서로에게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곽필립 김민준 선배님은 알려진 대로 아주 엄격하세요. 활동 경력을 개월 수까지 따져서 위아래를 나누는 엄격함에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이호광 선배님은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시다가 최근에 귀국하셔서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불리할 때만 한국어가 서툰 척하시는 게 아닌가 의심했는데, 선배님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전미 투어 공연에 참여하느라 외국에 오래 계셨다는 걸 알고 오해를 풀었죠.
김민준 필립이는 경력이 덜 쌓여서 아직은 깊이가 부족한 감이 있지만 이제 슬슬 배우다워지고 있어요. 배우병 때문에 제가 간혹 쓴소리를 하긴 해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싹싹한 싸가지’입니다. 호광 씨는 유리구슬 굴러가는 듯한 특유의 미성이 장점이에요.
이호광 저는 목소리가 얇은 데다 병약한 어린 왕자 이미지라 굵직하고 무게감 있는 역할을 맡는 선배님이 부러워요. 그런가 하면 필립은 어떤 소리든 낼 수 있는 전천후 뮤지컬배우예요. 우리의 Baton을 이어받을 Rising Star죠.
 
 
<뮤지컬 스타>를 보며 세 분의 가창력에 새삼 놀랐어요. 평소 노래 연습은 어떻게 하세요?
이호광 아침에 일어나면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제 목소리도 함께 조율해요. Classic을 전공한 제가 음감을 잃지 않기 위해 찾은 방법이죠. 한 가지 부작용이 있다면 일상의 소음에서도 계이름이 들린다는 거예요. 모든 소리에서 각 음계의 색깔까지 느끼기 때문에 상당히 피곤해요.
김민준 저는 15년간 매일같이 똑같은 훈련을 하고 있어요. 아침에 등산하고 돌아와서 스트레칭하고 발성과 발음 연습을 합니다.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꾸준히 루틴을 지키고 있습니다.
곽필립 저는 따로 연습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악보를 많이 보고, 머릿속으로 불러봐요.
 
바쁜 스케줄을 쪼개 촬영하느라 최상의 컨디션에서 노래하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각자 어떤 고충이 있었나요?
곽필립 저는 막내이다 보니 선배들이 촬영을 마치고 난 다음, 새벽에 일어나 노래를 불러야 했어요. 아무리 익숙한 노래라도 촬영일에 목이 잠겨있으면 의도한 바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어서 좀 아쉬웠죠.
이호광 사실 촬영 전에 주치의가 저에게 한동안 무대에 오르지 말고 휴식을 취하기를 권했어요. 그동안 너무 목을 혹사해서 잘못하면 이게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고요. 그럼에도 고민 끝에 출연을 결정했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겟세마네’를 불렀죠. 당시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으며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음악의 힘, 무대의 힘을 느꼈습니다.
김민준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카메라 울렁증이 있습니다. 오늘도 울렁증 때문에 사진 촬영 전에 청심환도 먹고 귀밑에 멀미약도 붙였어요. <뮤지컬 스타> 촬영 때도 10번 정도 노래를 멈추고 화장실로 뛰어갔는데, 그 상태로 노래를 부르다 보니 아무래도 완성도가 스스로 흡족하지 않았습니다. 극장을 찾아주시면 카메라 없는 무대에서 진짜 실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세 분 모두 뮤지컬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스타이지만 방송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가 더욱 높아졌잖아요. 영상을 본 시청자의 반응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을까요?
곽필립 잘하지 말라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지금도 공연 티켓을 구하기가 힘든데 이렇게 잘하는 게 알려지면 더욱더 ‘피켓팅’이 되니까 그만 잘하라고요.
이호광 가끔 저희를 원망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해요. 나만 알고 싶은 배우였는데 모두의 배우가 되어서 속상하다고요. 그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우리가 잘하고 있구나 싶어 안심이 돼요.
김민준 어떤 분이 <데스노트>의 렘을 연기하는 저를 ‘푸른곰팡이가 핀 마시멜로’에 비유해 주셨더라고요. 마시멜로에서도 피어나는 푸른곰팡이의 생명력에 대한 통찰이 담긴 댓글이었는데, 표현이 기발하고 예술적이라서 기억에 남습니다.
 
