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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OLUMN] <마타하리> 원치 않는 행동을 강요한 상대, 처벌할 수 있을까 [No.214]

글 |고봉주(변호사) 사진 |EMK뮤지컬컴퍼니 2022-10-11 489

<마타하리>
원치 않는 행동을 강요한 상대,

처벌할 수 있을까

 

 

강요된 스파이 활동, 누가 처벌받아야 할까


<마타하리>의 주인공 마타하리는 라두 대령의 강요로 스파이 활동을 한다. 프랑스인 라두 대령의 지시에 따라 그가 맡은 임무는 적군 독일군 장교가 참석하는 파티에서 기밀이 담겨있는 펜을 받아오는 것. 마타하리는 라두 대령의 지시를 거역하지 못해 위험을 무릅쓰고 임무를 완수한다. 펜 속에 담긴 정보로 적군의 기밀을 알아낸 프랑스군은 전쟁에서 유리한 상황을 점한다. 뮤지컬에서 이중 스파이 혐의로 법정에 서는 건 마타하리지만, 애당초 그에게 스파이 활동을 강요한 라두 대령의 행동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걸까?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마타하리에게 프랑스군을 위해 첩보 행위를 해야 할 법률상 의무가 없다는 사실이다. 마타하리는 파리에서 공연이라는 영리활동을 하고 있을 뿐 본래 네덜란드 태생이며, 설령 프랑스로 국적을 바꿨다 할지라도 민간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마타하리가 스파이 활동에 나선 이유는 오로지 라두 대령의 강요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의 의사결정과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우리나라 형법은 강요죄로 처벌하고 있다.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면 강요죄가 성립하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엄중하게 처벌한다. 여기서 ‘폭행’이란 사람의 의사결정과 활동을 강제하는 일체의 유형력(有形力)의 행사를 의미하고, ‘협박’은 해악을 고지하여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뮤지컬에서 라두 대령은 마타하리에게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그녀의 본명과 정체를 밝힐 것이라고 암시한다. 이러한 행위가 마타하리에게 공포심을 주는 협박에 해당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위험 지역에 가라는 상사의 명령, 직권남용일까


마타하리가 프랑스군 아르망 소위에게 마음을 주자 질투심에 사로잡힌 라두 대령은 그를 독일이 점령하고 있는 위험 지역 비텔로 보낸다. 이러한 라두 대령의 명령은 직권남용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보기는 힘들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범죄다. 라두 대령의 명령에는 질투심이라는 불순한 동기가 숨어있지만, 상사로서 부하 군인의 근무 지역을 변경하는 것 자체를 직권남용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가 아르망에게 직무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을 지시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위험 지역으로 보낸 것을 문제 삼을 수도 있으나, 전시 상황에서는 위험 지역과 비위험 지역을 나누는 기준 자체가 애매하다. 게다가 아르망 소위는 프랑스군 소속 파일럿이므로 위험 지역에서 근무하는 것이 법령상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위조와 변조, 공문서와 사문서의 차이


마타하리는 비텔로 간 아르망이 독일군의 포로로 잡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아르망이 있는 독일 병원으로 가기 위해 오래전 마가레타라는 본명으로 발급받은 여권의 유효기간 날짜를 수정한다. 마타하리라는 이름의 여권으로는 감시를 피해 독일에 입국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여기서 마타하리가 여권의 유효기간 날짜를 수정한 행위는 문서변조에 해당한다. 흔히 ‘위조’와 ‘변조’를 헷갈리고는 하는데, 위조란 권한 없이 타인 명의로 문서를 작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와 달리 변조란 권한 없이 이미 진정하게 성립된 문서 내용에 대하여 동일성을 해하지 않을 정도로 변경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마타하리가 마가레타 명의 여권의 날짜를 바꾼 것은 타인 명의로 문서를 만든 것은 아니므로 문서 ‘변조’로 볼 수 있다.


변조한 문서가 공문서이냐 사문서이냐에 따라서도 형량이 달라진다. 사문서변조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지만, 공문서변조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의 징역형으로 훨씬 무겁게 규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마타하리가 변조한 여권은 공문서일까 사문서일까? 공문서는 공무소 또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하여 작성한 문서를 말하므로 원칙적으로 여권은 공문서에 해당한다. 단, 여기서 외국의 공무소 또는 공무원이 작성한 문서는 공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마타하리의 국적이 네덜란드라면 네덜란드 공문서인 마가레타 명의의 여권을 변조한 것은 공문서변조죄가 된다. 하지만 만약 마타하리가 국적을 프랑스로 바꾸었다면 마가레타 명의의 여권을 변조한 것은 사문서변조죄가 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4호 2022년 7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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