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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Travel] <삼총사> 도쿄 여정기 [No.122]

글 |서지영(뮤지컬 배우) 사진 |서지영(뮤지컬 배우) 2013-12-05 5,866

배우 서지영이 들려준 <삼총사> 도쿄 여정기
도쿄 오차드홀을 함성으로 메우다


지난 8월, 엠뮤지컬컴퍼니의 두 번째 해외 진출작 뮤지컬 <삼총사>가 일본 도쿄 오차드홀에 입성했다. 시부야 중심가에 있는 객석 2천 석 규모의 대극장에서 한국의 뮤지컬을 한국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참여해서 올렸다. 악녀 밀라디 역으로 5년간 <삼총사>와 함께해온 배우 서지영이 그 가슴 벅찼던 현장의 모습을 보내왔다.

 

 

 


성공적인 첫 공연
8월 10일 일본 도착. 공항까지 일본 팬들이 나와 우리를 반겨주었다. 극장 주변에서도 피켓을 들고 계속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이제 정말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사고 없이 가득 찬 객석에 내 모든 걸 쏟아내고 오리라.

 

극장 안은 이미 분주했다. 분장실과 객석 동선을 파악하느라 반나절을 보냈고 리허설 도중 민준(2PM의 Jun.K)이가 마차에서 잘못 떨어지면서 객석 쪽까지 튕겨 나가는 사고를 당했다. 괜찮다고 씨익 웃었지만 많이 아팠을 민준이가 걱정됐다. 스태프들은 이게 다 공연이 잘되려고 그런 것이라며 위로를 했다. 남자 배우들은 늘 공연 한 시간 전에 무대에서 검술 연습을 한다. 검술 장면이 많고 위험하지만 몇 년을 지속해도 큰 사고 없이 공연할 수 있었던 것은 연습의 덕일 것이다. 이곳에서도 공연 한 시간 전 검술 연습은 변함이 없다.


정말 액땜을 한 것인지 첫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저 멀리 3층까지 가득 찬 객석에서 십여 분이 지나도록 박수와 함성이 이어지는 광경을 보자,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 우리나라 뮤지컬이 일본 무대에 올라 뜨거운 환호를 받은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오늘 밤은 쉬이 잠을 못 이룰 것 같다.

 

 

 

 

일본어를 배우다
일본에서의 공연과 현지 스태프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분장실에다가 일본어 인사말이나 단어 등을 붙여놓고 공부를 했다. 항상 우리 배우들을 조건 없이 응원해주고 아껴주는 관객들과 불편함이 없도록 신경 써주는 일본 스태프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 간단한 일본어라도 배워서 의사 소통을 하자고 한 것이다. 일본어를 조금씩 익히다 보니 공연에서 인사말이나 짧은 대사를 일본어로 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덕분에 공연 도중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생겼다. 다음 <잭 더 리퍼> 일본 공연 때는 일본 스태프들의 선물도 챙겨가야겠다.


밀라디는 복수에 얼룩진 삶을 사는 비운의 여자이다. 사랑에 속고, 세상에 배신당한 처절하게 밟혀진 인생이다. 믿음을 상실한 그녀를 연기할 때면 가슴 언저리가 꽉 막힌 듯 갑갑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그녀의 절규는 관객들의 내면 깊숙한 슬픔을 가장 직접적으로 들춰내며 함께 울분을 토하게 한다. 내가 흘리는 눈물만큼이나 관객들과 교감할 수 있어서 ‘밀라디’로 서는 무대가 외롭지만은 않다. <삼총사>를 공연하면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묘미는 캐스트가 많은 만큼 다양한 배우들을 맞는 것이다. 인생이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인 것처럼 공연 때마다 다양한 배우들을 다시 만나고 함께 연기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찬란한 순간의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 그들의 기억을 가슴에 담고 오늘도 무대에 오른다. 

 

 

 

 

아쉬운 귀국
8월 15일. 해외에 나오면 애국심이 더욱 커지는 듯하다. 광복절에 일본 무대에 서니 가슴이 뭉클했고,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그런데 공연이 다 끝났는데도 가지 않고 계속 박수를 쳐주시는 일본 관객 분들을 보니, 문화라는 것이 나라도 언어도 사상도 종교도 다 뛰어넘어 하나가 될 수 있는 위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총사> 마지막 공연 날, 집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데 벌써 막바지 공연에 이르렀다. 함께 고생한 일본 현지 스태프들을 비롯 모든 배우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짐을 챙겼다. 지금까지의 시간이 무척 소중하고 감사했다. 앞으로의 시간들도 감사하며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최고의 작품 <삼총사>. 이것이 끝이 아닌 걸 안다. 성남에서 다시 만날 그들을 기대하며 스태프들 모두 모여 ‘우리는 하나~!’를 외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2호 2013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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