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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무대 위에선 누구나 될 수 있어"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전하는 '꿈의 메시지'

글 |이솔희 사진 |김태윤 2024-11-15 1,022

*본 콘텐츠는 꿈의 극단으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지난 11월 7일 저녁, 대학로의 한 연습실에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학생 7명이 모였다. 설렘과 긴장감이 어우러진 표정을 띤 채 나란히 앉아있던 10대 소녀들은 이내 깜짝 놀라며 자신들의 앞에 노래를 부르며 등장한 누군가를 향해 환호를 보냈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그 환호성의 주인공이었다. 뮤지컬 배우 지망생과 뮤지컬 1세대 배우, 이들은 어떻게 한 자리에 모인 걸까?

 

모든 아이들이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바로 ‘꿈의 극단’에서 진행하는 최정원의 마스터 클래스 ‘무대 위에선 누구나 될 수 있어’가 열렸기 때문이다. ‘꿈의 극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최하는 아동∙청소년 대상 문화예술교육 브랜드 ‘꿈의 예술단’이 꿈의 오케스트라, 꿈의 무용단에 이어 세 번째 주자로 내세우는 프로젝트다. 전국의 아동∙청소년이 다양한 연극 예술 장르를 폭넓게 경험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한다. 올해 첫발을 뗀 따끈따끈한 프로젝트인 꿈의 극단은 올 하반기 동안 시범사업을 거친 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해 전국의 아동∙청소년이 연극과 뮤지컬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 장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꿈의 극단 홍보대사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성사된 최정원의 마스터 클래스는 참여 학생들이 준비해 온 노래를 선보이면 최정원이 1:1 지도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 두 타임으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첫 번째 타임에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7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얼마 전 입시를 마친 이들도, 이제 막 대학 입시 준비를 시작한 이들도 있었지만, 뮤지컬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지녔다는 점은 모두가 같았다.

 

 

 

뮤지컬 메들리를 부르며 등장한 최정원 덕분에 뜨거워진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의 넘버 시연이 시작됐다. 첫 번째로 마이크를 잡은 강아영 학생은 뮤지컬 <컴프롬어웨이>의 ‘Me and the Sky’를 불렀다. 첫 번째 순서라는 부담감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난도 높은 넘버를 훌륭하게 소화해 낸 강아영 학생에게 박수가 쏟아졌고, 최정원은 어떠한 조언을 건네기에 앞서 그를 꼭 안아주며 감동적인 마음을 전했다. 이어 신주희 학생은 뮤지컬 <웃는 남자>의 ‘내 안의 괴물’을, 이선아 학생은 <서편제>의 ‘원망’을 선보였다. 다음으로 이채은 학생이 최근 최정원이 연기한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헤르메스가 부르는 넘버 ‘Road to Hell’을 능청스럽게 소화하자 최정원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의 무대를 감상했다. 정지민 학생은 <아이다>의 ‘Every Story Is a Love Story’를, 조은별 학생은 <멤피스>의 ‘Colored Woman’을, 마지막으로 한나경 학생은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의 ‘See I'm Smiling’을 열창했다.

 

무엇보다 시선을 끈 것은 참여 학생들의 실력이었다. 7명 모두 지금 당장 무대에 서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노래 실력을 자랑해 현장에 있는 모두의 감탄을 샀다. 최정원 역시 “너무 잘해서 조언이 필요하지 않다”며 “이들이 공연계의 미래”라는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로의 시연을 본 학생들이 각기 다른 장점을 콕 집어 언급하며 서로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남기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무대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첫 번째 타임이 마무리됐다.

 

 

 

첫 번째 타임 학생들이 연습실을 빠져나간 후, 곧이어 설렘 가득한 학생들의 웃음소리로 다시 연습실이 북적였다. 구로문화재단의 청소년 뮤지컬단 ‘온마을’의 단원 10명이 두 번째 타임에 참여한 것이다. 첫 번째 타임 참여 학생들이 훌륭한 실력으로 최정원을 놀라게 했다면, 두 번째 타임 학생들의 매력은 풋풋함이었다. 생기 넘치는 학생들이 내뿜는 맑은 에너지 속에서 두 번째 타임이 진행됐다. 최정원은 조금은 서툰 실력이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마칠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학생들을 사랑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며 박수를 보냈다. “목소리가 예쁘다”, “표정이 풍성하다”는 등의 칭찬은 물론,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번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한 이채은 학생은 “최정원 배우님께서 하셨던 작품(<하데스타운>)의 노래를 선보이려니 정말 긴장됐다. 하지만 앞으로 제가 성장하는 데에 이 자리가 정말 좋은 발판이 되어줄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어 “최정원 배우님처럼 누구나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오랫동안 무대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한나경 학생은 “존경하는 최정원 배우 앞에서 제가 지금까지 준비해 온 것들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자리라서 정말 뜻깊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조언을 해주셨고, 그 조언들이 제가 앞으로 뮤지컬 배우로서 성장하는 데에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앞으로 안주하지 않고 늘 변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아이들이 우리 사회를 더욱 푸르르게 만들 거예요.”

배우 최정원과의 일문일답.

