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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Travel] 옥주현의 독일 베를린 방문기 [NO.112]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구술 | 옥주현 | 정리 | 정세원 2013-01-08 5,236


옥주현 <엘리자벳> 20주년 축하 기념 무대에 오르다

 

지난 12월 17일, 뮤지컬 <엘리자벳>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체코, 일본 등 전 세계 엘리자베트 역의 대표 배우들이 베를린에서 모였다. 독일어권 최대의 TV쇼인 <헬레네 피셔 쇼(Die Helene Fischer Show)>에서 축하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한국 대표 배우로 독일을 다녀온 옥주현이 4박5일간의 짧은 여행기를 사진과 함께 보내왔다.

 

 

 

 

12월 16일/설레는 가슴 안고 베를린으로 출발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 잠시 잊고 지냈던 <엘리자벳>을 다시 만날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2011년 겨울, 공연을 앞두고 황후의 흔적들을 만나기 위해 오스트리아를 찾았을 때도 많은 것들이 신기하고 새로웠는데, 이제는 <엘리자벳> 20주년 축하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베를린을 찾게 되다니. 게다가 오스트리아, 헝가리, 핀란드 등 6개국의 엘리자베트 배우들과 함께! 얼마나 설레던지 12시간의 긴 비행 시간에도 피곤한 줄 모르고 <헬레네 피셔 쇼>가 공연될 벨로드롬(Velodrom)으로 달려갔다. 도착하니 오랜만에 만나는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따뜻한 손을 잡으니 내 몸을 짓누르고 있던 피로들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와 함께 찾은 음악 연습실. 오랜만에 불러보는 ‘나는 나만의 것’ 단 한 곡으로 난 다시 오스트리아의 황후가 되어 있었다.
 

 

 

 


12월 17일/7개국의 엘리자베트 배우들의 첫 만남
아침 7시. 나도 모르게 눈이 떠진 아침이다. 아마도 오늘 있을 리허설과, 여섯 명의 엘리자베트들을 만나는 설레는 일정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나만의 것’ 사전 녹음도 잡혀있었기 때문에 30여 분 정도 목을 풀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행사에서 내가 부를 대목은 ‘나는 나만의 것’ 1절 하이라이트 부분이었는데, <헬레네 피셔 쇼>는 방송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아티스트들의 곡을 사전 녹음해 진행하고 있었다. 대기실로 각국의 엘리자베트 배우들-안네미케 반 담(오스트리아), 베르나뎃 바고(헝가리), 마키 이치로(일본), 테레스 칼슨(핀란드), 마이케 보어담(네덜란드), 세실 네르폰트(스웨덴)-이 도착했다. 우리는 같은 인물이 입지만 각 나라의 특성과 개성이 담겨 있는 일곱 벌의 드레스를 보면서 서로의 의상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내가 입는 1막 마지막 드레스를 보고 ‘이 긴 드레스를 입고 어떻게 공연 하냐’며 질문을 하기도 했다.


마침내 리허설 무대로 향했다. 베를린 TV 크리스마스 최고의 쇼인 만큼 오케스트라와 화려한 무대, 특히 조명이 무척 아름다웠다. <엘리자벳>만을 위한 무대가 설치됐고 7개국의 엘리자베트가 무대에 올랐다. 동선도 맞추고 노래도 맞추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하나의 엘리자베트가 된 것 같았다. 

 

 

 

 

 

12월 18일/감격의 무대에 오르다 
오늘은 방송 녹화가 있는 날이다. 아침부터 비 내리는 베를린을 내려다보니 괜히 더 운치 있어 보인다. 이미 리허설을 두 번이나 진행한 덕분인지 녹화 날인데도 더 여유로운 기분이 들어 베를린 시내 투어를 나섰다. 베를린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불린다는 ‘베를린 돔’을 찾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을 받아 본래의 화려함을 소실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검게 그을린 듯한 벽면과 푸른빛의 돔 지붕도 인상적이었지만 스테인드글라스와 천장의 모자이크화를 보면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명문가 가문의 묘지 용도로 지어진 교회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교회 내부가 관들로 가득했다. 짧은 시간 짬을 내어 둘러본 단 하나의 관광지였는데 정말 만족스러웠다. 관람을 하고 나오는 길에 기념품 가게에 들러 <황태자 루돌프> 마리의 소품으로 쓸 만한 물건을 하나 샀다. 1막의 ‘알 수 없는 그 곳으로’ 장면에서 사용할 생각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공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최종 리허설에 참가하고 메이크업, 헤어와 의상까지 모든 준비를 맞췄다. <엘리자벳>이 쇼의 대미를 장식하는 공연이다 보니 대기 시간이 길었다. 이 틈을 탄 엘리자베트들은 함께 사진을 찍으며 행복한 순간을 기록했다. 같은 역할을 연기하고는 있지만 각기 다른 매력의 엘리자베트들을 만나게 된 것이 행운 같다. 


드디어 무대에 오를 시간. 떨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섰고 ‘나는 나만의 것’이 시작됐다. 어제 관객들과 함께한 리허설과는 또 다른 설렘에 가슴이 뛰었다. 모든 관객들이 손을 모아 경청해주었고 각국 엘리자베트를 박수와 환호로 맞아주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무대를 내려와 함께한 배우들과 이메일 주소를 교환하고 기념 선물로 준비해 간 <엘리자벳> 한국 버전 OST를 선물했다.

 

 

 

 

12월 19일/행복한 추억을 가슴에 품고 
4일간의 짧은 일정을 마쳤다. 행복한 추억을 마음 가득 안고 발길을 돌려서 그런지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초청받고도 한참을 고민했는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인들에게 한국의 <엘리자벳>을 짧게나마 보여줄 수 있어 행복했고 의미 있는 일정이었다. 관객들이 보내주는 박수와 환호는 언제나 감동이지만, <엘리자벳> 20주년 축하 무대에서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울컥함이 나를 압도했다. 다시 경험할 수 없는 무대라 더 그랬던 것 같다. 한국 뮤지컬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르니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1호 2012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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