이호광 배우님은 영상을 통해 얼굴이 알려지면서 김갑생할머니김 이호창 본부장과 닮은 외모 때문에 형제가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어요. 혹시 사실인가요?
이호광 제 쌍둥이 동생이에요. 원래 형인 제가 사업을 물려받아야 하지만,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을 선택했죠. 당시에는 Classic에 빠져 음악가의 길에 들어선 건데 시간이 갈수록 이런 의구심이 생기더라고요. 내 성대가 무엇보다 좋은 악기인데 왜 다른 악기를 빌려 소리를 내야 할까? 답답한 마음에 Campus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곤 했는데,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작곡가 프랭크 소프트혼 형에게 명함을 받고 뮤지컬에 Casting됐어요. 참고로 지난해 방송된 <뮤지컬 스타> 첫 회에 제 경력이 9년 차로 표기되었다가 다음 회에 13년 차로 수정되는 Happening이 있었는데, 첫 회에서 작가님이 클래식 공연 경력을 빠트렸더라고요.
 
곽필립 배우님은 역할에 맞춰 수탉 창법, 하품 창법 등 다양한 창법을 선보여 화제가 되었어요. 어떻게 이런 독창적인 창법을 떠올리신 건가요?
곽필립 수탉 창법은 <웃는 남자>의 ‘그 눈을 떠’를 부르면서 만들었어요. 처음 그 곡을 들었을 때 직접 새벽닭이 되어 사람들이 눈을 뜨게 만드는 걸 표현하고 싶더라고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는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을 지켜보며 부르는 노래잖아요. 슬픔 때문에 목이 잠겨 겨우 목소리를 쥐어짜는 걸 하품을 하는 듯한 창법으로 표현했어요. 이처럼 저의 모든 창법은 캐릭터 분석에서 나옵니다.
 
김민준 배우님은 그동안 여성 배우가 연기해 온 <데스노트>의 렘 역할을 맡아 젠더프리 캐스팅의 대표 주자가 되었는데요, 어떤 생각에서 이 역할에 도전했나요?
김민준 이 역할에 끌린 이유는 단순합니다. 렘이 사신이기 때문입니다. 배우로서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싶었거든요. 성별에 구애받아 원하는 배역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어요. 배우라면 연기에 한계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연기 변신을 위해 도전해 보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김민준 신의 영역까지 도전했기 때문에 다음에는 동물이나 식물 역할을 맡아 초현실적인 느낌을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
곽필립 어린이 뮤지컬에 도전해 남녀노소를 뛰어넘어 온 국민과 소통하고 싶어요. 혹시나 <헤이지니>의 2대 지니를 뽑는다면 도전할 의향이 있습니다.
이호광 저는 언젠가 직접 뮤지컬 영화를 제작하고 싶어요. 전국 팔도를 배경으로 한 <우리나라랜드>라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평소 선의의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뮤지컬배우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이호광 제 마음속 영원한 Rival은 조승우 선배님이에요.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을 부르시는 모습을 본 순간부터 선배님은 저의 Role Model이자 언젠가 뛰어넘고 싶은 Rival이 되었죠.
곽필립 곽필립의 라이벌은 아버지죠. 대한민국 1세대 뮤지컬배우라고 불리는 남경주 선생님보다 앞서, 이 땅에 뮤지컬이라는 용어가 정착되기 전부터 활동해 오신 저희 아버지를 넘어서는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김민준 제 라이벌은 언제나 저 자신입니다. 저 말고 다른 라이벌을 만드는 것 자체가 오히려 실력을 저하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저와의 싸움을 이어가겠습니다.
 
