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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서편제>​, 꾸준한 변화와 성장 [No.197]

글 |박병성 사진제공 |CJ ENM 2020-02-28 4,373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스테디셀러 

2010년 1월 20일, 2010년 8월 14일, 2010년 10월 15일. 세 날짜는 각각 <모차르트!>와 <서편제>, <마마, 돈 크라이>가 대망의 막을 올렸던 초연 첫 공연날이다. 어떤 작품은 초연부터 재연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는 대단한 흥행을 거뒀고, 어떤 작품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각각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며 10주년의 역사를 만들어온 작품들의 그 역사를 돌아본다.  

 

 

<서편제>, 꾸준한 변화와 성장 

 

2010년 8월 두산아트센터에서 초연한 <서편제>가 올해로 10주년을 맞는다. 2012년, 2014년, 2017년까지 세 번의 앙코르 공연을 했고 올해 다섯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관객들과 평단의 든든한 지지 아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지만, 뮤지컬 <서편제>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힘겨운 출발

뮤지컬 <서편제> 원작은 1976년 발표된 이청준 작가의 동명 단편소설이었다. 1993년 임권택 감독이 이를 영화화하여 113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영화였다. 원작 소설에 없던 송화, 유봉, 동호라는 이름도 영화로부터 시작됐다. 영화에서는 판소리를 직접 재현할 수 있는 영상물의 장점을 살려 소리 장면에 힘을 주었다. 송화 역으로 캐스팅된 신예 오정해는 이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2010년 초연한 뮤지컬에는 연출가 이지나, 극작가 조광화, 음악감독 김문정, 무대디자이너 박동우 등 업계 최고의 스태프들이 참여하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여기에 김범수의 ‘보고싶다’, 이승철의 ‘오늘도 난’ 등 히트곡을 작곡한 대중음악 작곡가 윤일상이 작곡을, 신세대 소리꾼 이자람이 국악 작곡과 송화 역을 맡아 처음으로 뮤지컬에 참여했다. 
뮤지컬은 무대 공연의 몇 가지 한계를 극복해야 했다. 로드 무비 형식의 드라마는 영상물에서는 빼어난 풍광이 더해져 영화의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로드 무비 형식을 표현해 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지나 연출가는 한지를 이용한 무대를 배경으로 회전 무대와 컨베이어 벨트를 적극 활용해 떠도는 유랑길을 무대에서 효과적으로 구현해 냈다. 그럼에도 초연은 관객들로부터 충분한 호응을 얻지 못했다. 당시 국악이나 판소리는 뮤지컬의 주요 관객층이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었다. ‘판소리 뮤지컬이 아닌 판소리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라는 적극적인 홍보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극장으로 옮긴 재연
 

초연은 흥행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작품을 지지하는 관객들을 만들어냈다. 눈을 멀게 하면서까지 소리를 얻으려 했던 강렬한 드라마와, 고진 풍파를 거쳐 소리를 완성한 송화의 마지막 ‘심청가’ 장면이 관객들의 가슴을 울렸다. 2010년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는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차지연이 여우신인상을 받았다. 2011년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는 최우수창작뮤지컬상을 포함, 연출상, 여우주연상, 여우신인상 등 5관왕을 차지하였으며, 제1회 예그린어워드에서도 작곡·작사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신인상을 휩쓸었다. 

2012년 대극장인 유니버설아트센터로 무대를 옮겨 재연에 들어갔다. 초연에서 아이들의 상징적인 노래로 시작했던 오프닝이 바뀌고 세부적인 드라마의 디테일이 더해졌다. 무대를 운용하는 기본적인 컨셉은 같았으나 영상이 추가되었다. 초연에서는 하얀 한지 배경막을 이동시켜 다양한 공간 변화를 표현했다. 미적으로 세련된 느낌은 주었으나 이 산, 저 산을 돌아다니는 소리꾼들의 유랑길을 보여주기에는 불친절했다. 재연 공연에서는 한지 위에 영상을 덧입혔다. 정재진 영상디자이너는 사실적인 한국화 대신 암시적인 분위기가 강한 묵화 이미지를 선택했다. 이로써 미적인 요소를 살리면서도 떠도는 유랑 소리꾼들의 여정을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 줄 수 있었다.

 

동호의 역할을 부각하다

원작 소설이나 영화에 비해 뮤지컬에서는 동호의 비중이 커진다. 소설과 영화는 소리꾼 아버지와 그에게 소리를 전수받는 딸의 기구한 삶이 중심이었다. 동호는 이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전달하는 매개자였다. 뮤지컬에서는 전통 소리를 추구하는 유봉과 송화의 대척점에 현대 음악에 빠지는 동호를 두어 그만의 역할을 부여했다. 2012년 재연을 관람한 임권택 감독은 “소설과 영화가 많이 알려져 부담감이 컸을 텐데, 이를 넘어서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장점을 잘 살려냈다. 동호를 부각시키고 현대 음악에 빠지게 하는 설정 등이 극을 힘 있게 만들었다”고 호평했다. 뮤지컬에서 동호의 비중이 부각된 것은 사실이지만 재연까지만 해도 뮤지컬 <서편제>는 전통 소리를 지키려는 유봉과 이에 희생당하는 송화 두 예인이 중심인 작품이었다. 좀 더 엄밀히 따진다면 소리를 완성하는 예인으로서의 송화를 중심에 둔 작품이었다.  

2014년 3연에서는 동호의 비중을 한껏 키워 송화에게 쏠려 있는 극의 무게 중심을 송화와 유봉, 동호 세 사람에게 균등하게 배분한다. 소리를 얻기 위해 평생을 바치지만 얻지 못하는 유봉, 그런 아버지에게 소리를 배우며 눈까지 멀고 나서 미움도 원망도 녹아내리고 진정한 소리를 얻는 송화, 그리고 그들과는 다른 소리를 추구해 나가는 동호. 이들을 각자의 소리를 추구하는 예인으로 존중하면서 뮤지컬 <서편제>는 소리가 중심인 작품으로 거듭난다. 3연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었던 동호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두 곡이 추가된다. ‘얼라이브(Alive)’와 ‘마이 라이프 이즈 곤(My Life Is Gone)’이 그것이다. ‘마이 라이프 이즈 곤’은 지난날을 추억하는 동호가 자신의 음악을 찾게 되는 시발점 같은 곡이다. 극 초반 록커가 된 동호가 부르는 ‘얼라이브’는 동호가 송화와는 다른 예인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곡이다.

2017년 4연은 드라마나 무대 디자인 면에서 지금까지의 다양한 변화를 정리하여 완성시킨 버전이다. 3연에서 극을 열었던 록 스타가 된 동호의 노래 ‘얼라이브’가 빠졌지만 현대 음악을 하는 동호의 음악적 정체성은 명확해졌다. ‘소리 공부’ 장면에서 북을 배우는 연습생들이 가세해 밝고 에너지 넘치는 장면으로 만들었고, 동호가 함께하는 록 밴드의 정체도 명확해졌다. 올해 5연째인 이 작품은 10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서편제>는 지난 10년 동안 자주 공연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완성도를 높여가며 스테디셀러로서 확실한 자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7호 2020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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