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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ulture In Musical] 그들의 미션은 정의로웠나 <미션> [No.90]

글 |이민선 2011-03-15 6,219

콜럼버스가 인도라고 생각했던 카리브 해의 서인도 제도에 도착한 후,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땅에 거대한 고대 문명과 풍부한 재화가 쌓여있음을 발견하고 스페인과 이웃 국가 포르투갈은 남미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300여 년간 남미의 땅을 식민지로 삼아 그들이 갖고 있던 고대 문명과 문화, 인종들을 유럽에서 넘어온 종교와 언어, 혼혈 인종으로 바꾸었다. 애초에 유럽인들이 새로운 땅을 찾아 나선 것은 신대륙에 대한 호기심도 영향을 미쳤지만, 향신료를 비롯한 물질을 얻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콜럼버스의 두 번째 항해에 신부가 동행하면서 신대륙 탐험은 정복과 선교 두 가지 뜻을 이루는 일이 되었다. 이들은 식민지의 물질과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자연스럽게 점령한 땅마다 광장을 만들고 광장 한쪽에는 교회를 세웠다.

 


새로운 낙원에 도착하여 남미의 땅을 정복하기 시작한 유럽인들은 그곳의 원주민들에 대한 보호권을 갖고 그들의 노동력을 징발하며 그들에게 신앙을 전파했다. 보호권이라는 명목으로 원주민들의 땅을 강제로 약탈하는 일이 늘어나자, 일부 선교사들은 이에 반발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터에 침입한 것도 모자라 그들을 노예로 만들어 사고파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 의문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정복자들은 원주민들을 인간이 아닌, 영혼도 없는 짐승으로 취급했기에 그에 대해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당시 유럽인들에게 인권이란 백인에게만 한정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거친 자연 속에서 원시적인 생활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점이나 호전적인 성향, 심지어 자녀를 죽이는 풍습 등은 원주민들에게 인간성보다 동물성이 더 강함을 증명하는 셈이었고, 이는 정복자들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었다(이에 대해서 <미션> 속 가브리엘 신부는 원주민들이 정복자들을 피해 달아나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들을 하나씩 업고 달려야 하므로 세 번째 아이는 죽일 수밖에 없다고, 이들의 풍습을 생존 방식으로 두둔했다).


일부 사제들이 원주민 정복에 반하였지만, 정복자들이 식민지에 대해 가진 강력한 경제적 이해 논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권위가 교황에게서 왕으로 넘어간 시대에 교황이 주장하는 평화적인 개종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스페인 왕실도 바다 건너에서 정복자들의 권력과 재산이 과도하게 증대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이유로 무력 정복에 부정적인 시각을 표하기는 했으나, 현실적으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정복자들의 만행에 적극적인 제재를 가하지는 못했다.

 


선교사들의 열정도 선교 초기에 비해 점차 시들어 가고 식민지의 생활에 적응하게 되면서 그들도 재산을 축적하는 일에 뒤처지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마지막에 신대륙에 등장한 예수회는 그들이 모은 재원을 교리에 맞게 교육 기관을 운영하고 선교하는 데 활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정도였다. 예수회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선교를 행함에  유럽의 관점을 버리고 현지인들의 문화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특성에 맞는 개화 활동을 펼쳤다는 점이다. 1585년에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통해 아순시온(현재 파라과이의 수도)에 도착한 다섯 명의 회원들을 시작으로, 예수회는 그곳의 과라니족들을 대상으로 가장 왕성한 선교 활동을 벌였다. 예수회는 원주민에게 스페인 정복자들로부터의 자유를 보장하고 그들이 벌어들인 수입은 공평하게 나눠주었다. 예수회 신부들이 수많은 원주민에게 세례를 베풀고 원주민 보호 구역을 지정해서 그들을 보호하려 했지만 노예상의 침입은 계속되었다. 원주민들의 생존 문제까지 배려할 의지는 없었던, 식민지에서 멀리 떨어진 본국에서 땅 나눠 먹기를 하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왕이 1750년에 식민지 영토의 경계를 정하는 조약을 맺음으로써 명목상으로나마 노예상의 횡포에서 벗어난 스페인령이던 과라니족의 땅이 포르투갈에 양도되었다. 포르투갈은 군대의 힘으로 저항하는 원주민들을 학살하거나 추방하였고, 예수회 신부들 역시 추방되었다. 황금과 향신료를 찾아 신대륙에 온 문명인들은 근대적인 국가 건설을 명목으로 그곳에 있던 원주민의 땅을 빼앗고 변형시키는 데 죄책감 대신 영웅심을 가졌을 것이다. 그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과 원주민이 가진 본성과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기저에 깔고 제작된 것이 영화 <미션>이었다. 이 명화는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개발과 문명의 희생양이 된 원주민을 종교를 넘어서 인간적인 시선에서 위로하려 했다.


