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최전선에서
관객은 한 장의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좌석과 할인율, 이벤트 등의 정보에서 최적화된 조건을 찾고 싶어 한다. 관객이 이렇게 꼼꼼히 살펴 예매하고, 공연장에서 티켓을 찾는 과정까지, 한편에서는 관객의 나이와 성향을 살펴 제각각의 관객에게 맞는 서비스를 찾아내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티켓 예매처, 공연장, 기획사에서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으로 불리는 고객 관리를 주 업무로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김설화 티켓 매니저/ 충무아트홀 공연 기획부(6년 차) 업무|티켓 자체 시스템 관련 업무, 서비스 플라자, CRM
김민희 과장/ 클립서비스 CRM팀(10년 차) 업무|고객 센터, 자체 회원 사이트 및 멤버십 관리
이지예 대리/ PMC프러덕션 마케팅 1팀(4년 차) 업무|기업 영업, CRM (I-PMC 예매처 관리, 웹진, 뉴스레터 발행)
고객의 오감 만족을 위해 다양하게 고민하다
>>CRM이란 개념이 관객에게는 생소할 것 같은데, 업무의 흐름 안에서 설명하자면?
이지예 : 한 공연의 프로젝트가 주어지면 부서별 기획 회의를 통해 마케팅 방향을 정하고, 각 예매처에 좌석을 배분해요. CRM 팀은 고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좌석을 얻고자 치열하게 설득을 하죠. 이후, 공연 상품을 고객에게 공개하고, 예매 시 회사마다 티켓 마스터 팀(또는 티켓 운영 팀)에서 발권해 고객들에게 전달하게 되고요. 나중에 그 고객의 구매 정보와 분석 자료가 데이터베이스(DB)가 되어서 각각의 부서별로 전달 자료가 되는 거죠. 이게 일반적인 프로세스지만, 지금은 마케팅 기획 단계에서부터 내가 가지고 있는 회원 DB를 활용해서 각각 어떤 마케팅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이 예전과 달라진 점이에요. 예전엔 단순히 고객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마케팅 기획단계에서부터 회원 맞춤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세분화해요. 예전에는 단지 마케팅 안을 고객에게 적용을 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고객을 주체적으로 가운데 두고 마케팅 안을 짜는 것으로 변했어요.
김민희 : 저희는 두 가지 성격인데, 매니지먼트를 의뢰받아 진행하는 공연에는 마케팅 팀, 기업마케팅 팀, 티켓 매니지먼트 팀, CRM 팀이 모여서 전반적인 운영 안을 결정해요. 각 팀에선 각자에 맞는 고객 및 파트너사에 판매를 진행하고, 예매 DB가 쌓이면 티켓 매니지먼트 팀에서 클립과 다른 예매처의 데이터를 모아 현장에서 진행해요. 저희가 직접 영업을 하거나 판매 위탁을 의뢰받아 저희가 가진 채널들을 통해 판매하는 공연의 경우에는 모인 데이터를 해당 기획사로 전달해드리죠.
이지예 : 사실 기획사에서 CRM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아요. 예매처를 통해 우리 공연 티켓을 구매하는 고객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어 고객의 구체적인 니즈를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한편으로는 다양한 공연을 판매하는 예매처와 달리 기획사 자체 콘텐츠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그 공연들로 CRM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아요. PMC는 공연 콘텐츠가 많고, 서울에만 9개의 공연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CRM에 큰 비중을 둘 수밖에 없어요. 공연장이 CRM이 더 잘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시즌별로 계속 공연이 올라간다는 점 때문이잖아요. 코엑스 아티움이라는 공연장을 위탁 운영하게 되면서 그 중요도를 더 절감하게 되었어요. 초반엔 회원들에게 공연 할인 안내 메시지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할인율로만 관객을 끌기엔 부족해서 CRM으로 어떻게 하면 좀 더 고객을 만족시키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고객 입장에서 좀 더 편리할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컴플레인을 매끄럽게 해결하는 것은 당연하고, 티켓 마스터와 하우스 어셔가 어떤 의상을 입고, 어떤 표정과 자세로 티켓을 전달하는지, 공연장 분위기는 어떤지도 고객 커뮤니케이션의 한 부분이라 보고 있어요.
국내외 관객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노력
>>각각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해온 노력은 어떤 것인가요?