 

직접 노래를 부르며 클래스의 포문을 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노래를 부르면서 입장하고 싶다고 주최 측에 제안했어요. 클래스를 시작하기 전에 제가 먼저 신나게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여줘야 아이들도 ‘나도 저렇게 해야지‘라고 의지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기대한 것 이상으로 아이들이 많이 좋아해 줘서 제가 더 행복했어요.

 

뮤지컬 배우 꿈나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소감이 어떠신가요?

오늘의 두 시간이 제게는 드라마처럼 감동적인 순간이었어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고, 서로를 응원하면서 상대방이 지닌 장점을 발견해 주는 모습도 정말 예뻤어요. 2시간 내내 꽃밭에 있는 기분이었죠. 

 

 

어린이들을 위한 재능 기부를 오래 전부터 꿈 꿔오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언젠가 무대를 떠난 후에 후배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어렴풋하게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 막 꿈을 꾸기 시작한, 초등학교도 채 졸업하지 않은 어린아이들, 특히 가정 환경이 좋지 않아 꿈을 키워나가기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조금 더 빨리,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죠. 어린 시절부터 춤과 노래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서, 아이들이 조금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오늘 마스터 클래스 진행 중 연습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하시는 게 마음에 와닿았어요.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연습이기 때문이겠죠?

물론이죠. 아무리 활동을 오래 한 배우들일지라도 작품에 들어가기 두세 달 전부터 연습하거든요. 연습할 때는 당연히 힘들어요. 특히 연습실에는 관객이 없으니 웃어주는 사람도, 박수 쳐주는 사람도 없죠. 제가 최근에 뮤지컬 <하데스타운>에서 헤르메스 역을 젠더프리로 소화했잖아요. 연습 기간에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나 이거 괜히 한다고 그랬나‘ 생각할 정도로(웃음) 걱정이 많았어요. 물론 연습실에서도 제게 힘을 주는 분들이 많았지만, 저 스스로 자신감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런데 첫 공연 날, 헤르메스가 등장하자마자 관객분들이 박수와 함성을 보내주시는데, 갑자기 몸에 날개가 달린 것처럼 가벼워지더니 연습할 때는 나오지 않았던 큰 에너지가 나오는 거예요. 그때 느꼈죠. 나에겐 관객이 가장 중요하구나. 내 자신감이 관객들에게서 나오는 구나. 그런 관객 앞에 당당하게 서기 위해서 끝없는 연습이 필요한 거구나.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거예요.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관객분들은 무대 위에서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사는 배우의 모습을 보면서 힘과 위로를 얻으니까요. 저는 배우를 작은 철학자, 작은 의사라고 표현해요. 마음이 아픈 누군가를 치유할 수 있고,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거든요. 관객분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려면, 좋은 배우가 되기에 앞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해요.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대방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으려고 하고, 타인을 상처 주는 일을 하지 않고, 기쁨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저 역시도 여전히 내가 가진 콩 한 쪽이라도 나눠 먹을 수 있는 예쁜 마음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꿈의 극단‘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데요, 문화예술, 더 나아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이 삶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국이나 프랑스 등 외국에는 연기 클래스가 중요한 과목 중 하나로 꼽히는 걸로 알아요.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문화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부럽더라고요. 제가 뮤지컬 배우 꿈나무들을 위한 재능 기부를 계획하는 이유 중 하나도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기회를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자라나는 나무가 도시를 푸르게 만드는 것처럼, 어린 시절부터 문화예술을 접하고, 예술가를 꿈꾸게 된 아이들이 이 사회를 더욱 푸르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미래의 최정원, 미래의 방탄소년단, 미래의 한강을 위해 나라에서 투자를 한다는 것이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저 역시 오늘 만난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문화예술계의 미래라는 마음으로 클래스에 임했어요. 이런 자리에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합니다.

 

꿈의 극단’ 홍보대사로서, 앞으로 ‘꿈의 극단’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길 바라시나요.

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홍보대사인 것 같아요.(웃음) 처음 홍보대사 제안을 받았을 때도 제가 도움을 줄 수 있고,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마음이 갔고요. 올해 출범한 프로젝트라고 들었는데, 앞으로 10년, 20년 꾸준하게 유지되어서 ‘꿈의 극단’을 통해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친구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런 친구들이 나중에 어떤 자리에서든 ‘꿈의 극단에서 보낸 시간들이 저에게 큰 영향을 줬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면 더더욱 행복할 것 같고요.

 

오늘도 이렇게 미래의 스타들을 만났잖아요. 미리 만나서 호흡을 맞춰본 적도 없는데, 그저 그 순간에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저는 이 아이들이 오래 전부터 만나왔던, 혹은 꼭 만났어야 하는 운명의 상대처럼 느껴졌어요. 내년에는 또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까요? 기대가 됩니다. 저는 1년 뒤를 미리 준비하고 있을게요. (웃음)

 

마지막으로, 이 세상 모든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를 건넨다면요.

꿈꾸는 순간 이미 반은 이루어진 거라고 생각해요.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거든요. 그리고 그 꿈이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이 된다면 더욱 좋고요. 평생 일을 안 하는 기분으로 살 수 있거든요. 제가 그런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즐겼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 그렇게 살고 있죠. 지금 배우를 꿈꾸고 있는 아이들도 자기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노래, 연기, 춤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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