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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Production Note] <날아라, 박씨!> 제작기 [No.115]

사진제공 |모슈컴퍼니 정리 | 나윤정 2013-05-07 4,244

반짝 반짝 우리의 꿈

 

작가의 펜 끝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관객을 만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담기게 될까? 2007년 정준 작가와 조한나 작곡가의 의기투합으로 시작된 작품 <날아라, 박씨!>가 마침내 힘찬 꿈을 펼치며 무대 위를 날았다. 가수를 꿈꾸던 컴퍼니 매니저 오여주가 뮤지컬 주인공이 되는 하룻밤의 기적을 전하기 위해 정준 작가가 흘린 땀방울을 들어본다.

 

 

 

 


 

 

나로부터 출발한 우리의 이야기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나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날아라, 박씨>는 이러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한 작품이다. 주방에 있으면 안 되는 쥐가 요리사를 꿈꾸는 것처럼, 무대 뒤에 있어야 할 스태프가 무대 위를 꿈꾸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특정 업계에 치우친 내용으로 비춰지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이 시대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주인공 오여주를 통해 오늘날 현대인의 자화상을 담아내는 것에 작품의 초점을 두기로 했다.

 

 

 

극중극 구조의 안착 과정
창작팩토리 공모 당선 후 쇼케이스를 앞두고 유한철 연출을 만나게 됐다. 무엇보다 극중극 형식이다 보니 두 개의 이야기 구조를 어떻게 하면 공통적으로 엮을 수 있을지가 화두였다. 세 시간 분량의 작품을 한 시간짜리 쇼케이스로 축약해야 했기 때문에 그 표현이 쉽지 않았다. 일단 바깥극 30분, 극중극 30분으로 구성을 해보았는데 영 매끄럽지가 않았다. 결국 바깥극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방식을 택했지만, 극중극을 잘 드러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마침 <날아라, 박씨!>의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장신대 신학대학원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제안해온 것이다. 전도사 학생들이 직접 출연했고, 나는 연출, 조한나 작곡가는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게 됐다. 2시간 분량의 공연이다 보니 처음으로 극중극 형식을 제대로 올려보는 무대가 되었다. 관객들이 극중극 형식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각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이 제대로 이루어질까? 극중극 부분을 실연하면서, 관객들의 호응을 통해 그간 지니고 있던 궁금증들을 풀 수 있었다. 극중극이 관객들에게 충분히 재미있고, 또 감동을 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다만, 극중극 부분은 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를 DIMF 공연에서 시도했다.


권호성 연출님이 새롭게 작품에 합류한 까닭에 예그린 어워드 준비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우선 여주와 박씨의 외면적인 공통점이 아닌 내면적인 공통점이 부각되도록 이야기를 수정했다. 특히 여주가 느끼는 현실의 매너리즘과 박씨의 콤플렉스가 연결되는 지점을 살려내기 위해 여주와 어머니의 드라마를 강화시켰다. 등장인물이 많다 보니 무대 활용도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했다. 뮤지컬 무대를 단순화시켜 무대 전면, 백스테이지, 사이드 스테이지 등을 가변판을 이용해 표현하기로 했다. 문제는 무대 전환이었다. 오토메이션을 쓸 수 있다면 짧은 시간 내에 깔끔한 진행이 이루어지겠지만, 쉽지 않았다. 소극장 무대이다 보니 전환수가 설 공간조차 없었기 때문에 결국 배우들이 직접 전환을 해야 했다. 대신 이를 작품에 역으로 이용하는 연출로 자연스럽게 전환했다. 극중극의 특성을 살려 전환 장면까지도 극의 일부로 활용한 것이다.

 

 

 

 

 

 

 

친근한 느낌의 오여주 찾기
초연을 앞두고 오디션을 실시했다. 처음에는 너무 예쁘거나 몸매가 좋은 배우가 오여주를 맡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차례 공연을 하다 보니 외모적으로 배역에 특정한 그림을 그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대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느낌을 주는 배우를 찾고 싶었다. 엄태리 배우는 창작팩토리 쇼케이스 때부터 여주와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몇 번 연락을 시도한 적이 있다. 다행히 본 공연 오디션에 참가해 좋은 인연을 맺게 되었다. 홍륜희 배우는 쇼케이스 때부터 계속 공연을 함께 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캐스팅이었다. 칼롯A, 장미, 계화 역으로 여러 차례 무대에 올라 극을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여주 역 또한 잘 소화해내리란 믿음이 있었다.

 

 

 

 

 

 

 

쇼는 계속 된다!
본 공연을 앞두고 총체적으로 드라마 구조, 무대 활용, 음악에 관한 부분들을 검토하며 수정과 보완 작업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각 인물들에 대한 소개, 감정이입 등이 자연스럽게 드라마와 이어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뮤지컬 업계의 철칙에 대해 설명하는 ‘이 바닥 철칙’ 씬을 새롭게 삽입했다. DIMF 공연 때 등장했던 ‘징하디 징한 징크스’ 씬을 바꾼 것이다. ‘몰라 몰라 몰라’ 넘버의 경우 씬과 노래가 반복적으로 구성돼 서로 분별된 느낌을 주던 장면인데, 이번 무대에서는 전체 노래를 언더스코어로 엮어 씬과 노래가 하나로 이루어진 듯한 변화를 주었다. 드라마와 음악이 좀 더 긴밀한 유기성을 지니게 하기 위함이었다.


<날아라, 박씨!>의 특징은 자신을 사랑하는 순간 누구나 주인공이기 때문에 모든 역할들에게 솔로를 준다. 그런데 공연장인 대학로 PMC 자유극장이 음향 잡기가 어려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연 개막 이후까지도 무대 연습에 박차를 가해야 했다.


협소한 무대에서의 장면 전환을 몸에 익히기 위한 연습도 계속됐다. 자칫하면 무대에서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동선 연습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 그런데 조연출 역을 맡은 이명화 배우가 막공 열흘 전에 무대에서 떨어져 코를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1막 중간부터는 아예 나오지 못했고, 극중극 장면이 시작되고 나서야 겨우 무대에 등장할 수 있었다. 정말 비상 상황이었다. 작품 속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배우들은 그 어떤 날보다 리얼한 연기를 했다. 다른 배우들이 조연출의 대사를 어떻게든 메우어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작품 자체의 모토가 ‘Show Must Go On’인데, 그 말이 정말 실감났다. 그래서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그날의 공연을 잊지 못한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5호 2012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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