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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 오디션 현장 [No.84]

글 |정세원 사진 |김호근 2010-10-06 6,702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 오디션 현장
연주와 연기,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지난 8월 7일, 오전 11시부터 두산아트센터 지하 2층 연습실에서 창작뮤지컬 <모비딕>에 참여할 배우 오디션이 진행됐다. 이번 오디션이 기존의 뮤지컬 오디션과 다른 점이라면 배우들의 손에 악기 한두 개가 쥐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바이올린, 클라리넷, 트럼펫, 기타, 호른… 종류도 다양한 이 악기들을 가지고 배우들이 오디션 장을 찾은 까닭은 <모비딕>이 액터-뮤지션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연기하며 노래하는 것은 물론, 악기 연주까지 직접 하면서 극을 이끌어가는 액터-뮤지션 뮤지컬은, 2005년과 2007년 아일랜드 출신의 노장 연출가 존 도일에 의해 리바이벌된 뮤지컬 <스위니 토드>와 <컴퍼니>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이 새로운 형식을 차용한 <펌프보이즈>, <오디션> 등의 뮤지컬이 소개된 바 있지만, (주)라스카와 두산아트센터가 공동제작하는 뮤지컬 <모비딕>은 배우들이 모두 클래식 악기를 연주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작품들과 구분된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이 뮤지컬의 원작. 거대한 흰 향유고래 모비딕에게 한쪽 다리를 물어뜯긴 에이허브 선장이 모비딕을 추적해 사흘간 사투를 벌이다가 패배하고 포경선 피쿼드 호와 함께 바다의 물귀신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 중에서 배우들은 바이올린과 첼로, 더블베이스, 관악기 리드, 퍼커션 등 실내악단의 편성에 버금가는 다양한 악기와 한 몸이 되어 무대에 오르게 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노래와 연주, 음향효과까지 배우들이 직접 선보일 뿐만 아니라, 악기를 활용해 모비딕과 에이허브 선장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연기하고 주요 무대장치의 역할까지 하면서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극의 재미를 극대화시킬 예정이다.
이러한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의 형식과 내용을 결정한 것은 이 작품의 각색 및 연출을 맡은 조용신 감독이다. “캐릭터에 기반한 일반적인 북 뮤지컬 형식의 가족 뮤지컬과는 차별성이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그 이유. 다양한 스펙트럼의 주제와 철학, 어드벤처가 어우러진 원작의 감동과 라이브 연주가 주는 볼거리, 노래와 연기, 연주를 모두 선보이는 배우에 대한 경외심 등에서 독창성을 포착한 조용신 감독은 19살에 조수미 공연의 오케스트라 편곡자로 활동할 정도로 절대 음감과 천재적 재능을 인정받은 서울대 작곡과 출신의 작곡가 정예경과 함께 창작 작업에 돌입했다. 2011년 하반기에 공연을 앞두고 있는 <모비딕>은 무엇보다 적절한 액터 뮤지션을 찾는 것이 성공의 열쇠로 주어졌다. 공연 일정을 1년여 앞두고 오디션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성 있는 배우들의 트레이닝과 워크숍 기간을 감안해서다. 노래, 연기, 연주 3박자를 다 갖춘 배우를 찾기보다 트레이닝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숨은 진주를 찾기 위한 첫 걸음이 오늘 시작된 셈이다.

 


네 개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된 오디션에서는 참가자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10분여 동안 준비해온 악기 연주와 노래, 지정 연기를 차례로 선보였다. 남자 참가자들은 의 ‘물안경을 쓴 남자’와 드라마 <거짓말>의 ‘현철’, 영화 <하모니>의 ‘현욱’ 등 세 가지 독백 중에서, 여자 참가자들은 <세 자매 이야기>의 ‘명혜’, <절대사절>의 ‘주희’, 영화 <동감>의 ‘소은’의 대사 중에서 한 가지를 택해 연기를 선보였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뮤지컬 경험보다는 연주 경험이 더 많았는데, 피아노 전공자의 수가 눈에 띌 정도로 많았다. 20여 년 동안 클라리넷을 연주해온 허정민 씨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악보 든 손을 바르르 떨었고, 바이올린을 전공하다 재즈에 관심이 생겨 일렉 바이올린으로 관심을 돌렸다는 이해나 씨는 “처음이라 많이 떨렸지만 재밌었다”며 담담하게 오디션 소감을 밝혔다. 좀 더 빠른 곡을 주문하는 심사위원의 요구에 황호진 씨는 “군악대에서 트럼펫을 배워서 연주할 수 있는 곡이 많지 않다”며 당황하기도 했다. 한편 오디션에는 뮤지컬 출연 경험이 있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는데 대부분 <오디션>, <바람을 불어라> 등을 통해 악기 연주와 연기를 동시에 경험한 적 있는 배우들이었다. 대학에서 바이올린을 부전공했다는 현순철 씨는 “오랜만에 연주하느라 어색하다”면서도 점차 안정된 연주를 선보인 후 <불의 검>의 ‘그대도 살아주오’를 들려주었다. 오디션은 6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첼로, 콘트라베이스, 퍼커션 등 작품이 원하는 악기를 다루는 참가자가 많이 지원하지 않아 심사위원들이 아쉬워했다. 하지만 작품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연주하는 배우, 연기하는 연주자’를 찾기 위한 뮤지컬 <모비딕>의 여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4호 2010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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