김설화 : CRM을 위해 2년 전에 자체 티켓 예매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일단 티켓 판매로 회원을 모아 DB가 쌓이다 보면, 고객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겠단 생각에 자체 시스템에 ‘명당찾기’라는 이름을 붙이고 회원 선예매, 할인율 제공 등의 홍보에 주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시스템 도입 후 회원이 3배 정도 증가했어요. CRM은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서 마케팅적으로 큰 무기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공연 종료 후 연령, 지역, 구매 패턴 등을 분석해서 SMS나 메일링을 진행하는 정도지만 앞으로 어떻게 활용해서 마케팅과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게 할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에요. 요즘은 좋은 극장이 늘면서 극장도 마케팅이 필요한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 고객도 관리하면서 기획사도 같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제 개인적인 목표에요. 그런 면에서 CRM은 꼭 필요한 부분이란 생각이 들어요.
김민희 : 클립서비스 자체 사이트는 약 10년간 뮤지컬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이용해주셨어요. 한편으로 저희는 약 5년 동안 기업의 임직원과 기업의 고객들을 위한 CRM을 구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B2B(Business to Business), B2C(Business to Customer)업무가 활성화될수록 저희의 회원정책과 많이 부딪히게 되고 아무래도 저희 자체 고객 CRM은 규모가 작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지금 관객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지난 2년간 고민하며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게 되었죠. 공연을 정말 좋아하는 분들을 모아서 그분들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만들자는 취지 아래, 관객들이 티켓을 구매하고, 공연을 즐기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서비스를 구축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박스 선구매가 가능한 기업 판매에 대해 개인 고객들은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
김민희 :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클립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기업 임직원에 대한 서비스는 CRM 팀에서 진행을 했고, 기업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B2C 부분은 기업 마케팅 팀에서 진행을 했는데, 이번에 두 사업을 합쳐 기업에 대한 서비스 부분으로 별도 구성하여 기업 마케팅 팀과 CRM 팀의 멤버들이 모인 새로운 파트에서 전담을 하게 돼요. CRM 팀은 공연을 좋아하는 관객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업무로 아예 새로운 CRM을 구축하려고 하는 단계예요. 사실 금융권이나 기업에 대한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고객이 많이 이탈한 것도 사실이죠. 앞으로 진행될 좌석 연동 서비스, 이것이 어느 정도 해결해줄 것이라 생각해요. 좌석을 동시에 전체 오픈 하는 서비스인데, 공연계 흐름을 바꿔놓지 않을까 싶어요. 이 흐름에 따라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겠죠. 전에는 좋은 좌석을 제공하는 것이 멤버십의 혜택 중 하나였는데, 이제 그것은 고객 스스로의 몫이 되고, 회사로서는 개별 고객 관리를 위해 개발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새로운 숙제가 생기는 셈이죠.
이지예 : 저희도 예전엔 단체 판매분을 묶어두고 오픈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무래도 개인 고객들께는 상당히 실례잖아요. 그래서 이후에는 티켓 오픈 전까지는 100명이든, 200명이든 기업 단체를 받지 않고, 일반 고객과 기업 고객이 같이 예매하는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어요. 뮤지컬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커뮤니티가 굉장히 중요했기 때문에, 좋은 좌석과 할인율을 미리 확보해드렸지만, 뮤지컬 시장이 커지면서 일반 대중들도 뮤지컬을 보러 오잖아요. 요즘에는 커뮤니티와 마찬가지로 기업에도 양해를 구하고, 오픈 후 판매가 가능할 때 다시 이야기해서 그때까지 팔린 좌석을 제외하고 최대한 좋은 좌석으로 판매를 해요. 그러니 고객의 컴플레인도 덜 받게 되더라고요. 물론 박스 판매의 경우는 완전한 B2B 개념이라 조금 다르게 이해해주셨으면 해요.
김설화 : 극장에서도 무조건적으로 기획사들이 판매하는 부분을 막을 수는 없죠. 하지만 티켓 오픈일 전에 기획사에서 미리 판매한 좌석에 대한 컴플레인을 저희가 감수하긴 어려운 부분이에요. 그래서 저희 나름의 자구책으로 저희 좌석 배정분에 한해 저희 회원에게 먼저 오픈하는 회원 선예매를 계약 조건으로 진행해요. 웬만한 박스 판매나 층 전관이 아닌 이상 저희에게 좌석을 우선 오픈을 해달라고 기획사 측에 협조 요청을 하고 있어요.
>>요즘 외국인 관객들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 이들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법은?
