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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Memory] 최민철의 그때 그 시절 [NO.92]

사진제공 |최민철 정리 | 배경희 2011-06-08 5,004

내 인생의 캐릭터 철수

 

 


 

“너 좀 하얘졌다. 분장 값 들겠어.” 학전 20주년 특별 공연 연습을 위해 모인 자리에서 김민기 선생님이 절 보자마자 하신 말씀입니다. 그렇잖아도 까만 편인데 무슨 역이기에 그랬느냐고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 역할은 흑인 혼혈아 철수였죠. 선생님의 지도 아래 연습을 하면서 오랜만에 혼도 나고(선생님께는 모두가 야단을 맞습니다) 옛날 생각이 참 많이 났어요. 사실 이제는 경력도 좀 있고 나이도 있다 보니 어딜 가나 절 혼내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김민기 선생님께 옛날처럼 혼이 나니 고향에 온 것처럼 기분이 묘했죠.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요.


<지하철 1호선>은 오디션을 보고 참여하게 된 작품인데 거기에 얽힌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원래는 (서)범석이 형이 철수를 하려고 했었다는 사실이죠. 그런데 제가 오디션 현장에 나타난 거예요. 참고로 당시 전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었고 범석이 형은 그때도 ‘서범석’이었어요. 하지만 <지하철 1호선>에서는 철수가 제일 무서워 보여야 하는데 제가 거지를 하기에는 철수보다 더 무섭게 생겼잖아요. 그래서 범석이 형이 안경을, 제가 철수를 하게 된 거죠. 형은 아직까지도 저 때문에 철수 못했다는 이야기를 농담 삼아 하곤 해요.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전 그때 안경을 하고 싶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때 조연출이 김윤석 형이었어요. 연기 엄청나게 잘하는 김윤석 형이요. 형도 <지하철 1호선>에서 철수를 했었기 때문에 저에게 각별한 애정이 있었어요. 매일 형이 사주는 술을 얻어먹으면서 욕도 같이 먹었죠.(웃음) 어마어마한 선배들 틈바구니 사이에서 연기를 너무 못하니까 사람 취급도 못 받았어요.


사실 학창시절에 <명성황후>로 얼결에 데뷔했을 때만해도 어떤 배우가 되겠다, 같은 거창한 포부를 가지고 뮤지컬을 시작한 게 아니라서 뚜렷한 목표 의식이 없었어요. <지하철 1호선>을 통해서 단순히 뭔가를 많이 배웠다기보다는 배우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고 할 수 있죠. 지금도 힘들 때면 <지하철 1호선> 대본을 보는데 그때 아무 생각 없이 받아 적었던 게 이제 이해되기도 하고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주죠. <지하철 1호선>은 제 인생에서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공연이에요. 

 

 

 

사진설명

위쪽 2002년 <지하철 1호선> 공연 사진과, 학전 20주년 기념 공연에서 (최)재웅이와 찍은 기념 사진. 9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 모습에는 별 차이가 없지 않나요?

아래쪽 제 데뷔작인 <명성황후>와 두 번째 작품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출연 당시 모습이에요. 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사진 속에서 등을 돌리고 서 있는 남자는 (조)승우라는 사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2호 2011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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