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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Production Note] <헤드윅> 제작기 [No.121]

글 |배경희 사진제공 |쇼노트 2013-11-06 4,461

역대 가장 자유로웠던 쇼 <헤드윅>

 

올여름 개막한 여덟 번째 <헤드윅>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오리지널 ‘헤드윅’ 조승우의 귀환만으로도 관객들의 관심을 끌어내기에 충분했으니까. 초연 멤버 이지나 연출이 다시 돌아온 것도 팬들에겐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180일여간의 서울 공연이 막을 내린 지금, 제작진은 이번 프로덕션에 대해 어떻게 자평하고 있을까? 재키 제작감독에게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새로운 극장에 둥지를 튼 <헤드윅>

여덟 번째 시즌 <헤드윅>은 백암아트홀이라는 새로운 둥지에서 막을 올렸다. 2008년, 대학로에서 삼성동에 위치한 극장으로 장소를 옮긴 후 매해 같은 곳에서 공연하길 5년째. 2013년, 아주 오랜만에 공연장을 바꾼 것이니 이번 시즌의 큰 변화라면 변화일 거다. 사실 특별한 의도로 극장을 옮긴 것은 아니다. 애초의 계획보다 일정이 당겨지면서 극장을 새로 대관해야 했는데, 다행히 <헤드윅>과 아주 잘 어울리는 백암아트홀을 빌릴 수 있었다. 노란 벽돌 건물이 꼭 옛날 호텔처럼 보여서 입구에 ‘Riverview Motel’(미국에서 <헤드윅>이 초연됐던 장소)이라는 네온사인을 달았더니, 관객들이 진짜 <헤드윅> 공연장에 온 것 같다며 무척 좋아했다. 한곳에 둥지를 틀면 오래 가는 <헤드윅>의 특성상 아마 꽤 오랫동안 이 노란색의 모텔 리버뷰에서 관객을 맞을 것 같다.

<헤드윅>의 러닝 타임은 90분. 커튼콜을 포함한 총 공연 시간은 110분가량 된다. 현장 분위기에 따라 커튼콜이 좀 길어지기도 하지만, 어떤 상황에도 120분 안에 끝내는 게 룰이다. 간혹 배우가 두 시간을 넘기는 날에는 연출가의 호령이 떨어지곤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평균 러닝 타임은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 ‘이번 시즌에선 원하는 대로 마음껏 해보라’는 연출가의 사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공연 시간은 점점 더 늘어났는데, 조승우가 두 시간 오십 분이라는 기록으로 레전드를 찍었다. 조승우는 네 시간도 공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다.

전 시즌의 연습은 항상 FM으로 진행되지만, 막이 오르면 온전히 배우에게 극을 맡긴다.  같은 시즌에서도 배우별로 공연이 달라지는 이유다. 때에 따라선 배우가 특별 요청을 하기도 하는데, 조승우 공연의 블루스는 그렇게 들어간 것이다. 그가 한셀이 베를린 장벽 아래서 선탠을 즐기는 신, 루터 로빈슨 하사를 엄마에게 소개하는 신, 이 두 장면에서 끈적끈적한 블루스를 넣는 게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냈던 것. 그뿐이랴. ‘조드윅’은 이번 시즌에서 급기야 우리 무대에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겟세마네’가 울려 퍼지게 했다(공연 중 예수의 이야기가 나오고 토미가 예수 신봉자이기도 하니까, 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외에도 무대에서 즉흥적으로 진행된 애드리브가 많은데, 이는 <헤드윅>이 모놀로그 극이라서, 또 앵그리인치 밴드 멤버 대부분이 <헤드윅> 팀과 오랜 기간 함께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헤드윅들과 앵그리인치 멤버들의 호흡은 서로 ‘척하면 척’ 하고 아는 부부 수준이랄까.

 

 

 

 

 

 

 

작품의 흥행 주역 세 명의 헤드윅들

2006년 공연 이후 한동안 <헤드윅>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조승우. 오랜만에 조승우의 <헤드윅>을 다시 본 소감은, ‘조드윅은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누구보다 <헤드윅>을 잘 이해하고 있음은 물론, 그걸 무대에서 표현하는 데 조금의 어색함도 없다. <헤드윅>에 벌써 세 번째 출연하는 송창의의 열연도 대단했다. 이번 시즌 그의 별명은 ‘정신 분열증 헤드윅’이었는데, 전 스태프가 “작두 탔다”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의 가장 큰 수확은 스물다섯에 헤드윅을 맡았던 조승우를 제치고, 최연소 헤드윅의 타이틀을 갈아치운 새내기 손승원이다. ‘애드윅(애기 헤드윅)’이라는 애칭이 붙은 손승원은 프로듀서들의 추천으로 가장 늦게 최종 멤버로 확정됐는데, 아직 나이가 어리다보니 산전수전을 다 겪은 헤드윅의 깊이를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자신의 색이 뚜렷한 헤드윅이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또래의 다른 배우가 했으면 결코 그만큼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보물 하나를 발견한 기분이다.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차근히 실력을 쌓아간다면, 뮤지컬계가 배출한 핫 스타 조정석의 뒤를 이을 것 같다.


 

 

 

이번 시즌의 관객 반응은 뜨거웠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닥터 에스프레소 바를 지키는 바텐더로 무대를 지키는 무대감독이 체크한 결과가 그랬다(<헤드윅>은 음악감독과 제작감독, 무대감독이 공연 중 무대에 있는 매우 이례적인 작품이다). 매 공연의 객석 분위기가 거의 ‘상, 상, 상’이었달까. 여덟 번째 시즌을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잠시 <헤드윅>과 작별할 줄 알았지만, 우린 곧바로 10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모텔 리버뷰로 역대 헤드윅과 이츠학, 앵그리인치 밴드가 총출동하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진다. 2014년, 부디 헤드윅들의 동창회가 열릴 수 있길!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1호 2013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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