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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33년 만의 작별 인사…학전, 이제는 역사 속으로

글 |이솔희 사진 |. 2024-03-15 1,788

1991년 학전 개관, 1994년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 초연, 1998년 뮤지컬 <의형제> 초연, 2011년 학전 개관 20주년 기념 공연, 2018년 <지하철 1호선> 10년 만의 재운행…. 대학로 골목 한편에 자리를 잡고 33년째 꾸준히 운영을 이어온 학전 앞에는 작은 게시판이 하나 설치되어 있다. 학전이 그간 걸어온 길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주요 연혁이 연도별로 정리된 게시물을 설치해 둔 것이다. 그 게시물 맨 아래, 씁쓸한 한 줄이 추가됐다. 2024년 학전 폐관.

 

1991년 3월 15일 개관 이후 대학로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켜온 학전은 2024년 3월 15일 부로 문을 닫고, 33년간 이어온 여정을 마무리한다. 대학로에 학전 소극장을 개관하면서 출발한 학전은 그동안 한국 공연 문화의 못자리로 소박하지만 꿋꿋하게 행보를 이어왔다. 33년간 총 359개의 작품을 기획했고, 그 안에서 함께 성장한 공연예술인의 수는 셀 수 없이 많다. 배울 학에 밭 전, ‘배움의 밭’이라는 이름답게, 수많은 배우들이 이곳에서 배우로서의 가르침을 얻고, 연기의 기초를 쌓아 성장했다. 황정민, 설경구, 김윤석, 장현성, 조승우 등의 배우들이 학전을 거쳐 갔다.

 

학전은 ‘학전블루’와 ‘학전그린’ 소극장을 운영하며 <김광석 콘서트>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등의 콘서트를 개최했고, 이는 라이브 콘서트 문화의 시발점이 됐다. 김덕수네 사물놀이의 <소리굿>이 학전 소극장의 개관을 장식했고, 이후 여행스케치의 <추억여행>, 김광석·안치환의 <가을 콘서트> 등 수많은 콘서트가 학전 소극장 무대에 올랐다.

 

 

1994년 연극 <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와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시작으로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공연 공간으로 거듭난 학전은 대표작인 <지하철 1호선>을 통해 최초의 기획 프로덕션, 최초의 라이브 뮤지컬, 원작 저작권료 면제, 최초 중국 진출 등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2004년부터는 어린이, 청소년 공연에 집중해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복서와 소년> 등의 작품을 꾸준하게 선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오랫동안 이어진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병환으로 인해 학전의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많은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학전의 지난 시간을 기억하고, 학전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프로젝트인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추진했다. 지난 2월 28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총 20회에 걸쳐 진행된 이 콘서트에는 설경구, 황정민, 박학기, 권진원 등 학전과 인연이 있는 가수, 배우들이 참석해 학전의 마지막을 지켰다.

 

 

학전은 오늘(15일) 부로 문을 닫지만, 학전 건물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임차해 공연장으로서의 운영을 이어갈 예정이다. 학전 측은 “어린이와 청소년, 신진 음악인을 위하는 김민기 대표의 뜻을 잇되 학전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적인 공간으로 운영해 나가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극장을 재정비하고 올 여름 재개관할 예정이다.

 

지난 33년간 예술의 산실인 학전의 기둥이 되어준 김민기 대표는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모두다 그저 감사하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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