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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안녕! 유에프오> 김성철 [No.148]

글 |안세영 사진 |심주호 2016-02-03 9,436

나만의 색깔



“<사춘기>를 공연할 당시 한 관객분이 말했어요. 2015년은 양의 해니까 양띠인 저도 분명 잘될 거라고. 그래서인지 몰라도 2015년은 제게 정말 뜻깊은 해였어요.” 1991년생, 이제 막 스물여섯이 된 배우 김성철은 2014년 말 <사춘기>로 데뷔한 이래 쉴 틈 없이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정식 공연 네 편, 리딩 공연 두 편, 그리고 콘서트 참여까지. 이 모든 게 데뷔 일 년 만에 그가 해낸 일들이다.


김성철이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 때는 고등학교 2학년 무렵. 이렇다 할 목표 없이 기계적으로 집과 학교를 오가던 그는 심심풀이 삼아 다니던 운동 센터 옆에서 연기 학원을 발견했고, 호기심에 들어간 그곳에서 삶의 전환점을 맞았다. “제가 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이었거든요. 그런데 연기를 하면서 그동안 제 안에 쌓아두었던 감정이 해소되는 걸 느꼈어요. 행복했죠. 그때부터 초롱초롱해졌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이후의 일들은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진학한 그는 학교 공연 <명동 로망스>에 참여하며 뮤지컬의 매력을 느꼈고, 이를 계기로 뮤지컬 배우 양성 프로그램 ‘시야 플랫폼’에 지원했다. 그리고 이때 참여한 쇼케이스 무대에서 박소영 연출의 눈에 띄어 <사춘기>의 용만 역으로 데뷔했다. 록커를 꿈꾸는 천방지축 고등학생 용만으로 짧지만 굵은 매력을 뽐낸 그는 이어서 <마이 버킷리스트>, <풍월주>의 주연을 맡으며 빠르게 성장했고, 마침내 <베르테르>의 카인즈 역으로 대극장 무대에 발을 디뎠다.



미망인이 된 여주인을 사모하는 정원사 카인즈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는 베르테르의 분신 같은 존재. 결정적 순간마다 베르테르의 심경 변화를 이끌어내는 만큼 조연임에도 책임이 막중한 역할이다. 그런 카인즈와 함께 김성철은 데뷔 이래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소극장에서 공연할 때는 부딪히는 역할이 한두 명이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거의 이십 명을 상대하니까 마치 친구끼리 얘기하다 발표하러 나선 기분이에요. 게다가 카인즈의 이야기는 대부분 무대 밖에서 일어나잖아요. 그가 여주인을 사모하는 것도, 살인을 저지른 것도 집배원의 설명을 통해서만 알 수 있죠. 그런 조건에서 매순간 진실한 연기를 한다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많이 헤매고 많이 혼났어요.” 하지만 한 해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도 그는 <베르테르>의 첫 공연을 꼽는다. “커튼콜을 하는데 그동안의 연습 과정과 지난 일 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어요. ‘정말 바쁘게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가슴 한구석이 벅차올랐죠.” 무대에서 김성철이 표현하는 카인즈는 유독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그 이유를 비단 배우의 나이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김성철 본인이 카인즈의 캐릭터를 아이 같은 순수함에서 찾기 때문이다. “원작에도 카인즈의 모델이 되는 인물이 짧게 등장하는데, 베르테르가 묘사하는 그의 특징은 한마디로 ‘순수하다’는 거예요. 베르테르는 그의 사랑처럼 순결한 사랑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으며, 그가 묘사하는 미망인이 너무 아름답고 숭고해서 직접 보지 않고 그를 통해 듣는 편이 나을 정도라고 말하죠. 사실 평소의 저는 순수하다고 하긴 힘들어요. 생각이 많은 편이거든요. 제 안의 동물적이고 충동적인 본능을 이성으로 붙잡아 두려 하는데 카인즈를 연기할 땐 그걸 놔버리니까 본능이 그대로 튀어나와 어린아이가 되는 것 같아요.”


누구보다 꽉 찬 한 해를 보낸 김성철의 새해 소망은 무엇일까? 돌아온 답은 조금 여유를 갖고 자신을 돌아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내가 나를 알아야 관객에게도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없는 걸 있는 척하는 것보다 내가 가진 게 뭔지 아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기막힌 행운을 바라기보다는 여느 이십 대처럼 차근차근 저를 알아가는 해를 맞고 싶어요.” 이러한 신념은 그의 차기작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UFO를 기다리는 시각 장애인과 그녀를 사랑하는 버스 기사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안녕! 유에프오>에서 김성철이 맡은 역할은 남주인공의 동생 상구. 솔로곡 하나 없는 조연이지만 망설임 없이 참여를 결심한 이유는 리딩 공연 때부터 함께해 온 매력적인 캐릭터 때문이다. 능력 없는 형을 대신해 돌아가신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은 상구는 ‘싸가지는 없지만 챙겨줄 건 다 챙겨주는’ 겉 다르고 속 다른 인물. <마이 버킷리스트>의 해기, <풍월주>의 사담, <베르테르>의 카인즈까지 지난 한 해 김성철이 연기해 온 순수하고 비극적인 캐릭터(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죽고 아프고 우는’ 캐릭터)와는 확연히 결을 달리한다. “지금까지와 다른 시크한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제 원래 성격은 상구랑 비슷하거든요. 그냥 저답게 하면 될 것 같아요.” 따뜻하고 유쾌한 작품 안에서 힐링 받으며 연습 중이라는 그는 어느 때보다 즐겁고 자신만만하다. “보시면 알 거예요.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인지. 제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요.” 뻔뻔할 만큼 확신에 찬 그의 목소리는 마치 이렇게 선언하는 듯하다. 기대하시라, 내가 찾아낼 색깔을.



2014 사춘기 (용만)
2015 마이 버킷 리스트 (해기)
2015 풍월주 (사담)
2015 베르테르 (카인즈)
2016 안녕! 유에프오 (상구)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8호 2016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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