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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미스 사이공> 김선영의 일기 [No. 79]

글 |김선영 정리 | 배경희 2010-05-17 6,426


<미스 사이공> 김선영의 일기

 

 

<미스 사이공>이 국내 초연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세계 4대 뮤지컬로 뽑히는 <미스 사이공>은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사이공 주둔 미군 병사 크리스와 베트남 여인 킴의 사랑을 그린 작품. 초연에 이어 다시 크리스의 미국인 아내 엘렌을 연기하게 된 김선영이 <미스 사이공> 무대 리허설 10일간의 일기를 보내왔다. * “”로 표시된 부분은 김선영이 전화상으로 한 말이다.

 

3월 4일 무대 리허설 6일째 
오늘 리허설은 메이크업을 하고 진행됐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 탓인가. 계속되는 테크니컬 리허설로 조금씩 지쳐가는 기분이다. 낮에는 이정열, 이건명, 임혜영 캐스트로, 저녁에는 김성기, 마이클 리, 김보경 캐스트로 연습이 진행됐다. 배우마다 에너지 자체가 다르고 해석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무대에서 순발력을 발휘해야 할 때가 있을 것 같다. 초연 때와 가사가 많이 바뀌어서 초연에 참여했던 배우들이 가사를 헷갈려 하고 있다.(“초연 멤버들은 무의식중에 자꾸 옛날 가사가 튀어나오더라고요. 마이클 리는 한국말이 서툴러서 더 그럴 텐데 바뀐 가사에도 힘들어하지 않고 잘 적응하려고 노력해요”)

 

3월 5일 무대 리허설 7일째
날씨가 춥다. 아침 10시부터 23인조 오케스트라와 시츠프로브(Sitzprobe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 이루어지는 첫 번째 리허설)를 했다.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첫 연습이라 연습실은 기분 좋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음악감독인 가이 심슨과 김문정 감독의 지휘로 해외 음향팀과 전체 스태프, 배우들이 모여 연습이 진행됐는데 다들 실제 공연처럼 정말 열심히 했다. 혜영이는 연주를 듣는데 갑자기 눈물이 난다고 했다. 난 그 마음이 이해됐다. 나 또한 그랬으니…. 4년 전의 감동이 다시 살아나는 아침이었다.

 

3월 6일 무대 리허설 8일째
오늘 갑자기 엘렌의 헤어 컨셉이 바뀌어서 당황스러웠다. 의상과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수지가 엘렌을 1970년대의 전형적인 미국 여자로 표현하고 싶다며 가발 길이를 대폭 줄이는 바람에 단발머리가 돼버렸다. 무대에서 어떻게 보일지 잘 모르겠다. 잘 어울려야 할 텐데.(“솔직히 처음에 가발이 마음에 안 들어서 스트레스였어요. 단발머리는 무대에서 여배우가 소화하기 힘들거든요. 먼저 가발로 시도해 보자고 하기에 해봤더니, 잘 어울린다는 거죠.(웃음) 알겠다고 하긴 했는데 여전히 어색하더라고요. 계속 수정을 하다 지금은 결정됐어요”)

 

3월 7일 무대 리허설  9일째 
주로 극장 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는데 오늘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반찬이 좀 부실했다. 낮에는 피아노와 함께 두 번째 런 스루 연습이 진행됐다. 캐스트는 김성기, 마이클 리, 김보경. 두 번째 런 스루라서 어제보다는 전체적으로 좀 더 안정된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무대 위의 보경이는 소녀에서 어느새 성숙한 여자로 변해 있었다. 4년 전보다 보컬도 강해지고 연기도 깊어진 것 같다. 보경이가 연습하는 걸 보고 있자니 초연 때가 생각나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주책이다. 저녁에는 처음으로 오케스트라가 합류해서 1막 연습을 진행했다. 역시 오케스트라가 음악으로 무대를 꽉 채워주니까 배우들의 기량이 더욱 빛을 발하는 듯 하다.

