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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ast vs Cast] <번지점프를 하다> 캐스트 비교 [No.122]

글 |나윤정 사진제공 |뮤지컬해븐 2013-12-03 4,733

영원한 사랑의 노래

 

2001년 이은주, 이병헌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번지점프를 하다>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독특한 소재와 형식으로 한 연인의 영원한 사랑을 그린다. 작품은 원작의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서정적인 선율을 더하며 무대 위에 순수한 사랑의 감성을 충실하게 담아내었다. 그 중심에는 사랑을 위해 자신의 전부를 내던지는 주인공들의 열연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캐릭터에 저마다의 색채로 사랑의 감성을 덧입힌 배우들의 연기는 캐스팅별 관극에 특별한 재미를 더해준다.

 

 

 

 

 

태희 역  전미도vs  김지현 
태희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소나기처럼 어느 날 갑자기 인우의 우산 속으로 뛰어든다. 당차면서도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은 첫사랑 그 자체다. 태희의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는 인우의 기억 속에 깊이 각인되어 첫사랑의 아련함을 불러일으킨다. 전미도의 태희는 밝고 해맑은 느낌이다. 인우와 대화를 나눌 때 묻어 나오는 애교 섞인 목소리는 태희의 사랑스러움을 더욱 부각시켜준다. 또 그만큼 그녀의 부재가 슬프게 느껴진다. 특히 산꼭대기에서 바람을 맞으며 부르는 ‘혹시 들은 적 있니?’는 그녀의 존재감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첫사랑의 꿈같은 순간을 전해주는 동시에 그것이 사라졌을 때의 아픔을 함께 남긴다. 반면 김지현의 태희는 좀 더 성숙한 첫사랑의 느낌을 준다. 외유내강의 면모가 묻어나 인우에게 기대기보단 그의 모든 것을 포용하고 있는 듯하다. 그 포용력은 인우란 인물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기능도 한다. 다소 고독해 보이는 외향적인 이미지도 한몫을 한다. 이런 그녀의 매력은 ‘그게 나의 전부란 걸’ 장면에서 흡인력을 발휘한다. 왠지 쓸쓸해 보이는 듯한 그녀의 인상은 캐릭터가 남모를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신비로운 사람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래서 좀 더 과거의 사연이 많은 듯 느껴지는 태희다.

 

 

 

인우 역 강필석 vs 성두섭           
인우는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하는 해바라기 같은 남자다. 17년 전 자신의 곁을 떠나버린 태희를 잊지 못한 채 살아가던 인우. 어느 날부터인가 자신의 제자 현빈에게서 태희의 향기를 느끼며 혼란에 빠진다. 강필석의 인우는 애잔함이 크다. 초연 멤버였던 만큼 캐릭터에 젖어있는 느낌이 강하다. 그만큼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인물의 디테일을 잘 살려내 준다. 처음 태희가 우산 속으로 뛰어든 순간의 놀람, 그녀 때문에 딸꾹질을 할 때의 긴장감, 멀리 사라져가는 그녀를 쳐다보며 느끼는 셀렘 등으로 이어지는 감정선들이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난다. 고개 돌림이나 손짓 등 몸의 움직임이 크고 다채로워 인우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잘 읽을 수 있다. 특히 그가 태희를 생각하며 종종 넋이 나간 듯 허공을 응시하고 있을 땐 하나밖에 모르는 인우의 우직한 성품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성두섭이 전하는 인우의 사랑은 좀 더 순수한 느낌이다. 사랑에 서툴러 보이는 듯한 그의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태희를 바라볼 때 그의 얼굴에는 자동 반사적으로 순박한 미소가 떠오른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할 수 있을 듯한 인상이다. 태희와 함께 있을 때 마냥 행복해 보이는 그의 모습은 사랑에 모든 것을 거는 순수한 인우의 감성을 잔잔히 전달해준다. 이후 현빈과의 만남에서도 이 순박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극의 말미 ‘사랑 바보’ 인우의 선택이 더 행복하게 느껴진다.

 

 


현빈 역 윤소호 vs 이재균 
현빈은 담임 선생님인 인우에게 태희를 떠올리게 만드는 신비로운 남학생이다. 한편으론 같은 반 여학생 혜주를 좋아하고, 그녀를 놀리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천상 사춘기 소년이다. 현빈 역은 초연 멤버였던 윤소호와 이재균이 나란히 이름을 올려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윤소호의 현빈은 좀 더 정돈된 느낌으로 생각이 깊어 보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외향적인 이미지도 큰 역할을 하는데, 혜주나 친구의 관계에서도 더 어른스러워 보인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고 장난을 치고 있지만, 언제든지 그들을 감싸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는 추후 인우와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물론 인우 때문에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되지만, 결국에는 인우를 향한 큰 포용력을 발휘한다. 이러한 그의 매력은 2막 ‘Finale(우린 사랑해야 한다)’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재균의 현빈은 다듬어지지 않은 매력이 돋보인다. 혜주에게 짓궂은 장난을 칠 땐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락없는 장난꾸러기다. 그러다가도 토라진 혜주의 손을 잡고 지그시 눈을 바라보며 그녀를 달랠 때는 금세 멋진 남자로 변한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혜주를 귀여워하는 모습이 사춘기 남학생들의 특성을 잘 표현하고 있어 인상적이다. 그래서 ‘그런가봐’ 장면이 더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춘기 소년의 모습이 강해 인우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혼란과 깨달음도 더 격정적이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2호 2013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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