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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o.71] <노트르담 드 파리>의 서범석, 최수형

글|정세원 |사진|박진환 2009-08-10 6,114

 

남산 하늘 아래에 울려 퍼질 우리들의 노래


20개월간 이어진 전국 투어 일정을 마감하는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공연이 오는 8월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다. 지난 10월 페뷔스 역에 새롭게 투입된 신예 최수형은 깨끗한 목소리와 폭발적인 가창력, 남성미 넘치는 외모로 <노트르담 드 파리>가 발굴한 또 한 명의 대형 신인으로 꼽히고 있다. 서울 입성을 앞두고 최수형이 선배 서범석과 마주 앉은 것은, 그가 한국어 공연 첫 무대를 장식한 후 현재까지 무대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 일단 두 분께 축하 인사를 드려야겠네요. 제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 서범석 씨는 남우주연상, 최수형 씨는 남우신인상 받으셨죠?

서범석(이하 서): 그냥 뭐 어떻게 하다보니까 상까지 주시더라고요. 감사하게. 그날 수형이 부모님도 참석하셨는데, 무척 감격스러워 하시더라고요. 내가 다 보기 좋더라.
최수형(이하 최): 그러게요. <노트르담 드 파리>가 대구에서 반응이 특히 좋았잖아요. 그 공연을 부모님께 보여드릴 수 있어서 저도 기뻤어요. 제가 MBC 합창단원으로 일할 때도 ‘그거 평생 할 수 있겠니?’ 하시면서 ‘차라리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해서 경찰 공무원 시험보라’고 하셨던 분들이시거든요.
서: 그래서 네가 지금 경찰 역할 하는가보다.(웃음) 내가 달성 서씨라 그런가? 유난히 대구에서 상복이 많아. 팬들도 유난히 많고.
최: 진짜 깜짝 놀랐어요. 저희들한테는 그냥 사인 받는 정도인데, 형님 팬들은 편지에, 아, 학생증까지 주더라고요. 그저 ‘스타’로서 좋아하는 게 아닌 것 같아 부러웠어요.
서: 그게 무서운 거야.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거. 그 친구가 건축 공부를 하는데, 내가 노래를 하면 노틀담 성당이 그려진다는 거야. 예상치 못한 얘기를 듣고 나니까 어느 순간 나도 노틀담 성당을 그리면서 노래를 하게 되더라. 그런 팬들을 생각하면 무대에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최: 그런데… (머뭇거리며) 어제 연습은 왜 안 나오셨어요?
서: 하하하. 내가 그 얘기 나올 줄 알았다. 목 관리를 해야 해. 낼 모레 광주 공연 있잖아. 엊그제 <라디오 스타>가 청주에서 마지막 공연을 했거든. 그 전에 <노트르담 드 파리> 연습실에서 피 토하면서 노래하느라 살짝 잠긴 상태였는데, 마지막 공연이라고 너무 열심히 부른 거야.
최: 그렇게 두 작품을 동시에 하면 힘들지 않으세요? 전 헷갈려서 못할 것 같은데요.
서: 그렇지는 않아. 난 둘 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내 생각일 뿐이더라. 한 작품만 해도 모자랄 텐데 두 작품을 했으니….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욕심이 났어. 배우가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운 좋게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이 동시에 들어왔는데 어쩔 수 없잖아. 큰 맘 먹고 도전했지.
최: 그렇게 두 작품을 공연한 건 처음이었어요?
서: 소극장 뮤지컬 할 때 몇 번 있긴 했는데, 이렇게 대작 두 편은 처음이었어. 캐릭터는 상반되지만 체력적인 소모는 둘 다 어마어마하더라. 걱정하는 시선도 많았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는 한 인물에 대해 깊이 고민을 했는데 다행히 좋은 성과가 났고, <라디오 스타>는 제작 과정을 전부 지켜봐서 그런지 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어. 이번에 딤프에서 상을 받는 순간 첫 대본 리딩 했을 때부터 14고, 15고 나오는 동안 계속 상의하고 신 만들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데 기분이 정말 좋더라. 근데 넌 어쩌냐, 첫 작품으로 상까지 받아서 말야.
최: 일단 너무 부끄럽죠. 상을 받았을 땐 좋기만 했는데, 바로 부담되더라고요. 이걸 내가 받아도 되는 건가 싶고.
서: 부담은 갖지 마. 상 받은 거 너만 오래 기억하지 남들은 금방 잊어버려. (최 : 아, 왠지 가슴이 아픈데요.) 그러나 기록은 남아 있어. 가끔 상패 보면서 채찍질만 하면 되지 부담까지는 안 가져도 돼.


