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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돈 주앙>의 엄태리 [No.70]

글 |배경희 사진 |이맹호 2009-07-06 6,257

 

배우 혹은 여배우 그 이상의 궁극의 지점을 향해

 

“사랑에 빠지는데 꼭 이유가 필요한가요?” 조금만 어긋나도 설득력을 잃을 수 있는 마리아라는 인물을 어떤 마음으로 표현하냐는 질문에 엄태리는 이렇게 답했다. <돈 주앙>의 마리아는 그녀만큼은 안 그럴 것 같았는데, 어김없이 나쁜 남자 돈 주앙과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엄태리가 덧붙인다. “저는 오히려 연출가 웨인에게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데 꼭 저주가 필요하냐고 물었어요. 사랑은 이성적인 판단을 압도하는 강렬한 감정이고, 더욱이 마리아는 마음이 뜨거운 예술가잖아요.”

 


엄태리에게 온 몸으로 사랑에 빠진 마리아를 연기했다는 평가를 남겨준 <돈 주앙>은 그녀의 일곱 번째 작품이다. 스타의 산실, 중앙대 연극영화과에서 배우의 꿈을 키운 엄태리는 어서 빨리 데뷔하려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기 위해 서두르지 않았다. 전 세계에 우리의 문화를 알리러 떠난 학교 선배의 메일을 받고 무작정 일 년간 세계일주에 나섰는가 하면, 시간 낭비라는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극을 배우러 중국으로 유학을 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경험한 후에 오히려 ‘예술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배우의 길을 주저했다. 큰 포부보다는 뜻밖의 계기로 <그리스>로 무대에 섰다. 뮤지컬도 철학을 담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지킬 앤 하이드>와, 솔로곡을 부른다는 것의 희열을 선물한 <스펠링 비>, 자신이 맡은 인물에 몰입하다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일깨워준 <빨래>를 거쳐 <돈 주앙>을 통해 비로소 ‘이 길이 내 길이다’는 확신을 가졌다. 자신의 성격대로 서두르지 않고 한 작품, 한 작품을 거치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 차츰 그 매력에 빠져든 셈이다.
먼 미래를 내다보기보다 현재를 즐기는 배우 엄태리는 죽는 그날까지 배우만 하겠다는 말 대신 “끊이지 않고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면서 매 작품마다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최선을 다하기 위해 데뷔 후 처음으로 휴식의 시간을 가졌던 그녀는 이제 곧 다시 마리아로 무대에 오른다. “관객의 눈높이와 똑같으면 예상하지 못한 감동을 주기 힘들다”며 웃는 엄태리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건넸다. 그녀의 바람대로 뜨거운 여름날, 이곳이 아닌 세비야에 어딘가에서 석상을 조각하고 있을 마리아의 감성을 찾아 나타나주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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