세 분의 팬클럽에서 오늘 촬영 현장에 음료를 보내주셨더라고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곽필립 제가 애연가인 걸 아는 팬분들이 팬클럽 이름을 ‘필립몰이스’라고 지어주셨어요. 집에 액상 담배 전용 냉장고가 따로 있을 정도인데, 올해는 제 성대 건강을 염려하는 팬분들을 위해서라도 흡연량을 줄여보겠습니다.
이호광 전 세계 80개 언어로 출시되는 제 공연 DVD를 항상 완판시켜 주시는 ‘귀호광’ 여러분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귀뿐 아니라 삶까지 호강시켜 드릴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민준 요즘 객석 어디서나 잘 보이는 대배우가 되기 위해 몸을 키우고 있는데, 그런 제 노력을 알아보시고 ‘무대 확장력’이 있는 배우라고 말씀해 주신 우리 ‘민며느리단’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공연으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인터뷰 기사는 코미디언 곽범, 이창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빵송국’의 뮤지컬 음악 콘텐츠 <뮤지컬 스타> 세계관에 입각해 작성되었습니다.
 
 
 
MINI INTERVIEW
빵송국 채널 운영자 곽범·이창호
 
<뮤지컬 스타>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곽범 JTBC에서 방영한 음악 프로그램 <팬텀싱어>의 열혈 팬이다. 거기에 출연한 뮤지컬배우들을 보고 뮤지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박효신 씨가 부른 <웃는 남자>의 ‘그 눈을 떠’, 홍광호 씨가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부른 <노트르담 드 파리>의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를 듣고 감명받아 뮤지컬배우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코로나 시국에 극장을 찾기 힘든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가 될 것 같았다.
이창호 나는 <뮤지컬 스타>를 준비하면서 뮤지컬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나처럼 우리 영상을 접하고 뮤지컬에 흥미를 갖게 된 분들도 꽤 계시더라. 우리 프로그램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뮤지컬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시즌을 거듭할수록 책임감을 느낀다.
 
고품격 라이브를 표방한 프로그램인 만큼 제작에 공을 많이 들인 느낌이다. 어디까지 직접 소화하고 어떤 외부 인력이 참여하나?
곽범 전체적인 기획은 우리가 하고 출연진 섭외, 무대 연출, 영상 편집 등은 함께 일하는 샌드박스 소속 제작진 2명이 맡는다. 이들이 뮤지컬에 박식한 편이라 큰 도움을 얻고 있다. 출연진이 부르는 뮤지컬 넘버는 기본적으로 배우가 직접 선택하지만, 제작진이 프로그램 방향성과 배우 이미지를 고려해 적당한 곡을 추천하기도 한다. 촬영, 조명, 음향은 모두 전문 인력에게 맡긴다. <데스노트> 제작사와 협업한 시즌3를 제외하면 뮤지컬 넘버 MR도 모두 따로 제작해 사용했다.
 
제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이창호 솔직히 <뮤지컬 스타>는 수익이 발생하는 콘텐츠는 아니다. 제작비는 많이 드는데 음원 저작권이 걸려있어 유튜브 광고 수익조차 얻을 수 없다. 촬영을 위한 공연장 대관도 쉽지 않다. 시즌2 때는 KT&G 상상마당 춘천 아트센터에서 장소를 지원해 주신 덕분에 좋은 환경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뮤지컬계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
곽범 시리즈를 지속하려면 수익을 낼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리가 직접 작곡가를 섭외해서 짤막한 창작뮤지컬을 만들어 저작권을 확보해야 할 것 같다. <뮤지컬 스타>가 다음 시즌에 어떻게 돌아올지는 여러분의 사랑과 조회수에 달려있다.
 
코미디언으로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
이창호 부자 되기. 코미디로 돈을 많이 벌어서 사치스럽게 살고 싶다.
곽범 대한민국에서 오로지 코미디만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다. 코미디 방송이 사라지고 코미디언이 설 수 있는 무대 역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코미디만 해서 먹고살고 싶다. 펜트하우스에 살며 하루 8번 룸서비스를 시켜 먹고 귀여운 원숭이도 키우는 코미디언이 되는 게 목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2호 2022년 5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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