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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우리가 지지한 뮤지컬 8 <컨택트> [NO.101]

글 |김영주 2012-03-02 5,234

혼자, 그리고 함께 춤추어야 하는 사람들

 

 

 

 

뮤지컬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분명한 답을 할 수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2006년 도쿄에서 <컨택트>를 본 후로는 그 질문에 답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아무도 노래하지 않고 좀처럼 말하지도 않는 이 뮤지컬을 본 관객들 대부분의 머릿속에는 같은 질문이 떠올랐을 것이다. 이런 것도 뮤지컬인가? 그렇다면 뮤지컬이 대체 뭐지?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가 한국에서 거둔 성공으로 ‘댄스 뮤지컬’이라는 세부 장르에 대한 정보들이 제법 알려진 시점이었지만 <컨택트>를 한국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굉장히 독특하고 그만큼 매력적이라고 느꼈지만, 우리 관객들이 좋아하는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화려하고 중독성 있는 음악 중 어느 것 하나 갖지 못한 작품이었다. 뮤지컬 같지 않은 뮤지컬이라는 반응이 나오기 딱 좋을 듯 했고, 유독 춤에 약한 한국의 뮤지컬 배우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어려울 것 같았다. 솔직히, 극단 시키가 공연하는 <컨택트>를 보고 나오면서 느낀 흡족함에는 한국에서는 공연이 불가능한 작품을 운 좋게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기쁨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예상 밖의 일들이 종종 일어나는 한국 뮤지컬계답게, 4년 후 이 작품은 LG아트센터 무대서 국내 초연을 했다.


익숙한 기성곡들을 배경음악처럼 사용하며 춤 위주로 극을 진행시키는 작품의 스타일도 생소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연결고리를 찾기 힘든 각각의 에피소드 세 개가 병치되는 형식도 낯설었다. <컨택트>는 ‘접촉’이라는 단어가 이끌어내는 긴장감과 두근거림, 소통과 교감, 그리고 단절을 다양한 몸짓 언어를 통해 보여준다. 단순히 춤으로 스토리를 설명하면서 볼거리도 제공하는 수준이 아니라, 각 캐릭터의 갈등과 욕망이 눈을 뗄 수 없는 기발한 안무 속에서 형상화 되었다.


<컨택트>의 세 에피소드에서 일관된 것 중 하나는 주인공들의 현실과 대비를 이루면서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레이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퇴폐적인 로코코 시대의 연인들이 은밀한 쾌락을 위해 벌이는 역할 바꾸기 놀이, 폭력적인 마피아 남편에게 짓눌려 사는 감수성 풍부한 아내를 현실에서 도피시켜주는 백일몽, 그리고 현대인의 고독에 쫓기다 목을 맨 남자가 보는 환상이 그 액자틀 안에 들어가 있다. 시대가 다르고 신분과 상황이 다르지만, 날 때부터 혼자인 인간이 어쩔 수 없이 타인과의 ‘접촉’을 열망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가장 본능적이면서 원초적인 소통인 몸의 접촉을 표현하기에는 노래나 이야기보다 춤이 적절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컨택트>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가능성이 어디까지 열려있는지 보여주는 야심찬 도전작이자, 성공작이다.

 

 

 

 

진단과 전망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작품이 아니라, 우리 관객들이 좀 더 다양한 스타일의 뮤지컬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뜻에서 무대에 올렸지만, 성적은 각오한 것보다도 나빴다. “ 워낙 흥행이 안돼서 쉽지는 않겠지만 <컨택트>는 다시 할 기회만 엿보고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잔 스트로만과 함께 이 작품을 더 발전시켜보고 싶다는 꿈을 꿔본 적은 있다. 에피소드를 두 개로 줄이고 대신 작품의 극성을 강화시키고 무대 미술에서 디테일을 더하는 쪽으로. 그리고 조금 더 작은 극장에서 하면 어떨까 싶다. 하지만 작은 극장에 가도 비용이 크게 줄어드는 작품은 아니다 보니까 과연 투자자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내 초연이 흥행 면에서 소박한 기대에도 미치지 못한 이유가 단지 국내 관객들의 취향이 편중되어 있어서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스타일의 작품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배우들이 다수라, 춤에 있어서 테크닉적으로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순수한 신체언어로만 표현을 하는데 능숙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지만 사실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찬사를 받은 것이 뮤지컬이나 연극 경험이 전혀 없는 프리마 발레리나 김주원이었다는 점은 신춘수 대표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재공연을 할 때는 전문 무용수들을 더 적극적으로 기용할 생각이다. 그리고 배역에 적합하다면, 다른 나라의 무용수들을 대상으로도 캐스팅의 문을 열어놓으려고 한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01호 2012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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