 

3월 9일 무대 리허설  10일째
일요일 연습에 이어서 오케스트라와 함께 2막 리허설을 진행하는데(공연 컨디션을 위해 2월 말부터 월요일에 쉬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연습하는 걸로 연습 스케줄이 변경됐다) 호텔 장면 연습 중 갑자기 정전이 돼 연습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연습실에서 마지막 런 스루를 할 때도 정전으로 연습이 중단되는 일이 있었다.(“런 스루 1막이 끝나고 연출 대런이 “블랙 아웃”을 외치는 순간 불이 꺼졌어요. 실제 공연처럼 느끼라고 일부러 그런 건 줄 알고 박수를 쳤는데 불을 안 켜는 거예요. 알고 보니 정전이 된 거였어요. 타이밍이 얼마나 정확하던지 순간 소름이 쫙 돋더라고요. 우리끼리 대박 징조 아니냐며 좋아했죠. 하하) 공연 때는 무사해야 할 텐데.

 

 

3월 10일 무대 리허설 11일째
처음으로 1막과 2막을 연결해서 공연처럼 리허설을 진행했다. 오케스트라와의 호흡도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협력 연출 대런은 킴이 죽는 마지막 장면에서 더 드라마틱한 느낌을 주기 위해 조명과 동선의 위치를 계속 조정했다. 커튼콜까지 연결해서 리허설을 끝내고 나자 정말 초연 때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3월 11일 무대 리허설 12일째
내일 있을 오픈 리허설을 앞두고 최종 리허설이 진행됐다. 내일 무대는 초연 멤버들이 서기로 했다. 모두들 컨디션이 좋아 보여 다행이다.

 

3월 12일 오픈 드레스 리허설
오늘은 드디어 관객과 함께 공연을 했다. 가족이나 친구들, 관계자들을 초대해서 실제 공연처럼 진행하는 오픈 드레스 리허설이었다. 2주 동안 텅 빈 객석 앞에서 리허설을 하다보니 객석에 관객들이 앉아 있다는 게 낯설게 느껴졌지만, 공연은 사고나 실수 없이 매끄럽게 진행됐다. 무대 리허설을 많이 했던 것이 공연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뿌듯했다.(“그동안 무대에 많이 섰고 이미 했던 작품이니까 안 떨릴 법도 한데 여전히 긴장되더라고요. 송 스루 형식의 뮤지컬이라 중간 중간 박수치기가 힘든데도 배우들 힘내라고 다들 박수도 열심히 쳐주고 호응이 정말 좋았어요. 관객 앞에서 한 공연이니 첫 공연이나 다름없는 셈인데 첫 공연을 기분 좋게 마쳐서 좋아요”)

 

3월 13일 프리뷰 공연 첫째 날
오늘부터 메인 연출 로렌스 코너와 함께 연습에 들어갔다. 어제 한국에 도착해 오픈 드레스 리허설을 본 로렌스가 주역 멤버들에게 노트를 하기 위해 오전부터 연습실에 모였다. 프리뷰 첫 공연을 앞두고 있다보니 노트가 많았다.(“정서적인 노트가 많았어요. 연기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살아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죠. 픽션이지만 소재가 되는 베트남 전쟁은 역사적 사실이니까 그런 전쟁의 아픔이 무대 위에서 현실적으로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오후에는 첫 공연을 앞두고 오프닝 장면과 드림랜드 장면을 연습했다. 더 많은 에너지와 리얼한 드라마가 요구됐다. 첫 공연이라 다소 긴장했지만 모두들 열정적인 연기를 펼쳤고 관객들도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는 듯 했다.

 

3월 14일 프리뷰 공연 둘째 날 
공연이 끝나고 전 배우와 스태프들이 함께 모여 극장 근처에서 시파티를 했다. 서로를 축하하고 격려하는 따뜻한 자리였다. 로렌스는 다음주 토요일 본 공연 때까지 열심히 연습하고 무대에 오른다면, 본 공연은 완벽할 거라고 자신한다며 건배 제의를 했다. 그동안 쉼 없이 달려온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웠다. 본 공연까지 모두들 파이팅!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79호 2010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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