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어 주역 3인 8문 8답
7년 만에 성사된 오리지널 월드 투어를 책임질 유령과 크리스틴, 라울. 영광의 무대를 더욱 빛내줄 세 사람이 ‘유령’의 편지를 보내왔다.
유령 조나단 록스머스
Jonathan Roxmouth
1. 태어나서 처음으로 불러봤던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넘버는?
할아버지랑 런던 오리지널 캐스트 앨범을 처음 들었던 날 타이틀곡 ‘The Phantom of the Opera’를 불러봤다. 할아버지는 내게 이 음악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알려주셨고, 우린 종종 함께 앨범을 들으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다. 타이틀곡 후반부에 크리스틴이 어떻게 이렇게 높은 음을 낼 수 있는지 무척 신기해했던 게 아직도 기억나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고서 그 답을 알게 됐다. 유령이 그녀에게도 영감을 준다는 사실을!
2. <오페라의 유령> 역대 캐스트 가운데 롤모델이었던 배우는?
내게는 유일한 유령이나 다름없는 브래드 리틀. 지난해 광저우에서 <시카고> 투어 공연 중 그를 만난 적이 있는데,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가 유령을 연기하면서 직접 쌓은 노하우까지 말이다. 브래드 리틀은 무대 위에서나 아래서나 진정한 신사다.
3. <오페라의 유령> 팀에 합류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소감은?
눈물을 터뜨렸다! 이 작품에 참여하는 것은 내가 기억하는 나의 가장 오랜 꿈이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유령으로 무대에 설 때마다 매번 감격스럽다.
4. 내가 생각하는 유령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유령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개인에게 어떤 비극이 일어날 수 있는지 완벽하게 보여주는 가슴 아픈 아름다운 존재다.
5.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하면서 잊지 못할 장소는?
나의 유령 데뷔 무대였던 2011년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공연. 유령으로서 첫 번째 커튼콜을 할 때 극 중 돈 아틸로 역을 맡은 세바스찬 조코자가 내게 몸을 돌려 이렇게 말해 준 게 생각난다. “새로운 유령이 탄생했다!”
6. <오페라의 유령> 캐릭터와 함께 듀엣곡을 부른다면?
마담 지리와 함께 엘튼 존의 ‘Don't Go Breaking My Heart(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마)’를 불러보고 싶다.
7. 뮤지컬 가운데 당신의 실제 삶과 가장 맞닿아 있는 작품은?
현재 공연 중인 <오페라의 유령>. 나 자신에게 가깝게 느껴지는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니 나는 정말 행운아다.
8. <오페라의 유령> 한국 공연에 임하는 각오는?
한국 공연의 첫 도시인 부산 공연을 잘 마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단단히 준비했다. 컨디션 유지에 도움을 주는 가습기와 차, 목캔디도 준비해 놨으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 작품을 한국 관객들에게 최상의 공연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크리스틴 클레어 라이언
Claire Lyon
1. 태어나서 처음으로 불러봤던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넘버는?
‘Prima Donna’. 이 노래는 <오페라의 유령>에서 크리스틴이 부르지 않는 몇 안 되는 곡 중 하나인데, 다섯 살 때 집 마당에서 이 곡을 불렀던 기억이 난다. 왜냐면 ‘Prima Donna’에서 칼롯타가 하듯 오페라 가수 고음을 냈을 때 담장 너머에서 이웃들이 박수 쳐줬기 때문이다.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2. <오페라의 유령> 역대 캐스트 가운데 롤모델이었던 배우는?
어려서부터 사라 브라이트만의 런던 오리지널 캐스트 앨범을 들으면서 성장했지만, 다섯 살 즈음 호주 오리지널 캐스트 공연을 본 게 가장 인상 깊게 남았다. 자기 인생의 ‘첫 캐스트’는 누구나 못 잊지 않을까. 내가 처음 만난 크리스틴은 마리나 프라이어였는데, 올해 초 호주에 올라간 뮤지컬 <모던 밀리(Thoroughly Modern Millie)>에서 그녀와 함께 공동 주연을 맡게 된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3. <오페라의 유령> 팀에 합류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소감은?
아시는 관객분들도 있겠지만, 크리스틴으로 한국 무대에 서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클레어 라이언은 2012년 내한 공연 당시 크리스틴을 연기한 바 있다). 내 꿈의 역할을 이렇게 다시 맡게 돼서 정말 영광이다. 올해 초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나 황홀했다.
