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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ast vs Cast] <구텐버그> 더그와 버드 [No.121]

글 |나윤정 사진제공 |쇼노트 2013-11-06 4,415

상상력의 힘

 

<구텐버그>는 상상력으로 시작해 상상력으로 끝나는 독특한 형식의 2인극이다. 작가 더그와 작곡가 버드가 자신들이 함께 만든 뮤지컬 <구텐버그>를 관객들 앞에서 리딩 공연 형식으로 선보인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상상력으로 채워지는 작품인 까닭에 무대는 심플하다. 악기는 오직 피아노 한 대만을 사용하고, 각 역할들의 이름이 적힌 수십 개의 모자들이 상징적인 소품으로 활용된다. 그만큼 끊임없이 다양한 역할로 변신해야 하는 배우들의 활약이 작품의 중요한 관건이다.

 

 

 

 

 

 

더그 정상훈 vs 정원영

더그는 <구텐버그>의 작가이다. 더그와 버드가 함께 힘을 모아 이끌어가는 작품이지만, 더그가 작가인 까닭인지 두 주인공 중 해설자로서의 역할은 더그 쪽에 약간 더 무게가 실린다. 따라서 끊임없이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는 재간둥이 역할도 더그가 더 많이 맡는다. 정상훈의 더그는 특유의 쇼맨십으로 작품에 톡톡한 재미를 더해준다. 분주히 공연을 준비하는 도중 마술을 보여주거나 엉덩이를 요리조리 흔드는 모습에서부터 이미 개구쟁이의 본성을 느낄 수 있다. 캐릭터별 특징을 잡아내 이를 과장되고 재밌게 표현하는 정상훈의 강점은 이 작품에서 빛을 발휘한다. 더그가 연기하는 다양한 역할들의 구분이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고주망태인 취객에서 명석한 구텐버그로, 또 약간 모자라 보이는 듯한 젊은 수도승에서 연약한 헬베티카로, 캐릭터의 이름이 적힌 모자를 쓰고 벗으며 드라마틱하게 변신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극적 재미를 더해준다. 한 배우가 정반대의 캐릭터를 오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이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미덕이기 때문이다. 고양이 인형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유연한 손놀림이나 숫총각 버드를 당황하게 만드는 애드리브 등 정상훈은 다양한 코믹 요소들을 활용해 극 속에 잔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정원영의 더그는 좀 더 해맑고 순수한 청년의 느낌이다. 그는 공연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소품 상자에 직접 들어가 보는 등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을 뽐내며 공연을 앞둔 신인 창작자의 설렘을 전해준다. 이런 느낌은 이후 극 전체로 이어지며,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능을 한다. 그는 해설자 역할을 할 때도 좀 더 활기차고 들뜬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것이 젊은 창작자가 꿈을 펼치는 과정을 더욱 자연스럽게 느끼게 만든다. 그 까닭에 ‘꿈’을 강조하는 작품의 메시지도 좀 더 자연스레 와 닿는다. 그는 푸줏간 주인과 헬베티카 역에서 반전의 매력을 펼치기도 한다. 우선 그가 자신의 실제 이미지와 상반되는 둔탁하고 거친 성향의 푸줏간 주인 역을 맛깔스럽게 소화할 때 반전의 재미가 있다. 그리고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헬베티카의 여성성을 잘 표현하면서도 인쇄기를 부수는 장면에서는 폭발적인 모습을 선보여 역할의 반전 매력을 끄집어낸다.

 

 

 

 

버드 송용진  vs 장현덕
<구텐버그>의 작곡가인 버드는 더그와 함께 작품의 매력을 전달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1막에서 버드는 주로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도맡아 눈길을 끌며, 그 가운데 악랄한 수도사 역할도 겸해 큰 각도의 변신을 보여준다. 장현덕의 버드는 우선 곱상한 외모부터 여성스러움을 표현하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그는 어린 소녀에서부터 중년의 여인까지 능숙하게 아우르며 다채로운 표현력을 발휘한다. 특히 모자를 썼다 벗었다 하며 부인과 그의 딸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그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자태부터 우아한 여인의 몸짓을 보이다가도 금세 혀 짧은 아이의 웅얼거림을 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린 여자 아이를 연기하는 것이 실제처럼 자연스러워 눈길이 가기도 한다. 배우 자체가 한동안 진지한 역할을 많이 맡았던 까닭에 진지함 속에 묻어나는 유머 코드가 더 크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다. ‘아이셔’를 ‘아이약’으로 잘못 읽었다는 설움을 토로하며 죽은 아이 앞에서 오만상을 찌푸리며 ‘아고, 너무 셔’를 외칠 때처럼 말이다. 그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능청스러운 연기를 할 때 더 큰 재미가 느껴진다.


송용진의 더그는 수도사 역할에서 좀 더 날선 모습을 드러낸다. 고양이 ‘사탄’을 품에 안고 눈을 번뜩이며 큰 몸짓을 드러낼 때 수도사의 악랄함이 극명하게 보여 극에 긴장감이 좀 더 부여된다. 허스키한 목소리와 열정적인 액션 덕분에 구텐버그와 헬베티카를 괴롭히는 강도도 세게 느껴진다. 반면 헬베티카 등 다양한 여성의 모습으로 변신할 땐 특유의 몸 꺾기 기술을 이용해 여성스런 자태를 드러낸다. 그런 까닭에 헬베티카 등 여성 캐릭터들이 연약함보다는 좀 더 섹시하고 관능적인 느낌에 가까운 것 같다. 송용진의 더그는 몸을 활용한 에너지 사용도 크다. ‘파괴해’ 장면이 대표적인 예인데, 그는 헬베티카에게 인쇄기 파괴를 지시할 때도 온몸을 뒤흔들며 무대 끝에서 끝을 마구 뛰어다닌다. 이런 움직임들이 다소 정신없이 느껴지는 면도 있지만 극에 역동적인 분위기를 더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작곡가로서 작품의 해설자 역할을 할 땐 관객과 호흡하는 애드리브로 무대에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1호 2013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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