이지예 : <난타>의 경우 80% 이상이 외국인 관객이에요. <젊음의 행진>의 이지훈, 온유 캐스팅 때도 마찬가지고, 일본 관객이 굉장히 많죠. 저희 사이트에는 외국인 서비스 페이지가 있기 때문에 홈페이지에 들어오셔서 구매하시는 비율이 높아요. 이전엔 일본 예매 사이트에 <난타> 티켓을 오픈하면, 거기서 구매, 발권해 오시는 분들이 많았죠. 그런데 2009년 <난타>를 관람한 일본인 개별 관광객이 5만 명이에요. 이 수치를 통해 이제는 <난타>의 인지도가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정도가 되었다고 봤어요. 또한, 중복 관람을 하시는 외국인이 많아서, 그분들의 DB를 구축해 할인율과 좋은 좌석 혜택 등의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자는 생각에 지난 3월에 오픈했어요. 지금은 일본어와 영어 서비스가 가능하고, 중국어권도 곧 오픈할 예정이에요. 현재 외국인 회원 수가 4,500명을 넘어서고 있는 만큼, 외국어 사이트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쓰고 있어요. <난타>뿐 아니라 그 외 공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수 있을 만큼 국내 공연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에요. 이번 11월에 <형제는 용감했다>가 싱가포르에서 오픈하고, 뿐만 아니라 <난타>도 아시아 여러 도시에서 오픈할 계획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체 DB가 많이 필요해요. 국내에서는 아직 외국인 고객을 위한 사이트가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저희가 더 외국어 사이트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올해 안에 만 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고, 3년 안에 지난해 <난타>를 관람한 외국인 관객 5만 명 중 70% 이상을 홈페이지 회원으로 유치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김설화 : 제가 요즘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언제부턴가 극장에 일본 관객이 굉장히 늘어났어요. 한 분이 매일 와서 보시기도 하고, 금액이나 할인율보다는 좋은 자리를 우선으로 하시더라고요. 극장 쪽에서도 늘어나는 외국인 고객을 잡고 싶은 맘은 마찬가지에요.
이지예 : 아무래도 외국인이 개별 사이트에 접속하는 게 힘들기 때문에, 외국인 관객이 늘어나면, 타 공연까지 함께 오픈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요즘 외국인 관객이 많이 늘어나서 기획사들이 관심이 많지만, 몇 십 명, 몇 백 명을 보고 사이트를 오픈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관심도가 정말 높더라고요.
김민희 : 저희는 다른 기획사 작품의 매니지먼트를 의뢰받아서 티켓 관리를 하잖아요. 한류 스타가 나오는 공연의 경우, 기획사, 여행사를 통해 또는 직접 전화로 많이 문의를 하세요. <락 오브 에이지> 공연을 시작할 때, 저희 부서에 다행히 일본어를 잘하는 직원이 있어서 티켓 팀에서 초반에 현장으로 그분을 데리고 나가기도 했어요.
이지예 : 저희 쪽으로 전화하셔서 다른 공연도 혹시 예약해줄 수 있는지 물어 오시는 경우도 많고요.
>>짧지 않은 기간에 고객과 소통하며 힘들었던 점과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요?
김민희 : 일단 좋은 점부터 말씀드리면, 저희는 ‘프렌즈 데이’라고 오프라인 모임이 있어요. 한 달에 1~2회 정도 오프라인상에서 직원과 관객이 만나 함께 공연을 보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에요. 올해로 8년째 꾸준히 운영이 되고 있어요. 여기서 만났던 분들이 당시엔 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인 분들이 많았는데 결혼해서 서로 애 엄마, 애 아빠가 된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있어요. 공연이라는 매개체로 만나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며 함께 소식을 나누고 있다는 게 가장 뿌듯한 것 같아요.
이지예 : <난타>는 외국인 관객이 많고, 내국인이 외국인 친구를 데려오는 경우도 많아요. 해외 거래처 분들을 모시고 오는 분들도 많고요. 이런 분들을 위해 공연 전후와 공연 중에 타국에 와 있는 이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이벤트를 하기도 해요. 관광객, 해외 바이어, 한국에서 생일을 맞은 외국인, 프러포즈를 하시는 분, 가족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은 분들이 이벤트를 통해 감동을 받고 가시는 것 같아요. 단순히 공연 티켓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이 공연을 보러 왔을 때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어떤 것을 발견하고, 감동을 느끼고 가는 분들을 볼 때 뿌듯하죠.
