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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Odd Notes] 김광석 다시 만나기 <그날들> [NO.115]

글 |이민선 2013-05-02 5,003

올해 창작뮤지컬의 키워드 중 하나는 김광석이 아닐까. 지난해 김광석의 고향인 대구에서 초연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서울 대학로에 입성해 지난 3월부터 공연 중이다. 4월에 개막하는 대형 창작뮤지컬 <그날들>에는 창작뮤지컬 경험이 많은 스태프 및 배우들이 한데 모였다. 영화 배급사와 NEW, 서울시뮤지컬단이 합작하는 <김광석>(가제)은 올 연말에 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세 작품 모두 김광석의 노래를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현재 뮤지컬을 즐겨 보는 30대 이하의 관객들에게 김광석은, 그 이름이 낯설지는 않지만 막상 특별한 기억을 떠올리기는 힘든 뮤지션이다. 하지만 뮤지컬 팬이라면 올해에 그의 음악을 유감없이 다시 듣게 될 것이다. 김광석은 1964년에 태어나 1996년에 세상을 떠났다.
서른셋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등지기 전까지 그는 네 장의 정규 음반과 두 장의 리메이크 앨범을 냈다. 그중 「김광석 네 번째」와 「김광석 다시 부르기 I」,「김광석 다시 부르기 II」는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2007년 경향신문과 음악 전문 웹진 가슴네트워크가 52명의 음악 산업 전문가와 함께 선정)’에 포함됐다.

 

 


1989 | 1집 김광석 1  너에게 / 기다려줘 / 그건 너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때문이야 
1991 | 2집 김광석 2nd 사랑했지만 / 사랑이라는 이유로 / 그날들
1992 | 3집 나의 노래  나의 노래 /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 나무
1993 | 김광석 다시 부르기 I  이등병의 편지 / 거리에서 /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1994 | 4집 김광석 네 번째  일어나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서른 즈음에 
1995 | 김광석 다시 부르기 I I  그녀가 처음 울던 날  /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 변해가네

 

 

 

 

 


 

 

 

영원한 가객, 김광석

김광석은 1980년대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서 꽃핀 포크 음악과 민중가요를 기반으로 음악 인생의 싹을 틔웠다. 김민기가 이끌었던 대학생 노래패 ‘메아리’와 ‘새벽’에서 활동하며 노래의 힘과 맛을 익힌 것이다. 이후 그는 노래가 좋아 학업보다는 라이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데 더욱 몰두했다.


김광석의 목소리가 담긴 첫 번째 음반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 1」(1984)이다. 녹음 때는 코러스에 불과했지만, 공연에선 솔로로 노래할 기회도 주어졌다. 가수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컸던 그가 보컬로 참여한 첫 번째 음반은 1988년에 나온 「동물원」이다. 대학 친구 사이던 일곱 명의 음악쟁이들이 그동안 만든 곡들을 모아 음반을 낸 것. 프로라기보다는 아마추어 동아리 같았던 이들이 낸 음반은 소박하고 담담하게 청춘의 일상을 표현한 노래들로 예상치 못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김광석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직업 가수로서의 욕심이 없었다. 그렇게 친구들과는 다른 길을 나선 김광석은 1989년에 첫 번째 개인 음반을 발표했다.


김광석의 1집 음반에 대한 반응은 미미했고, 이어서 발표한 2집과 3집의 성공 이후에야 1집이 재조명을 받았다. ‘사랑했지만’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2집은 사랑 이야기를 담은 발라드 위주로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2집을 발표한 후 김광석은 1991년 7월 한 달간 소극장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이후 매년 여름이면 대학로의 학전 블루 소극장에서 한 달씩 공연했고, 그렇게 1,000회 콘서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화려한 무대 장치나 빅밴드 없이 통기타와 하모니카, 그리고 그의 목소리와 이야기로만 채워졌던 콘서트에 관객들이 밀려들었다. 코앞까지 보조석을 깔고 앉은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침을 튀겨가며 오붓한 분위기에서 이어 나갔던 공연은 대중들로 하여금 김광석을 진정한 가객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나의 노래’와 ‘나무’를 비롯해, 그의 생각이 담긴 가사와 포크록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는 3집은 김광석이 추구하는 음악적 색깔이 잘 드러난 앨범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무명 시절부터 가수로 성공하기까지 많은 변화를 겪었던 그는 서른 즈음에 상당히 혼란스러워 했던 것 같다. 그리하여 그는 「김광석 다시 부르기」를 통해 ‘광야에서’와 ‘거리에서’, ‘변해가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노찾사’와 ‘동물원’ 시절에 불렀던 곡들과 지난 앨범 수록곡들을 다시 부르며, 지난날을 반성하고 젊은 날의 꿈을 다시 시작해보려 했다. 1994년에 낸 4집은 포크송으로 채워졌고 서른을 넘긴 김광석의 진지함을 담아냈지만, 「김광석 다시 부르기」만큼의 관심을 얻지는 못했다.


그리고 1996년 1월 6일 그는 황망하게 가족과 친구들의 곁을 떠났다. 수사 결과 밝혀진 사인은 자살. 3집 발표와 1,000회 공연 성공 후 허탈감과 삶의 무게에 짓눌렸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많다. 그를 잊지 못하는 이들이 지난 2008년 학전 블루 소극장에 김광석 추모비를 세웠으며, 김광석의 고향 대구에는 그의 동상 및 사진, 그림 등이 전시된 ‘김광석 거리’가 생겼다.

 

 

 

 


김광석 다시 듣기

<공동경비구역 JSA> ‘이등병의 편지’
배우 송강호와 이병헌, 이영애, 그리고 박찬욱 감독 모두를 눈여겨보게 만들었던 2000년 개봉 영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북한 병사 오경필(송강호 분)이 보초를 서다 밤하늘을 바라보며 “오마니 생각난다”고 말할 때 흐르는 곡은,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누구든 불러봤을 ‘이등병의 편지’다. 박찬욱 감독 역시 김광석의 팬이었는지, 이어 오경필이 내뱉는 대사는 이거다. “근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대니?”


<클래식>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준하(조승우 분)는 베트남전에 참전하기 위해 입영 열차에 올라타 있다. 기차 밖에서 그를 발견한 주희(손예진 분)는 준하를 부르며 창을 두드리지만, 준하는 입술만 꽉 깨문 채 그녀를 애써 외면한다. 이때 애잔한 하모니카 연주와 함께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 새와 작별하듯’이란 노랫말이 흐른다. “살아서 와야 해”라고 울먹이는 주희와 준하의 이별을 더욱 가슴 저리게 하는 노래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다.

 

슈퍼스타K 4 ‘먼지가 되어’
20대 관객들이라면 아마 이 곡이 가장 친숙하지 않을까. 지난해 치러진 슈퍼스타K 4 슈퍼위크 라이벌 데스매치에서, 비주얼로 인기를 모으고 있었던 두 남성 참가자 로이킴과 정준영이 리메이크했던 ‘먼지가 되어’. 김광석의 포크록 송에 현대적이고 강렬한 록 사운드를 더해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 방송 덕에 젊은 시청자들은 ‘바하의 선율에 젖은 날’이니 ‘작은 가슴을 모두 모두어’ 같은 가사가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을지도.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5호 2012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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