 

최: 형님은 <노트르담 드 파리> 초창기 멤버잖아요. 오디션을 보셨겠네요.
서: 한국어 버전 첫 공연을 내가 했지. ‘아시아 최초의 프롤로 신부’. 아주 영광스러운 나의 기록이야. 근데 난 처음부터 오디션을 보지는 않았고 2차부터 참여했어.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라이선스 뮤지컬은 안하고 창작뮤지컬만 고수하고 있었거든. 항간에는 ‘서범석은 창작뮤지컬 지킴이’라는 말도 있었는데 이 공연하면서 완전히 사라졌잖아. 처음엔 십 년 넘게 지켜왔던 내 이미지가 사라지만 어쩌나 싶었는데, 내 귀가 얇아서 그런지 금방 생각이 바뀌더라. 퀄리티 있는 작품 안에 들어가서 연기하니 너무 편하더라. 박수도 많이 받고 배우로서 인정도 받고. 라이선스 뮤지컬 계속 해야겠다 싶더라고. 어쩜 이렇게 하루아침에 생각이 바뀔 수 있는지 신기해.
최: 라이선스 뮤지컬 중에 특히 하고 싶은 작품 있으세요?
서: <맨 오브 라만차> 해보고 싶지. <헤드윅>도 해보고 싶은데 안 시켜주더라. 왜 예쁜 애들만 무대에 세우는 거야? 이렇게 인터뷰 할 때마다 떠들고 있으니 언젠가는 시켜주려나? 돈키호테는 4차원이지만 그의 사상이 너무 좋아. 그나저나 넌 오디션을 어떻게 보게 된 거냐?
최: 사실 작품을 잘 몰랐어요. 하긴 그땐 뮤지컬도 잘 몰랐는데, 제 노래를 들어본 사람들이 뮤지컬 하면 잘하겠다며 추천을 해주셨거든요. 그러다가 <명성황후> 오디션을 봤는데 (서 : (흥분하며) 진짜? 근데 왜 안 됐어? 너 홍계훈이야~!) 군무를 시키더라고요. 자반을 하는데, 연속 다섯 바퀴를 돌다가 제가 이상한 데로 가버렸거든요. ‘그대는 나의 운명’ 부를 때만 해도 심사 위원들 반응 괜찮았는데.(웃음) <드림걸즈>도 씨씨 커버로 오디션을 봤어요. 근데 또 춤이 안돼서…. 씨씨 춤이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상심에 빠져있었는데 마침 <노트르담 드 파리> 오디션 공고를 봤어요. 춤이 없길래 ‘이거다!’ 싶었죠. 8월에 1차 오디션보고 한달쯤 지났을 땐가? 웨인이 와서 다시 오디션을 봤어요. ‘대성당의 시대’를 불렀는데 1절 끝나니 웨인이 ‘괴로워’를 불러보라고 하더라고요. 가사를 몰라서 그냥 ‘나나나’로 불렀어요. 그랬더니 웨인이 ‘네가 문 열고 들어올 때부터 그랭구와르보다는 페뷔스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면서 내일 ‘괴로워’와 ‘벨’을 연습해 오라더라고요. 저 말고도 한 명 더 있었는데 그 친구는 가사도 다 외우고 노래도 너무 잘 하는 거예요. 그래서 떨어질 줄 알았는데, 오디션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웨인이 수고했다면서 ‘네가 합격되면 너한테 맞는 보컬 선생님을 붙여줄 거다’라고 하는데 느낌이 왔어요. 그리고 합격 문자를 받았죠. 평생 간직하려고 저장까지 해뒀잖아요.
서: 어디 보자. ‘NDPK입니다. 오디션에 합격하셨습니다. 내일 자세한 스케줄 체크 되는 대로 전화 드리겠습니다.’
최: 이 문자 받고 하늘을 날았어요. 근데 연습 기간이 2주밖에 안 돼서 무조건 시키는 대로만 할 수밖에 없었어요. 워낙 모르니까.