김설화 : 어려운 고객도 늘었지만 공연 관람층이 많아진 만큼 성숙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분들도 많아졌어요. 제 경우는 공연을 자주 보시는 마니아 분들이 힘든 점을 잘 알아주실 때가 있어요. 자주 오시니까 어느 정도 안면이 생기고 얘기도 하다 보면, 함께 온 친구가 컴플레인을 하려 할 때 직접 나서서 설명해주시기도 하죠. 그렇게 한 분이 말씀해주시면 여러분들이 다 따라주시더라고요. 그런 걸 볼 때 아, 공연 문화가 많이 성숙했다 싶기도 해요.
이지예 : 아무래도 시장이 커지다 보니 ‘고객은 왕이다’란 말이 조금 과하게 쓰이기도 하는 것 같아요. 티켓 마스터나 하우스, 콜 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더더욱 많이 느끼시리라 봐요. 큰소리를 내면 해결된다고 여기시는 분, 공연장을 찾지 못하신 것에 대해 성에 차실 때까지 화를 내시는 분도 계시거든요. 심지어 극장 문 열릴 때 왔으니 제일 좋은 자리를 요구하시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고요. 컴플레인의 종류가 저희가 시정해야 하는 부분도 많지만, 본인들의 편의에 맞춰서 무리한 걸 요구하시는 경우도 있지요.
김민희 : 저희는 소비자보호원에서 중재 요청을 받은 적이 있어요. 저희는 아무래도 고객과 기획사 사이에서 중재를 해야 하는 입장인데, 작년에 한 고객 분이 취소 마감 시간 이후에 취소 요청을 하셨어요. 익일 공연 티켓이었는데, 고객은 취소 마감 시간을 알고는 계셨지만 하루 전이니 취소해 달라는 입장이셨고, 해당 기획사에서는 50%만 환불하겠다는 입장이었죠. 양쪽이 다 물러서지 않은 채 1년을 끌다 얼마 전에 소비자분쟁조정중재위원회 판결을 통해 해결된 적이 있어요. 고객이 원하는 것과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완전하게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되는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인 것 같아요.
이지예 : 고객이기 때문에 본인의 요청은 상대방이 다 들어줘야 한다는 마인드가 강하신 분이 꽤 많아요. 저희도 관객들이 원하시는 서비스를 충분히 해야겠지만, 서비스를 받으시는 관객들도 개선해야 하는 지점이기도 한 것 같아요.
김민희 : 다른 회사 이야긴데, 서비스 문자를 보냈는데, 회의 시간에 공연 안내 문자가 왔다고 정신적인 피해 보상을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더라고요.
김설화 : 요즘은 정신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시는 분이 꽤 많아요. 얼마 전에 극장에서 본인 과실로 명품 우산을 잃어버리셨는데, 극장에서 잃어버렸으니 우산 값과 정신적링 피해 보상조로 추가 비용을 요청하신 경우도 있어요.
이지예 :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 일단은 ‘고객이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자’라는 정신으로 일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 ‘결국 고객이 원하시는 대로 조치를 취해야 할 테니, 처음보다 기분이 더 상하지 않도록 최대한 원하시는 바를 해드리자’ 이렇게 생각하고 응대를 하고 있는데, 사실 어느 선까지 해드려야 하고, 어느 선을 지켜야 하는지 고민이 너무 많아요.
>> 10년 전과 지금, 관객이나 고객 커뮤니케이션 파트는 어떻게 변화한 것 같나.
김민희 : 10년 전엔 고객이 판매처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습득해서 예매를 했죠. 그때는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잘되어 있지 않아서 기획사에서 실수를 해도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정보 습득의 채널이 워낙 많아, 기획사에서 아무리 운영을 잘하려 해도 힘들어진 게 사실이에요. 요즘 관객들이 원하는 것은 영화 예매 시스템처럼 공연이 임박해서까지 예매나 취소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인 것 같아요. 정부의 소비자보호 정책도 계속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공연 티켓 시스템도 실시간으로 반응할 수 있게끔 바뀌어 가는 추세인 것 같아요.
이지예 : 요즘은 고객의 불만 사항에 대한 매뉴얼은 현장이나, 콜 센터, 기획사 쪽에서도 다 가지고 있어서 그때그때 대처하던 경우가 있던 예전에 비해 많이 체계화됐죠.
