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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Production Note] <마마, 돈 크라이> 제작기 [No.117]

정리 | 이민선 2013-07-02 4,309

시공간을 넘나들고, 무대와 객석을 넘나드는 매력

 

<마마, 돈 크라이>는 제목부터 독특한 작품이다. 연애에는 영 숙맥인 천재 과학자 프로페서V가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 드라큘라 백작에게 목을 물린 후 그의 치명적인 매력을 물려받는다. 연애 소심증을 고쳐보리라는 성격 성형에는 성공했지만 부작용이 따른다. 순진하고 외로운 뱀파이어의 이야기가 모노드라마와 록 콘서트를 넘나들며 펼쳐졌던 <마마, 돈 크라이>가 초연 후 3년 만에 더 화려하고 매끈하게 돌아왔다. 독특한 소재와 분위기에 매료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 작품은 공교롭게도 최근 공연계 트렌드처럼 두 명의 남자 배우가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위를 유영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두 달 넘게 공연되면서 마니아층은 더욱 두터워졌다. 폐막을 앞두고 김운기 연출로부터 재공연의 변화 과정과 남겨진 숙제에 대해 들어보았다.

 

 

 

 

 

 

모노에서 듀엣으로

초연과 재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캐릭터 구성이다. 초연이 모노드라마였던 데 반해, 재공연은 듀엣으로 구조 변경을 한 것이다. 초연에도 두 명의 배우가 등장했지만, 주인공인 프로페서V가 자신의 사연을 쭉 이야기할 때, 멀티맨 격의 다른 배우는 프로페서V의 일대기 재연을 돕는 역할을 했다. 멀티맨에게는 그만의 캐릭터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프로페서V와 드라큘라 백작, 강렬한 두 캐릭터로 양분시켰다. 이로써 프로페서V에게 드라큘라 백작은 어떤 존재인지,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드라큘라 백작에 응축해 보여줄 수 있었다.


프로페서V는 여자 앞에 서면 소심해지고 짝사랑하는 메텔에게 변변한 고백도 못하는 자신이 싫어 성격을 바꿔보려 한다. 부모로부터 부여받은 천성을, 자신의 마음을 성형하고자 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성형 수술은 특별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어렵잖게 외모를 바꾸지만 많은 경우가 중독에 이르고,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남게 된다. 프로페서V도 자신을 바꾸고 싶은 욕망에 성격 성형을 감행한다. 그는 마음의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고 외부의 물리적 도움을 받으며, 외부의 자극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다. 프로페서V의 욕망의 화신이 곧 드라큘라 백작이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흥분시키며 아름다움과 악마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드라큘라 백작을 프로페서V와 대등한 캐릭터로 키움으로써, 프로페서V의 이야기를 좀 더 드라마틱하게 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비중이 비슷한 두 명의 배우를 한 무대에 세움으로써, 관객들은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긴장감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초연과는 상당히 달라진 구성이라 초연을 다시 보고 싶어 했을 관객들이 아쉬워하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이번 버전은 여러 가지 면에서 강점이 있었다. 초연과 재연이 무척 다르니, 두 가지 버전을 동시에 선보인다면 새로운 공연 방식의 한 사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예술 장르는 궁극적으로 그동안 해오지 않았던 것을 시도하니까.

 

 

 

 

 

 

제작사의 지원

초연 때는 창작자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공연을 올렸지만, 재공연은 전문 제작사의 러브콜을 받고 제작됐다. 그 덕에 좋은 배우들을 쉽게 기용할 수 있었다. 이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더 큰 극장도 제공받았다. 초연에서 작품의 매력을 알리고 객관적 공감대를 형성한 후, 제작사의 지원을 받아 현실적이고 확실한 제작 과정을 밟아 나가는 게 우리로서는 무척 고무적이었다.

 

초연 때는 가급적 한 역할에 여러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으려 했다. 작품을 완성하는 게 우선이니까. 하지만 이미 한 차례 공연한 작품이고, 경향에 맞춰 트리플로 캐스팅을 한다면, 제각각 다른 개성을 지닌 배우들을 캐스팅해 최대한 다양성을 확보하고 싶었다. 록 음악의 흥취를 잘 살리는 배우, 드라마를 섬세하게 전달하는 배우,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배우 등 작품이 지닌 다양한 특색들을 한껏 누려보고 싶었다. 프로페서V 역의 송용진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존재감으로 주인공의 자리에 섰다. 로커인 허규는 부르짖는 록 음악 속의 슬픔과 고독을 잘 표현했다. 그의 미성의 목소리와 외모는 세상과 단절돼 고독한 프로페서V와 잘 어울렸다. 임병근은 외모와 목소리, 연기력이 고루 훌륭해서 주인공으로서 모범적으로 드라마를 이어 나갔다. 고영빈은 훌륭한 신체 비율과 춤 솜씨로 극한의 아름다움을 지닌 드라큘라를 표현하는 데 제격이었다. 장현덕은 눈부신 감각과 정서로 무대를 압도하기 충분했다.

 

 

 

 

 

한 단계 더 전진을 위해

이번에 공연한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은 무대가 반원형으로 돌출돼 있어서 공간의 입체성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대부분의 콘서트에서 돌출 무대를 설치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콘서트 형식의 <마마, 돈 크라이>와 잘 어울리는 공연장이었다. 주로 프로페서V 혼자 드라마를 이끌어 나가기 때문에 상대 배우를 대신해 관객 참여를 유도하는데, 이곳은 관객과 호흡하기에도 수월했다. 하지만 배경으로 설치된 구조물들은 현재 상태로 유지하되, 주요 소품들을 좀 더 무대 앞으로 배치해 더욱 입체적인 연출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다음에는, 돌출 무대의 특성상 객석 위치에 따라 관객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배우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배우가 움직이지 않아도 관객들은 각각 배우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사각이 발생하기도 할 거다. 이것을 단순히 사각으로 처리하지 않고, 사각도 하나의 시각적 표현이 될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려 한다.


연습 때 시도했으나 몇 가지 걸리는 문제가 있어서 보류한 것이 있다. 프로페서V가 타임머신을 타고 시공간을 이동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프로페서V의 정서가 바뀌었을 때 물리적 공간 역시 바뀐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는 가만히 있는데 그를 둘러싼 환경이 다른 세계로 바뀌는 것. 그가 달의 세계로 가는 게 아니라 달이 그에게 오는 느낌이 살아나도록 표현해보려는 것이다. 구조물이나 소품의 순간적 변형은 조명의 사용이나 배우의 연기, 오브제의 움직임 등으로 충분히 구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초연에 비해 더 많은 마니아들이 공연장을 찾아주었지만, 드라마 외적인 재미에 비해 드라마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파악하고 즐기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 점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수렴해 새겨듣고 있다. 대극장 공연이라면 그런 문제를 제거해야겠지만, 중소형 작품들은 좀 더 은유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제시하고 관객들이 자기만의 해석으로 수수께끼를 풀어 나가게 하는 스타일을 취하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다. 우리 작품도 그런 색깔을 유지하며 관객들과 함께 드라마를 공유하고 싶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7호 2013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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