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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cene Scope] <스팸어랏> 무대디자인 [No.117]

사진제공 |서숙진(무대디자이너) 정리 | 배경희 2013-07-09 4,427

한층 더 밝고 가벼워진 <스팸어랏>

 

코미디 뮤지컬의 새로운 장을 열어준 <스팸어랏>이 2010년 초연 이후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이번 앙코르 공연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대극장에서 중극장으로 무대를 옮긴 것이다. 극장의 규모가 달려졌으니 세트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 밝고 경쾌한 색을 입은 <스팸어랏> 무대 디자인 이야기를 들어보자.

 

 

 

 

 

<스팸어랏>은 각종 패러디가 난무하는 대놓고 웃긴 코미디 뮤지컬이다. 어딘지 좀 모자란 아더 왕과 원탁 기사들의 성배 찾기 여정이 펼쳐지는 동안 객석에서는 끊임없이 웃음이 터진다.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말일지 몰라도 배우들이다. 이 작품의 코믹함을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는 전적으로 배우의 역량에 달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즉, <스팸어랏>은 배우가 살아나야 하는 작품이다. 배우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세트는 상반된 분위기여야 하지 않을까? 초연 디자인을 맡았을 때 처음으로 한 생각이다. 세트가 작품의 무게를 잡아 주고 그 안에서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진행되면, 그 효과가 더욱 극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공연이 올라가고 보니 무채색의 무대 세트가 드라마에 비해 무겁게 느껴졌다. 앙코르 공연에선 초연과 정반대 느낌으로 디자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대 세트 자체가 가볍고 밝게 튀어 보일 수 있도록 말이다.

 

<스팸어랏>의 앙코르 공연장으로 정해진 연강홀은 무대 세트 양옆과 위공간이 넓지 않다. 이곳에서 공연하는 작품 대부분이 원 세트 무대인 이유다. <스팸어랏>의 프로듀서 역시 무대 세트를 최소화해서 공간을 비우고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극장 규모를 고려해 공간을 열어둔 디자인을 했다가 무대가 휑하게 보였던 과거 경험을 떠올려봤을 때, 오히려 세트로 테두리를 감싸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카멜롯 성을 무대 뒤편 중앙에, 다용도로 사용되는 높다란 건물을 무대 양옆으로 배치했다.

 

 

 

이번 디자인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좁은 공간의 활용 문제였다. 그 많은 대소도구들을 다 어디에 넣어놓아야 한단 말인가. 머리를 쥐어짜내서 간신히 대소도구들을 다 소화할 수 있었지만, 대도구들이 비밀 병기처럼 숨겨져 있는 무대 뒤 풍경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중에서도 최대의 난제는 2층 구조물로 허버트의 방을 만드는 일이었다. 용감한 기사 랜슬럿이 성에 갇힌 허버트를 구하러 간다는 설정 상 그의 방은 높은 곳에 위치해야 하는데, 천정이 높지 않은 이 극장에서 답답해 보이지 않게 2층 구조물을 세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몫. 며칠 고심 끝에 건물을 높이를 낮추는 것으로 해결 방안을 찾고 연출 데이비드 스완에게 “네가 괜히 돈을 버는 게 아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리허설 도중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거구의 사내 이훈진(허버트 아버지 역)이 2층에 올라가니 세트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흔들리는 게 아닌가. 무대 팀은 리허설 첫날 세트가 움직이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느라 이틀 동안 밤샘 작업을 해야 했다(훈진이 자유롭게 등퇴장할 수 있도록 세트 간의 간격도 넓혀야 했는데, 내가 아무리 구박을 해도 훈진은 그저 웃기만 했다).

 

만약 <스팸어랏> 무대에서 아날로그적인 옛 감성이 느껴진다면, 그 이유는 합판 세트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현대 무대미술 경향으론 스티로폼을 조각해 세트를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지만, 이번 세트는 전부 합판으로 제작했다. 스티로폼의 두께감이 답답한 느낌을 주겠다는 판단 하에 두께가 얇은 합판을 사용했다. 합판은 요즘 무대에선 거의 쓰지 않는 데다, 나 역시도 오랜만에 사용하는 것이라,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건 일종의 모험이었다. 합판 사용은 가벼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론 시간이 과거로 간 듯한 재미까지 더한 것 같다.

 

<스팸어랏> 무대 셋업 작업은 그 어떤 대극장 공연 때보다 더 어려웠다. 휘어진 형태의 세트는 제작하는 일도, 극장에 세우는 것도, 고된 작업이다. 부드러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광목천(무명실로 짠 베)을 덧씌워 작업한 합판 작화 역시 고생스러웠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었던 작업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만약 <스팸어랏>이 다시 대극장으로 무대를 옮겨 공연이 올라간다고 해도 이번 버전 세트를 사용할 만큼 마음에 드는 무대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7호 2013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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