김설화 : 시스템적으로 많이 발전해서 티켓 사고도 많이 줄었고, 대처 방법도 체계화돼서 크게 걱정스럽지는 않지만,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없는 컴플레인은 참 힘들어요. 자연재해로 공연이 취소된 적이 있었는데, 공연장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대부분의 고객께서는 이해를 해주셨거든요. 그런데 한 고객 분이 티켓가 보상과 정신적 피해 보상 내역을 장문의 메일로 보내오셨던 적이 있어요. 모두가 생각지 못한 자연재해로 일어난 일인데 양해해주지 못하는 것을 느낄 때 정말 내가 이 일을 계속해야 할까 하는 회의가 들 정도로 힘들었어요.
이지예 : 전에는 좋아하는 공연을 본 것에 의의를 두는 고객이 많았다면, 공연이 대중화가 되면서 본인이 당연히 누려야 할 서비스라는 개념이 확실해진 것 같아요. 그런 관객의 기대치를 따라간다는 게 너무 힘들어요. 한편으로는 관심이 높아져서 그런 거라 생각하고 있지만, 기대치를 넘어서는 서비스를 해야 감동하시기 때문에 그 부분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려 고민하는 부분이 참 커요. 정말 고객의 마음을 잡는 게 구름을 잡는 것만큼이나 어려워요.
>> 최근 고객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앞으로의 화두는 무엇인가.
김민희 : 티켓 공동망 서비스죠. 저희는 B2B, B2C 회원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콘텐츠 영업을 해야 하는데, 기획사가 제시한 공동망에 참여하지 않으면 저희가 콘텐츠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에요. 클립서비스도 공동망을 시작했는데, 역으로 저희의 콘텐츠를 받아가려면 기획사도 여기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과도기적 상황이에요. 저희는 회원들을 위해서 기획사의 콘텐츠를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어요.
이지예 : 정말 1~2년간 굉장히 고민해야 할 새로운 과제에요. 하지만 거쳐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기획사와 고객에게 장점이 있는 제도니까요. 전에는 좋은 블록을 선점하기 위한 예매처의 경쟁이 심했다면, 이제부터 관객은 본인이 이용하고 싶은 예매처를 통해 동일한 조건 안에서 먼저 구매하는 사람이 좋은 좌석을 예매하게 되고, 기획사 입장에서는 좌석 누수가 없어 관리하는 데 유리해졌어요.
열린 마음과 경청이 필요하다
>> 이 분야를 꿈꾸는 사람에게
김설화 : 공연을 정말 좋아해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근무 시간이 공연 시간에 맞춰져 있어 밤늦은 시간이나 주말엔 대부분 근무를 하고 있어요. 개인적인 시간을 내거나 친구들을 만나기 힘든 근무 패턴이라 공연을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마인드가 없으면 이 일을 하기 힘들 것 같아요.
이지예 : 공연 분야는 서비스의 최전선에 있다고 봐요. 기본적으로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앞서 이야기한 10년 전과 지금 고객들의 변화를 돌이켜보면, 솔직히 저희가 어떻게 보였는지 반영된 결과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루뭉술, 안일하게 대처한 것을 그때는 고객도 잘 모르다가 뮤지컬 시장이 점점 성장하고, 고객들이 공연장을 자주 찾으면서 좀 더 꼼꼼히 따져 보게 되는 거죠. 큰돈을 주고 더 좋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할인 목록도 다 체크해보면서 숙고 끝에 선택해 예매를 했는데 사고가 나거나 서비스 태도가 별로여서 기분이 상했다면 고객들은 가차 없이 외면할 수 있어요. 이런 이해를 기반으로 기본적으로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고객이 어떤 컴플레인을 하는 경우라도, 고객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수 있는 인내도 필요할 것 같아요. 제대로 들어야 제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어요? 마케팅적으로는 아이디어가 많고, 그걸 적극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언제든 문이 열려있는 것 같아요. 그런 친구들에게 여기는 재미있는 곳이거든요. 공연 전 3개월부터 단기적으로 목표를 달성해야 하다 보니 작은 아이디어라도 채택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죠. 참신한 친구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김민희 : 뮤지컬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은 ‘세련됨’인데, 사실 운영하는 서비스 체계와 환경 은 그렇지 못한 점도 있어요. 고객 관리에 대해 다들 치열하게 고민하는 분야라, 그런 고민을 같이 풀어갈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지만, 공연장 팀, 마케팅 팀, 티켓관리 팀의 업무와도 모두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현명하게 컨트롤할 수 있는 마인드도 필요해요. 단순히 고객이 예약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을 넘어 고객이 원하는 바를 각 해당 팀에 전달을 해야 하고, 각 팀에서 원하는 바를 고객이 잘 인지할 수 있도록 전달해야 하죠. 중간에서 소통을 잘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야 해요.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6호 2010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