 


서: 그래도 잘 했어. 어떤 친구들이 새로 합류했나 궁금했는데, 연습실에서 보니까 제대로 뽑았더라고. 넌 2차 오디션의 최고 수확이잖아. (최: (손을 절래절래 흔들며) 아니에요.) 그동안 페뷔스들과는 전혀 다른 색깔이었지. 일단 아그리파를 닮은 외모가 멋지잖아. 또 성악 전공이라 워낙 노래를 잘 하는데 MBC 합창단을 하면서 내추럴한 소리까지 잘 뽑아내더라. 음색도 고급스럽고 게다가 나이까지 어리고. 부럽더라. 뮤지컬계는 발전하는데 나는 이미 나이를 먹었잖아. 넌 좋은 시절에 뮤지컬을 시작하니 얼마나 행복하겠어. 여건들이 너무 좋아졌잖아. 근데, 나 10년 전으로 돌아가라면 안 간다. 뭐 지금의 성량, 음색, 내공 등 그대로 간직하고라면 가겠지만 말야.

최: 전 다른 것보다 뮤지컬 하면서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어 좋아요. 합창단 생활할 땐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니까 안정적이긴 했지만 할 일이 없어도 일단 출근을 해야 하니 답답할 때가 많았어요. 그 생활을 2년 넘게 했으니….
서: 그래도 잘한 거지. 성악적인 보이스를 내추럴하게 바꿔놨잖아.
최: 그러니까요. 저를 뮤지컬의 길로 인도하시려고 그런 훈련을 시킨 게 아닌가 싶어요. 코러스 하면서 성악곡도 불렀지만 트로트, 팝, 가요 다 불렀거든요. 그래서 지금 뮤지컬 하기에 딱 좋지 않나 싶어요. 녹화된 공연 영상으로 형님을 처음 봤는데 노래를 너무 잘 하셔서 감탄했어요. 그때 노래하는 제 친구 녀석이랑 같이 봤는데 그도 ‘서범석이 누구야?’ 했다니까요.
서: 나 산업정보학과 나왔는데.(웃음)
최: 그 얘기 듣고 깜짝 놀랐잖아요. 연습하시는 모습 보고도 놀라고 있는데, 그때 형님이 건넨 첫마디가 “넌 몇 살이냐?”였어요. “서른 먹었습니다” 했더니 “아~ 좋을 때다” 하시고는 딴 데로 가셨어요. 그동안 형님이 프롤로와 비슷한 성격일 거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라디오 스타> 박민수였던 거죠. 늘 저희들 웃겨주려고 하시고, 사소한 것들도 다 물어봐주시고.
서: 새로 들어오는 애들한테 내가 잘해주는 것 같지만, 실은 기존 사람들한테 줬던 마음이 더 많아. 그래서 너희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어.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말야.