문명화된 현대인의 시각에서 행해지는 개발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원시의 자연과 문명을 보존해야 한다는 경고성 스토리는 여러 장르를 통해 소개되곤 한다. 이를테면, 아이러니하게도 최첨단의 영상 기술로 선보였던 영화 <아바타> 역시 미래의 지구인이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판도라 행성에 침략하여 그곳의 자연을 해치는 데 경종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런 이야기에서 신대륙을 식민지 삼아 강제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물질을 얻으려 하는 정복자들이 있다면, 원주민의 편에서 그들을 해치지 않고 개발을 진행하려는 지식인들도 있다. 물론 신대륙을 향한 호기심과 개발 의지는 모두에게 있다. <미션>에서 불법적으로 노예 매매를 일삼던 스페인과 포르투갈 귀족처럼 <아바타>에는 무력으로 판도라 행성에 사는 나비족을 밀어내려는 쿼리치 대령이 있다. 이들은 비인간적인 악역을 맡았고, 반대편에서 예수회 신부와 아바타 프로그램의 연구자들이 좀 더 인도적인 성격으로 원주민을 대한다. 원주민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개발시켜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점에서 예수회의 선교 활동과 아바타 프로그램의 실행은 유사한 데가 있다. 그중에서도 외부의 압력이 심해졌을 때 자신이 택한 정의를 위해 물리적으로 적극적인 저항을 행하는 사람이 로드리고 신부(<미션>)와 제이크 설리(<아바타>)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력을 행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는 사람이 가브리엘 신부와 그레이스 박사이다.


로드리고 신부와 제이크 설리는 우연찮게 발을 들여놓은 원주민의 땅에서 예상치 못하게 그들에게 감화되어, 원주민을 개화시키고 그들에게서 취할 수 있는 재화와 재능을 빼앗기보다 오히려 그들의 삶과 정신에 매료된다. 여기서 정복자들이 갖지 못한, 과라니족과 나비족만의 재산은 풍요로운 재화와 에너지원이기 이전에 경이로운 자연이다. 문명화된 인간의 눈에 에덴동산으로 비칠 정도로 그들을 품은 자연은 어떤 종교를 넘어선 신적인 영역처럼 보인다. 그러니 결국 그 성지를 침략한 인간에게 주어지는 것은 신에게 도전한 죄에 대한 벌일 것이다.

 


<미션>에서 군대의 무력에 힘없이 무너진 원주민 중 살아남은 몇 명만이 더 높고 험한 밀림 속으로 도망간다. 이후에도 집요한 정복자들은 인간적인 터전으로 발전시킨다는 명목으로 침략의 범위를 더욱 확대하고 원주민의 생명력은 그 빛을 잃어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아바타>에서 결국은 판도라 행성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지구인들의 뒷모습에서도 이들이 언젠가는 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다시 또 판도라 행성에 돌아오리라는 의지가 느껴져서 여전히 속죄하지 못한 인간의 모습에 회의가 든다. 비단 우리가 탱크와 총을 가지고 오지의 어떤 나라를 쳐들어가지 않았더라도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삶을 경시하고 있으며, 동시에 더 강한 권력을 가진 이로부터 우리 역시 경제적.정신적 침략을 당하고 있음은 이 약육강식의 세상을 살다보면 느낄 수 있다. 의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다가 어느 날 문득 이런 불편한 현실을 깨닫게 되면 암묵적으로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에 뜨끔하기도 하고 불쾌해지기도 한다. 강압적인 방식이든 부드러운 방식이든 이민족의 본성을 개화하고 새로운 사상을 주입시키는 일이 좋은 것인지 원론적인 의문을 갖기 전에, 그런 교묘한 방법으로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 할 때 나 스스로가 그 옳지 못한 일에 맞설 용기라도 있는 사람인지 그것이 좀 더 의심스럽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0호 2011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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