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인터뷰 | [COVER STORY] 2008년의 인물, 이희준 [No.70]

글 |박병성 사진 |이맹호 2009-08-05 7,434

 


기본을 갖춘 뮤지컬 작가

 

2000년대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뮤지컬 시장이 조금은 진정세를 맞았다. 2008년 뮤지컬 시장이 연말 닥친 경기한파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연말 시장과 지역 뮤지컬 시장의 성장 등으로 다행히 예년의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2008년은 한국 뮤지컬에 있어 작은 산봉우리의 정점에 해당하는 해일 것이다. 한국 뮤지컬은 더 큰 봉우리에 오르기 위해 잠시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다음 봉우리에 오르는 데 중요한 동력을 발휘하는 데 창작뮤지컬이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2008년 한해를 대표하는 인물로 다양한 사람들이 거론되었지만 작가 이희준을 선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창작뮤지컬이 앞으로의 한국 뮤지컬 발전에 큰 공헌을 하게 되리라는 기대도 포함된 선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희준 작가는 실제로 2008년 뚜렷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2008년 <내 마음의 풍금>, <사춘기>, <미녀는 괴로워> 등을 발표해서 세 작품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내 마음의 풍금>은 지난해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극본상을 수상했으며, 올해 제3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는 <내 마음의 풍금>과 <미녀는 괴로워> 둘다 노미네이트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사춘기>는 소극장창작뮤지컬상을 받았다. 이러한 상들이 증명하듯 이희준 작가는 현재 뮤지컬 작가 중 안정된 퀄리티를 보장하는 몇 안 되는 작가이다.

 

이희준 작가는 한예종 연극원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극작과 전문사를 다니다가 뉴욕대에서 시어터 라이팅(Theatre Writing)을 전공하고 온 해외파 출신이다. ‘창작을 가르치거나 혹은 배울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필자 스스로도 분명한 대답을 내릴 수 없지만 적어도 뮤지컬 분야에서 그리고 한국의 상황에서는 반드시 교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가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장르이고 음악, 드라마, 춤 등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것이기 때문에 장르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의 본고장인 브로드웨이에서 정식으로 교육을 받고 왔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이희준의 작품이 고른 평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어느 정도는 체계적인 교육의 결과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한해에 세 편의 흥행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내공이 아닐 수 없다. “한 작품을 만드는데 일년만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니까, 작품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다른 작품들까지 겹쳐서 진행하잖아요. 그런 작품들이 공교롭게도 작년에 모두 공연이 됐었던 것이죠.” 실제 2007년에 공연한 <첫사랑>을 준비하기 전에 이미 <내 마음의 풍금> 2고가 나온 상태였다고 한다. 그만큼 오랜 시간을 들여온 작품들이 2008년에 기회가 닿아 공연될 수 있었던 것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90퍼센트 정도가 원작이 있는 뮤지컬이듯 이희준의 작품들도 보면 대부분 원작이 있다. 2008년도에 올라간 작품들만 보더라도 창작뮤지컬의 대세가 무비컬임을 확인해주듯 <내 마음의 풍금>, <미녀는 괴로워>이 있었고, 독일 희곡이 원작인 <사춘기>가 만들어졌다. 2007년 <첫사랑>도 그랬지만 이희준의 작품들은 원작에서 벗어난 새로운 스토리를 제시하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단순히 뮤지컬로 옷만 갈아입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해석을 통해 작품의 옷도 바뀌는 것이다.

 

그 출발은 노래를 어떤 컨셉으로 넣을 것인가로부터 출발한다. “원작이 있는 뮤지컬을 만들 때 어느 부분을 노래로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노래에 대한 컨셉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해요. <내 마음의 풍금>의 노래들은 홍연의 판타지 장면에서 노래가 주로 나와요. 이 작품에서 정했던 제 나름대로 노래를 넣는 규칙이었어요. 그렇게 어느 부분에 노래를 넣을 것인지 컨셉을 만들어가는 것이 해체의 시작인 것이죠.” 영화에서는 홍연의 순수함과 귀여움이 떠오른다면 뮤지컬에서는 시골소녀의 순박한 사랑에 대한 동경이 먼저 느껴진다. 이희준 작가가 주목한 것은 첫사랑보다는 그 나이 때의 아이들이 사랑을 할 때 백일몽처럼 꾸는 아련한 감정이었던 것이다.

 

이희준은 스토리보다는 캐릭터에 집중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사춘기>는 영민(원작 멜히오)이라는 캐릭터에 집중한 경우이다. “<사춘기>에서는 영민에게 불행한 가족에 대한 전사를 만들고, 자신 때문에 친구들이 죽게 되는 인물을 만든 거예요. 원작에서  불법 낙태를 받거나, 낙제 받아서 친구들이 죽게 되는데 엄밀히 멜히오의 잘못은 아니죠.” 원작은 억압적인 교육 속에서 희생되는 세 학생들의 이야기라면 <사춘기>는 영민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된다. 
어린 시절 11년 정도 피아노를 친 것도 뮤지컬 작업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뮤지컬 작가는 특히 작곡가와 많은 교감을 가져야 하는데 음악이라는 같은 언어로 이야기가 통한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다.

 

이희준의 작품에서는 어설픈 해피엔딩을 만들려고 하지 않아서 단백한 맛이 난다. 대중문화인 만큼 제작사나 기획자들의 요구가 만만치 않을 터인데 가벼운 흥미나 유행을 쫓지 않고 자신의 작품 색을 잃지 않는다. 이에 이희준은 연극부터 시작해서 그렇지 않겠냐며 조심스러우면서도 작가다운 대답을 남긴다. “관객들이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것은 알지만 아직은 관객들보다는 드라마를 더 사랑하는 것 같아요.”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