 

최: 형님은 2007년부터 계속 같은 작품에 출연하고 계시잖아요. 3년째 같은 무대에서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힘들진 않으세요? 저는 아직 1년도 안 됐는데도 유지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연습실에서 레슨 받을 땐 ‘이 장면에서는 이런 느낌’ 같은 게 있었는데….
서: 그걸 생각하면 안 돼지. 무대에서 레슨 받을 때 느낌을 왜 생각해. 지금 네가 서 있는 그 느낌만 생각해야해.
최: 그 느낌이 너무 다른 곳으로 가는 것 같더라고요.
서: 그렇지 않아. 순간의 느낌을 충실하게 표현을 해야지. 네가 에스메랄다를 바라보고 있고, 플레르 드 리스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건데. 연습했을 때 감정은 거짓말이잖아. 그냥 오늘 느껴지는 감정 안에서 싸워야 하는 거야. 난 100회 넘게 공연을 했지만 똑같은 공연이 한 번도 없었어. 그리고 매일 똑같이 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 큰 줄기는 갖고 가되, 그날 상대 배우가 주는 느낌에 따라가 주는 거야.
최: 네. 앞으로 더 신경 쓰겠습니다. 제가 노래만 해서 그런지 무대에서도 일단 노래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서는데, 형님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서: 난 좋은 소리를 내려고도 하지만 연기적으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야. 감정이 묻어나는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실력도 는 것 같고. 남자들은 마흔이 되면 자기 소리를 찾는다고들 하더니, 나도 옛날에 비하면 소리도 좋아지고 가창력도 좋아지긴 했어. 하지만 요즘은 노래를 잘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상황에 맞는 소리를 내려고 해. 설령 ‘삑사리’가 나더라도 그 상황에 맞게. 그저 소리를 위한 소리를 내는 건 피하려고 하지.
최: 지난 번에 형님이 다른 공연을 보다가 귓속말로 “수형아 봐봐. 저런 상황인데 노래를 너무 잘하니까 안 어울리지 않니?” 하셨잖아요. 사실 그때 저는 ‘저 배우 노래 정말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또 노래하지 말고 말을 해보라고도 하셨는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고요.
서: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최: 형님이 무대에서 집중하는 거 보면 놀라워요. 등장하기 전부터도 이미 프롤로가 되어 있어서 가끔 놀랄 때가 있어요.
서: 공연 초반에는 연습실에서도 그랬어. 근데 수형아, 배우는 무대 위에서 극 중 인물을 불러오는 거잖아. 내 비록 서범석이지만 프롤로의 탈을 쓰고 있을 땐 그만 생각할 수 있어야 해. 내가 낮 공연을 좋아하는 것도 서범석의 모습이 덜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거든. 자다가 일어나서 편안하게 극장에 가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 없이 노래 테스트하고 분장하고 의상 입고 무대에 서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 몸도, 목도 안 풀렸지만 그 인물에 들어가는 힘은 낮 공연이 훨씬 좋아. 
최: 윤형렬 군한테 들은 얘긴데, 프롤로가 죽기 전에 에스메랄다가 처형되는 모습을 보고 지금도 눈물을 흘리신다면서요? 100회를 넘게 하셨는데도 그런 감정이 나오는 게 놀라웠어요.
서: 난 그 밧줄을 보고 있으면 미칠 것 같아. 그때 나는 10미터나 되는 굉장히 위험한 높이에 올라가 있잖아. 두발 이상 내밀지 못하는 환경이라 정말 아찔해. 근데 그것보다도 에스메랄다가 줄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면, 그녀를 죽여야 하는 나의 질투심에도 화가 나고, 내가 여태껏 무엇을 위해 살았나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미칠 것 같은데, 콰지모도가 감히 질문을 던져. ‘프롤로, 마음을 가졌나요’ 하면서 말야. 그러면 모든 상황이 복합돼서 정말 미칠 것 같아.
최: 저는 무대에 서면 오만 가지 생각이 들어서 집중도 잘 안 되고 너무 민감해지는 것 같아요. 뭐가 하나만 바뀌어도 경직되고. 혼자 난리가 나는 거예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서: 그건 잘 생각해야 해. 일상생활에서 말을 더듬으면 어떻게 해.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가잖아? 사람들도 크게 신경을 안 쓴다고. 근데 무대에서는 왜 안 돼? 실수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넘겨. 그러면 되는 거야.
최: 형님은 무대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틀려도 실수한 티가 안 나더라고요.
서: 당연하지. 들키면 안 되니까. 의도적으로 그냥 밀고 나가는 거야. 이게 정답인 것처럼. 배우들 중에 자기도 모르게 가사 바꿔 부르는 사람 얼마나 많은데. 근데 신기한 건 바꾼 가사가 상황에 또 잘 맞더라고. (최 : 신기하네요.) 그렇지? 그거 제일 잘 만들어내는 애가 오만석이야. 아주 천재적이야. <사랑은 비를 타고> 할 때도 몇 대목을 바꿔 불렀는데 전혀 티가 안 났잖아. 나도 몇 번 해 봤는데, 아니다. 난 실수 같은 거 안 해.(웃음)

