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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형제는 용감했다> 최유하 [No.143]

글 | 나윤정 사진 | 심주호 2015-09-09 7,668

변화로 이끄는 시선 

지난 2월 <난쟁이들>의 욕정 가득한 백설공주를 열연하며 기존의 이미지를 발칙하게 깨트렸던 최유하. 
그녀가 <형제는 용감했다>의 오로라 역에 이름을 올리며,  또 한 번 새로운 면모를 끄집어낼 준비에 한창이다. 
어느새 데뷔 10년 차를 맞이한 믿음직한 배우 최유하.  최근 짧게 자른 머리만큼이나 무거움을 털어낸 산뜻한 모습이  지금 그녀의 무대를 더욱 주목하게 만든다. 



새로움의 발견

정말 최유하 맞아? 그녀가 생소해 보인 것은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은 쇼트커트 때문이었다.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에서 느껴지는 변화는 새삼 그녀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만들었다. 소년과 소녀의 모습이 교차되는 신비로움이랄까? “<블러드 브라더스>, <킹키부츠>, <난쟁이들>을 연이어 공연하면서 분장 때문에 머릿결이 많이 상했어요. 오래전부터 작정을 했어요. 그러곤 <난쟁이들> 끝나자마자, 부푼 가슴을 안고 자른 머리예요.” 변신의 이유를 묻자 최유하는 경쾌하게 웃으며 머리를 매만졌다. 
그러고 보니 불과 몇 달 전에도 그녀의 변신에 놀란 적이 있다. 지난 2월, <난쟁이들>의 백설공주 역을 맡은 그녀를 보며 정말 최유하가 맞나 싶었던 거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작에서 보여준 천생 여자 같은 이미지를 과감하게 버렸기 때문이다. 최유하는 성욕을 숨기지 않고 19금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백설공주의 발칙한 매력을 능청스럽게 잘 살려냈다. “<난쟁이들>의 리딩 공연을 제일 친한 배우인 유연 언니랑 같이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너무 선정적인 것 같아 참여 못하겠다고 했는데, 하루만 공연하면 된다는 설득에 그만 넘어가 버렸죠. 제 성격이 극과 극이거든요. 마음 잘 맞는 사람들이랑 놀 때는 한없이 까불다가 또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말없이 조용히 있어요. 그러다 보니 평소에 유연 언니 앞에서 놀듯이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그러곤 리딩 공연 때 저를 한 번 훅 내려놨더니 진짜 재밌더라고요. 이렇게 내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극도 있구나!”
<난쟁이들> 초연에는 워낙 끼 많은 배우들이 많았다. 그만큼 연습 내내 배우들이 쏟아내는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했다는 후문. 그중 최유하의 활약이 대단했단다. 실제로 그녀의 거침없는 아이디어 덕분에 무대 위 백설공주는 시종일관 활력이 넘쳤다. “대충 하고 싶지 않았어요. 더 웃기고, 더 바닥이고 싶었죠.(웃음) 제가 원래 병맛 개그를 좋아해요. B급 개그 마니아다 보니 이런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해요. 네 시간짜리 공연도 만들 수 있을 정도죠.(웃음) 그만큼 <난쟁이들>에서 제 개그 욕심을 맘껏 펼칠 수 있었어요. 또 기회가 있다면 한 차원 업그레드된 웃음을 전해 드리고 싶어요.” 

