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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헤어스프레이>의 오진영 [No.75]

글 |배경희 사진 |이맹호 2010-01-05 6,320

 

                                                   그녀가 특별한 이유
 

첫인상은 맨 처음 본 모습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지만, 때로는 첫인상이 전부인 사람도 있다. 오진영의 경우가 그렇다. 물론 좋은 쪽으로. 씩씩한 미소를 띠고 걸어 들어오는 모습은 몇 가지 단어를 연상시켰다. 털털함, 당당함, 자유분방함. 그녀가 입고 온 진한 분홍색 스웨터 색깔만큼이나 선명한 인상이었다. 그리고 그녀를 무대에 서게 한 것도 바로 그런 점이다.

 

“교수님의 권유로 <한여름 밤의 꿈> 오디션을 보게 됐거든요. 영국인 연출가 패트릭 터커가 캐릭터 오디션 심사를 했는데, 즉흥 연기를 시켰어요. 그리고 세 차례의 면담 끝에 제게 요정 ‘퍽’을 맡기셨죠. 그때 저는 생초보였으니까, 주위 반응은 ‘도대체 왜?’였어요. 하하. 나중에 말씀해주시길, 저의 그 깡과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이 마음에 드셨대요. 으하하.”


‘사람들 앞에서 연기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해본’ 실용음악과 학생이 뮤지컬학과로 전공을 바꾸고 배우의 길을 걷게 된 데는, 될 성싶은 나무의 떡잎을 알아본 교수님의 안목이 한몫했지만, ‘깊이 재거나 따져보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그녀의 성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다음 작품으로 <렌트>를 했는데, 사실 작품은 잘 몰랐어요. 학교 다닐 때 신시라는 단체가 들어가기 힘든 걸로 유명했거든요. 막연히 신시라는 단체에 한번 들어가 보고 싶어서. 으흐흐. <명성황후>도 에이콤에 들어가고 싶어서 했어요.”


그런 그녀가 여성적인 매력이 한껏 드러나는, 아름답고 매혹적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처음으로 내가 고민한 것을 다른 배우가 따라하면 속상해서 유치하게 굴었을 정도로 욕심이 났다’는 에스메랄다를 연기하면서 오진영은 배우로서 많이 성장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 출연 전후를 비교해보면, 아무래도 제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많아졌어요. 경력이 쌓이면 이런 부담감이 있구나, 그걸 처음으로 느꼈어요. 늘 발전해야 하고, 사람들이 믿어주는 만큼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하고,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그 전에는 음, 이건 좀 부족했네? 다음에 잘하면 되지 뭐. 이런 식이었는데 이제는 작은 것 하나도 가볍게 넘기지 못하겠더라고요.” 자신의 변화에 대해 부끄러운 듯 말해도 이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이다.


“너는 에스메랄다가 최고였어, 그런 말을 들으면 좋으면서도 안타깝기도 하고 그래요. 솔직히 저도 아직 에스메랄다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거잖아요? 내년에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작품을 많이 만났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맡은 <헤어스프레이>의 엠버도 그렇고요. 솔직히 너무 달라서 자신은 없는데, 열심히 해봐야죠.” 인터뷰 말미에 그녀는 앞으로 어떤 무대에 선다 해도, 에스메랄다로 살았던 2007년은 자신의 배우 인생에서 여전히 중요한 해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괜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자신을 믿는 것이 최선이다’고 말하는 그녀는 현명하게 발전하는 법을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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