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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Beyond Lyrics] <노트르담 드 파리> `아름답다` 가사 [No.121]

글 |송준호 사진제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2013-11-06 5,719

금지된 것을 향한 삼색 욕망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의 ‘아름답다’  Belle

 

 

 

 

 

 


금기에 대한 동경과 집착, 자신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 것에 대한 욕망은 고전 비극부터 현재의 막장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등장하는 소재다. 특히 그 대상이 아름다운 여인일 때 남자들의 피는 끓어오른다. 그들은 숙명적인 고통마저 기꺼이 감수하며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다. 그리고 이런 욕망의 메커니즘에서 감정의 파장은 자연스럽게 극대화된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아름다운 집시 에스메랄다를 동시에 사랑하는 세 남자의 이야기가 바로 그렇다. 끔찍한 외모를 천형처럼 안고 살아가는 콰지모도, 성적 욕망이 금지된 신분의 프롤로, 이미 약혼녀가 있는 근위대장 페뷔스는 모두 축복받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진 남자들이다. 애끓는 애욕을 감추지 못하고 간절하게 여자를 탐하는 세 남자의 절규는 ‘아름답다(Belle)’에서 정점에 이른다.


세 남자는 어쩌다 한 여자와 엮이게 되고, 그녀를 사이에 둔 ‘수컷’들의 찌질한 공방이 이어진 뒤 모든 관계는 파국을 맞는다. 마치 홍상수 영화에 나올 법한 인물들의 행태는 빅토르 위고가 쓴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극은 에스메랄다와 세 남자의 엇갈린 사랑에 초점을 맞춘 것 같지만, 클로팽과 집시 무리들을 통해 15세기 프랑스의 계층 문제도 담고 있다. 기득권 세력에 의해 억울하게 사형을 당하는 에스메랄다는 핍박받는 이방인 세력을 상징한다. 이처럼 민중사의 드라마에 시대사의 정수를 담아내는 위고의 수법은 30년 후 『레 미제라블』에서 정점을 찍는다.

 

작사가 뤽 플라몽동과 작곡가 리카르도 코치안테 콤비가 만든 뮤지컬은 위고의 원작이 보여준 미덕을 한층 증폭시켰다. 주연과 조연, 선악과 관계없이 각 캐릭터에 보편성을 부여함으로써 공감의 힘을 키운 것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넘버는 그랭구아르의 ‘대성당들의 시대’이겠지만, 가장 심금을 울리는 곡으로는 ‘아름답다’가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라이선스 공연에서는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서정적인 가사와 감성적인 멜로디를 그대로 살리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그 중책은 대중가요계에서 활동해온 박창학 작사가가 맡았다. 그는 당시 많은 대중이 뮤지컬 음악에 익숙해지지 못하는 원인이 어색한 노랫말에 있다고 생각했고, 가요처럼 관객의 귀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문법을 고민했다. ‘아름답다’에서도 이 원칙은 철저하게 적용됐다.

 


Belle      Belle

 

눈부신 그녀를 위해 있는 말   
      C`est un mot qu`on dirait invente pour elle

 

새처럼 날갯짓하는 그녀를   
       Quant elle danse et qu`elle met sont corps a jour,

 

아름다운 그녀를 바라볼 때면   
       Tel un oiseau qui etend ses ailes pour s`envoler

 

난 마치 지옥을 걷고 있는 기분   
       Alors je sens l`enfer s`ouvrir sous mes pieds

 

 


이 노래는 콰지모도의 파트에서 시작해 프롤로와 페뷔스가 차례로 뒤따르다 마지막에 삼중창으로 마무리되는 형식을 띤다. 각자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에스메랄다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드러내는 부분에선 셋 모두 고통스러운 감정을 공유한다. 콰지모도의 경우엔 ‘지옥을 걷고 있는 기분’으로 표현된다. 박 작사가가 번안 당시 가장 고민했던, 그리고 지금까지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고 털어놓는 부분은 도입부의 ‘Belle’이다. 프랑스어를 모르는 관객들에게 ‘벨’은 사람을 부르는 버튼 ‘벨’을 연상시킨다. 음표의 시간상 이 부분에 들어갈 말은 1음절의 감탄사밖에 없는데, 단순히 ‘아’나 ‘오’로 옮기기엔 Belle이 가진 상징적인 힘이 크다. 그래서 결국 이 부분은 지금까지도 원어 그대로 남게 됐다.

 

 

 

너를 사로잡고 있는 악마가  
      Est-ce le diable qui s`est incarne en elle

 

신을 향한 내 눈을 가리는가
       Pour detourner mes yeux du dieu eternel

 

너로 인해 눈을 뜬 욕망에 갇혀 
       Qui a mis dans mon etre ce desir charnel?

 

저 하늘을 더 바라볼 수 없도록   
       Pour m`empecher de regarder vers le ciel

 

 


프롤로는 성직자로서 매우 금욕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러던 그가 에스메랄다를 만나며 그동안 억눌러 온 욕망이 터져 나오자 그 탓을 여자에게 돌린다. 그러면서도 다음 절에서는 성모 마리아(Notre-Dame)에게 ‘단 한 번만 그녀를 나의 것이 되게 해주오(Laisse-moi rien qu`une fois! Pousser la porte du jardin d`Esmralda)’라고 간청하기도 한다. 이는 존경받는 성직자와 욕정에 불타는 남자의 양단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갈팡질팡하는 남자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다만 국내 공연에서 상징적인 캐릭터가 된 서범석의 프롤로는 그의 정확한 발음 탓에 좀 더 완고한 이미지가 강해진 면이 있다.

 

 

 

사랑이여, 제발 날 용서해 주오 
      Ma dulcinee laissez moi vous etre infidele

 

신성한 결혼의 언약을 저버린
       Avant de vous avoir mene jusqu`a l`hotel

 

그 누가 너에게서 눈을 뗄 수 있을까 
       Et l`homme qui detournerait son regard d`elle

 

그대로 굳어서 돌이 된다 해도  
       Sous peine d`etre change en statue de sel 

 

 


페뷔스는 ‘태양’이라는 뜻의 이름처럼 매력적인 외모와 행동으로 에스메랄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미 ‘플뢰르 드 리스’라는 약혼자가 있는 그는 결혼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에스메랄다에 대한 사랑도 원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다. 한 단락 안에서도 약혼자에게 용서를 구하다 금세 다른 여자에게 ‘눈을 뗄 수 없다’고 말하는 그는 마지막 절에서 ‘Je ne suis pas homme de foi(난 믿을 만한 남자가 아니다)’라고 자신의 정체를 실토하기도 한다.

 

 


오, 루시퍼! 오, 단 한 번만 그녀를 
      Oh Lucifer! oh laisse-moi rien qu`une fois!

 

만져볼 수 있게 해 주오, 에스메랄다
       Glisser mes doits dans les cheveux Esmeralda

 

 

 

신분, 나이, 외모가 다 다르지만 욕망의 노예라는 점에서 닮은 이들은 이 곡을 통해 사랑의 맹목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에스메랄다를 바라보며 각자의 심정과 욕망을 서로 다른 색깔로 풀어놓은 이들은 마지막에 하나로 섞이며 한목소리를 내게 된다. 그렇게 이들은 부나방처럼 ‘에스메랄다’라는 불을 향해 뛰어들고 결국 공멸하고 만다. 그러나 악마에게까지 기도하며 욕망을 불태웠던 이 ‘가련한 사람들(Les Misrables)’의 이야기는 위고와 플라몽동에 의해 우리 시대에 새로운 감동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1호 2013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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