4. 내가 생각하는 크리스틴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크리스틴은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인물이다. 공감력이 뛰어난 만큼 마음이 여리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유령은 인정받지 못하는 음악 천재이고, 라울은 고지식한 면이 있지만 단단한 성품의 매력적인 인물이다.
5.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하면서 잊지 못할 장소는?
나는 <오페라의 유령>의 모든 커튼콜을 사랑한다. 두 시간 반 동안 숨죽여 공연을 본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면 너무나 큰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매번 기쁨 가득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6. <오페라의 유령> 캐릭터와 함께 듀엣곡을 부른다면?
최근 영화 <스타 이즈 본>에 나오는 ‘Shallow’에 완전히 빠져 있기 때문에 유령과 함께 이 곡을 불러보고 싶다.
7. 지금까지 가장 많이 관람한 뮤지컬은?
두말할 것 없이 <오페라의 유령>! 웨스트엔드 공연과 브로드웨이 공연은 물론 호주와 이스라엘에서도 이 공연을 봤을 뿐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참여한 다른 도시들의 수많은 버전을 봤으니까!
8. <오페라의 유령> 한국 공연에 임하는 각오는?
부산 공연 개막일까지 앞으로 남은 일주일 동안 최대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투어 공연을 하다 보면 여러 도시를 여행해야 하고, 홍보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무척 중요하다. 참고로 컨디션 관리 비결 중 하나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다.
라울 맷 레이시
Matt Leisy
1. 태어나서 처음으로 불러봤던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넘버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처음 불렀던 곡은 대학교 수업에서 부른 ‘All I Ask of You’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내가 처음으로 불러본 곡은 ‘Think of Me’다. 어린 시절 이웃집 숙녀가 <오페라의 유령>에 빠져 있었는데, 내가 집에 놀러 가면 이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2. <오페라의 유령> 역대 캐스트 가운데 롤모델이었던 배우는?
지금까지 이 상징적인 뮤지컬에 참여한 많은 훌륭한 배우들 가운데는 내 친구인 휴 파나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는 브로드웨이에서 라울과 유령 두 캐릭터를 모두 연기했다. 내게는 큰형 같은 존재라 항상 우러러보게 된다.
3. <오페라의 유령> 팀에 합류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소감은?
나는 줄곧 내가 라울에 적합한 목소리를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진짜로 무대에 서게 될 줄 몰랐다. 기존의 라울처럼 생기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최종 오디션까지 올라가 오리지널 연출가인 해롤드 프린스를 만나게 됐고, 그 순간 이 작품이 내 길이 될 거란 인상을 받았다. 당시 오디션에 참석하지 못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최종 답변을 받기까지 일주일 정도 기다려야 했는데, 마침내 전화벨이 울렸을 때 잠시 기쁨의 춤을 추고 곧바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4. 내가 생각하는 라울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라울은 처음에 자신이 원하는 것은 다 가질 수 있는 응석받이 귀족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크리스틴과 재회하면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로맨틱한 영웅이 된다.
5. <오페라의 유령>을 공연하면서 잊지 못할 장소는?
마닐라 오프닝 공연을 잊을 수 없다. 커튼콜 마지막 인사에서 다함께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순간 프로듀서가 깜짝 선물로 준비한 컨페티(색종이 조각)가 무대에 흩날렸다. 수천 개의 금빛 종이들이 무대로 쏟아져 우리의 얼굴을 빛내던 광경은 정말이지 마법 같았다.
6. <오페라의 유령> 캐릭터와 함께 듀엣곡을 부른다면?
유령과 라울이 강렬한 듀엣을 부른다면 꽤나 감동적이지 않을까. 둘이 고음이 돋보이는 록 스타일 듀엣 곡을 부른다면 팽팽한 긴장감이 넘칠 것 같다.
7. 뮤지컬 가운데 당신의 실제 삶과 가장 맞닿아 있는 작품은?
이렇게 솔직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내게 배우의 길을 걷게 해준 뮤지컬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다른 작품 <선셋 대로>다. 어렸을 때 이 작품 OST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는데, 그게 내 인생의 첫 뮤지컬 앨범이었다.
8. <오페라의 유령> 한국 공연에 임하는 각오는?
한국 공연의 첫 투어 도시인 부산에 오기 전 2주 정도 쉬면서 가족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제 부산에 도착했으니, 얼른 이 도시의 음식을 맛본 다음 공연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6호 2020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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