 

최: 무대 밖에서는 ‘아 죽겠다. 이래 가지고 공연 하겠냐?’ 하시면서도 무대에 올라가면 평소와 다르지 않아서 놀라워요.
서: 무대에 서면 이상하게 힘이 솟더라고. 너도 조만간 알게 될 것이다.
최: 지금 생각하면 연습량이 많이 부족했던 거 같아요. 초연 때는 연습 기간이 엄청 길었다면서요?
서: 그럼. 노래 연습만 3개월 했고, 6주간 연습하고 무대 리허설을 3주간 했어. 어마어마하게 한 거지. 근데 좋았어. 몇 년 만에 연습 하루도 안 빠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연습에 참여했거든. 어떻게 하루도 안 빠질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해. 특히 좋았던 건 연습비가 나왔다는 거야. 그러니까 더 가게 되더라.(웃음) 지금 생각해보니까 나도 모르게 그때를 좀 잊고 있었나보다. 연습도 좀 가기 싫어하고.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 연습은 계속 가야하는데 신선한 기운도 갖고 싶은 거. 이게 장기공연의 어려움 아니겠어? 넌 서울 공연은 처음이던가?
최: 몇 달 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2회 공연 한 적 있었어요.
서: 그래, 가장 까다롭다는 서울 관객을 대상으로 제대로 공연하게 되는데 각오는 되어 있어?
최: 언제 또 서울에서 공연할 수 있을지 모르니 최선을 다해야죠. 저를 처음 만나는 관객들에게 기억에 남는 페뷔스가 될 수 있도록. (서 : 떨리냐?) 그럼요. 전 프롤로의 명령을 받으러 무대에 나가기 전의 순간이 너무 떨려요. 많은 분들이 떨림을 즐기라고 하시는데, 아직까지는 그냥 떨림일 뿐이더라고요. 그래도 무대에 서면 그 떨림이 덜한 것 같아 다행이에요.
서: 그래도 처음 치고는 참 잘했어. 그때 너의 에너지는 잊을 수가 없어. 특히 ‘괴로워’ 부를 때 상하수를 뛰어다니는 네 에너지가 기가 막혔어. 그 뜀박질의 속도가 너의 괴로움을 표현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요즘은 멋이 들었는지 걸어 다니더라. 이번 국립극장 공연에서는 죽도록 뛰어. 그게 관객들에게 너의 심리를 대변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전해줄 거야. 이번에 너한테 기대가 크다. 아, 근데 너 옷 찢는 거 안 하면 안 되겠니? 형이 감정을 폭발시켜야 하는데 너가 옷을 찢으니 형이 묻히잖아.(웃음)
최: 하하. 그게 대구 막공 때 고향이고 하니까 뭔가 해보고 싶어서 연출님께 허락 받은 거였는데, 어쩌다보니 계속 찢게 되더라고요. 서울에서는…. (말끝을 흐리다가) 형님! 다시 서울 공연을 앞둔 기분이 어떠세요?
서: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거라 기대가 커. 다른 스케줄 없이 오롯이 공연에만 집중해서 무대에 서는 거거든. 발전보다는 그동안 내가 찾았던 프롤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어.
최: 아, 그렇게 뭔가를 찾았다고 얘기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매일 조금씩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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