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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AST VS CAST] <아가씨와 건달들>, 멋진 사랑의 승부사들 [No.123]

글 |나윤정 사진제공 |프레인 2013-12-12 5,113

<아가씨와 건달들>은 뉴욕의 전설적인 도박꾼 스카이와
구세군 단원인 요조숙녀 사라의 사랑을 그린다.
더불어 도박을 끊지 못하는 자유로운 영혼 네이슨과
그의 14년째 약혼녀 아들레이드의 티격태격 사랑 싸움도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개성 넘치는 배역들이 가득해 캐스팅별로
골라보는 즐거움이 더 큰 작품. 

 

 


  

 

스카이 
송원근 vs 김다현 vs 류수영  

                                                                                      

내기에서 절대 지지 않는 승부사 스카이. 그는 등장만으로도 탄성이 쏟아지게 하는 멋진 남자다. 송원근의 스카이는 따뜻한 신사의 느낌이 강하다. 사라를 챙기고 배려하는 마음이 가장 커 보인다. 무엇보다 사라를 향해 노래 부를 때 가장 매력적이다. 감미로운 노래에 사라에 대한 진심이 잘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흔들림에도 무너짐 없는 초연한 모습을 보이지만, 때때로 사연이 있는 듯 슬퍼 보여 신비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초연하게 구사하는 위트도 신선한 재미를 준다. 김다현은 멀쑥한 외모만큼 위트가 뛰어난 스카이다. 눈빛 하나로 스카이의 멋을 표현하는 동시에 풍부한 위트를 가미해 스카이의 반전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사라 앞에서 회개하는 연기를 할 땐 목소리마저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변신한다. 하바나에서 일당백으로 몸싸움을 벌일 때도, 혼신을 다한 발차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난 뒤 “빨랐어”란 애드리브를 던져 객석에 웃음을 던진다. 이렇듯 그는 극 속에 자신만의 다양한 웃음 포인트를 심어 놓는다. 스카이 역으로 처음 뮤지컬에 도전하는 류수영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걸음걸이나 포즈마다 절도 있게 각이 잡혀 있다. 특기할 점은 대사와 노래를 할 때 그만의 독특한 어조가 있다는 것이다. 대사에 강약을 넣어 전달하는 어조가 나름의 중독성을 갖지만,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사라 
김지우 vs 이하늬 

                                            

구세군 단원으로 착실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라. 그녀는 스카이를 만나 일탈을 경험하고 점차 그의 매력에 빠져든다. 김지우는 겉모습만큼 귀엽고 깜찍한 사라다. 그녀의 순수한 매력은 하바나에서 더 드러난다. 술에 취해 유독 큰 소리로 “하하하” 웃기도 하고, “으으, 안 갈 거야”라며 아이 같은 떼를 쓰기도 한다. 마치 개구쟁이 꼬마의 해맑음을 보고 있는 듯하다. 한편 ‘이제 막 사랑을 배웠으니’ 등 스카이와 함께 노래를 부를 때는 김지우의 사라가 더 진심 어리고 애틋하다. 이하늬의 사라는 섹시한 외모 뒤에 느껴지는 백치미가 반전의 매력이다. 자기 절제가 강해 보이는 그녀지만 스카이와의 키스신에서 유독 실감나는 손 연기를 펼친다. 하바나에서는 스카이의 술까지 뺏어먹는 적극성을 띄기도 한다. 자칫 과해 보이는 감정과 행동들이 있지만, 늘 얼굴에 애교스런 웃음이 가득해 그마저 사랑스러워 보인다. 특히 ‘딩동딩동딩’ 장면에서 그녀의 애교 필살기가 발휘된다.

 

 

아들레이드 
신영숙 vs 구원영
 
                                           
클럽 핫박스 최고의 쇼걸 아들레이드. 하지만 14년째 약혼남 네이슨 앞에선 한없이 작아지는 순정파다. 신영숙은 아들레이드 역에 상당한 입체감을 부여한다. 그녀는 아들레이드가 걱정하는 노처녀 증후군의 증상들을 극 속에 잘 버무려낸다. 특히 극심한 감정 기복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넘버 하나에도 다채로운 목소리 톤을 사용하고, 그 와중에 웃었다 울었다 표정 변화를 반복하며 객석을 들었다 놨다 한다. 특히 ‘아들레이드의 비가’는 그녀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장면. 노처녀 증후군을 설명하다 남다른 목청으로 “난 아냐!”라고 천장을 뚫을 듯 외칠 때 참 웃기면서도 안쓰럽다. 그만큼 네이슨을 사랑하고 그와의 결혼이 절실해 보여, 마지막에 사랑의 결실을 이루는 장면에서 그 모습이 더 행복하게 느껴진다. 구원영의 아들레이드는 좀 더 여성스러움이 강조된다. 오래전 사놓은 웨딩드레스도 그녀는 살이 ‘쪄서’가 아니라 ‘빠져서’ 입지 못하는 설정. 그래서 더 여리고 예민한 성격으로 보인다. ‘다 줄게’ 장면에서는 유연한 몸짓으로 요염한 모습을 뽐내고, 호들갑을 떨 때도 유난히 구두 굽 소리를 ‘다다다닥’ 울리며 뒷걸음질 친다. 그녀 역시 네이슨의 말 한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지만, 때때로 이미 그의 행동을 예상하고 있었던 듯한 쿨함도 느껴진다. 

 

 

 

 

네이슨
이율 vs 박준규  

                                                   
네이슨은 도박 장소를 물색하랴 14년째 약혼녀인 아들레이드의 눈치를 살피랴 동분서주다. 아들레이드와의 결혼은 뒷전이고, 늘 도박에 몰두하고 있지만 결코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이율과 박준규는 일단 겉모습부터 확연한 차이가 느껴지는 캐스팅이다. 극에서마저 이들을 지칭하는 대사가 다르다. 이율이 “갓 구운 바게트 속살 같은 남자”라면 박준규는 “오물딱 조물딱 초코컵케이크 같은 남자”다. 이만큼 이 둘의 특징을 잘 비교해주는 말이 있을까? 우선 이율의 네이슨은 통통 튀는 매력이 있다. 브래니건 형사나 아들레이드를 만날 때마다 리액션이 워낙 재밌고 능청스러워 앞으로 그가 또 어디로 튈지 기대하게 된다. 큰 키와 긴 팔다리 덕분에 행동도 시원시원해 보인다. 아들레이드를 쥐락펴락하는 연하남으로서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둘의 아웅다웅 사랑 싸움 장면인 ‘제발 그만’에서 앙증맞은 표정과 애교스런 목소리로 “누나, 누나”를 연발하며 귀여움을 무한 어필, 객석 누나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한편 24년 만에 네이슨 역을 다시 맡게 된 박준규. 그의 연기에선 연륜이 담겨있는 생활력이 느껴진다. 이율의 네이슨도 20년 후엔 이런 모습이 되어 있지 않을까? 리액션마저 일상처럼 자연스럽다. ‘제발 그만’ 장면에서 그 역시 애교를 피우지만 이율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친근감이 있다. “베이비, 베이비”를 외치던 그는 때때로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무안한 웃음을 짓는데, 그런 모습이 캐릭터에 더욱 친밀감을 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3호 2013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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