나만의 색깔을 담아 

<난쟁이들>을 통해 과감히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힌 최유하. 이제 그녀는 <형제는 용감했다>의 오로라로 또 다른 변신을 시도한다. 최유하와 오로라. 이 흥미로운 조합을 두고 그녀는 자신과 오로라가 닮은 구석이 많음을 털어놓았다. “‘로라의 사연’이란 노래가 있어요. 로라에겐 말 못할 병이 있는데, 어떤 남자에게도 가슴이 뛰지 않아요. 저도 그 병에 걸린 적이 있거든요. 또, 밑도 끝도 없이 엉뚱하고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것도 비슷해요. 최근에 든 생각인데,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배우가 되는 것 같아요. 전 오랫동안 그게 아니라고 믿었거든요. 어렸을 때 전 누가 말 걸면 얼굴이 빨개지고, 제 이름을 부르면 눈물이 날 정도로 주목받는 게 싫었어요. 그런데 결국 배우가 됐잖아요. 최근 들어 제가 주목받는 걸 참 좋아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사람들에게 관심받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것. 이런 부분이 로라랑 참 비슷해요.”
최유하는 2008년 <형제는 용감했다>의 초연을 보고 이 작품의 매력에 빠졌다. “재밌다. 기발하다. 그러다가 어머! 반전이 있었고, 너무 슬펐어요. 가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죠.” 하지만 막상 이 작품에 출연하기까진 상당한 고민이 있었다고. “초연 때 이 작품을 보면서 오로라 역을 동경하긴 했지만, 나중에 이 역할을 하게 될 거란 생각은 못했어요. 아무래도 배우에겐 초연이 더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거든요. 오로라는 이전 캐스트들이 워낙 잘 만들어 놓았잖아요. 그 점이 부담스러웠죠. 이미 다른 배우들이 오로라를 모두 연구해 놓았으니 난 그대로 따라 하자. 이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너무 깊이를 더하면 캐릭터의 매력이 사라지겠더라고요. 결국, 엉뚱하고 사랑스럽고 미스터리한 오로라의 느낌을 최대한 저답게 표현해 보려고 해요.”
작품에 직접 참여하게 되면서, 그녀는 <형제는 용감했다>에서 전에는 느끼지 못한 새로운 발견도 하게 됐다. “처음엔 희극 작품으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안에 장유정 연출님이 숨겨 놓은 장치가 많더라고요. 알고보니 이 작품이 연출님의 실제 외할아버지와 남편의 이야기를 섞어놓은 거래요. 그런 배경을 들으니 드라마를 생각 없이 툭툭 건드려선 안 되겠더라고요. 그리고 연출님이 앙상블 캐릭터마다 서브 텍스트를 어마어마하게 써주었어요. 그걸 알고 나니 이젠 유림들이 형제를 비난하는 장면에서, 유림들 각각의 캐릭터가 보이고 그만큼 드라마의 깊이가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디테일함 때문에 이 작품이 매력적이었구나! 비로소 알게 되었죠.” 



스스로 행복한 배우 

2005년 <풋루스>로 데뷔해 어느덧 10년 차 배우가 된 최유하. 그녀는 그간의 무대를 찬찬히 돌아보며 다시 공연하고 싶은 특별한 작품들을 꼽아보았다. “누군가 다시 맡고 싶은 역할을 물으면 늘 <제너두>의 키라였어요. 이 작품은 시대를 잘못 타고났어요. <난쟁이들>만큼이나 깨알 같은 재미가 가득하거든요, 음악도 제가 좋아하는 장르였고. 아마 지금 공연된다면 관객들에게 큰 재미를 주지 않을까요? 그만큼 아쉬움이 커서 다시 한 번 연기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은 다시 맡고 싶은 역할이 하나 더 생겼어요. <블러드 브라더스>의 린다! 정말 행복하게 무대에 올랐던 작품이거든요. 한 여자의 일생을 그린다는 게 참 재밌었고, 미키를 사랑한 그 순간이 너무나 좋았어요. 여자로서, 어머니로서, 그 감정의 변화들을 다 토해 낼 수 있어 행복했죠. 원 캐스트로 공연하면서, 단 한 번도 무대에 오르기 싫은 날이 없었어요.”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최유하는 늘 무대를 그리워하며 다시 그곳을 향해 왔다. 그 이유는 바로 관객들의 시선을 받으며, 무대에서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은 자신만의 특별한 욕구 때문이었다. “이건 빼도 박도 못하는 사실이에요. 오랫동안 쉴 시간이 주어지면 처음엔 이래요. 신 나게 놀아야지! 그래봤자 최대 2주예요. 어느새 빨리 공연하고 싶단 생각이 들죠. 그 에너지를 발산 못하면 우울해져요.”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이러한 욕구가 바로 그녀가 천생 배우임을 느끼게 만든다. “스스로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제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아마 10년 전이었으면, 이런 배역도 하고 싶고, 이런 상도 타고 싶다며 많은 꿈들을 이야기했을 거예요. 그땐 야망 덩어리였거든요.(웃음) 근데 그런 욕심이 스스로에게 독이 되더라고요. 지금은 욕심을 버렸어요. 그저 오늘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그래야 강한 배우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돼서, 누가 뭐라 해도 나를 믿어주는 이들에게도 내 행복을 전해 줄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3호 2015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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