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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한일 ‘쓰릴 미’ 대표 배우의 만남 - 최재웅·김무열·니로 신야·타시로 마리오 [No.103]

글 |박병성 사진 |심주호 2012-04-24 5,738

 

미국 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뮤지컬 <쓰릴 미>가 2007년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거쳐간 배우들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졌다. 그 열풍이 국내에 머물지 않고 일본으로까지 이어져 2011년에는 <쓰릴 미> 일본 공연이 이루어졌다. 2012년 7월 동경에 있는 600석 규모의 은하극장에서 <쓰릴 미>가 재공연된다. 총 27회 공연 중 5회에 한국 배우를 대표해서 최재웅, 김무열이 출연한다. 작년에 이어 이번 일본 공연에 참여하는 니로 신야와 타시로 마리오가 여행 겸 <쓰릴 미> 관람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리처드 역의 니로 신야는 모델 출신으로 영화, TV, 뮤지컬을 넘나들고, 개성 강한 캐릭터로 ‘일본 뮤지컬계의 이단아’라는 별명을 가진 배우이다. 네이슨 역의 타시로 마리오는 성악을 전공하고 오페라와 뮤지컬 무대에서 두각을 보였다. <엘리자벳>의 루돌프 역을 맡기도 했다. 한일 <쓰릴 미> 배우들의 만남을 소개한다.

 

* 이 인터뷰는 2월 23일 충무아트홀 근방 카페에서 진행됐다. <더뮤지컬>과 일본 매체 각각 한 시간씩 인터뷰 시간이 주어졌다. 다음 인터뷰 기사는 두 매체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주제별로 종합하여 편집한 것이다. 최대한 배우들의 말을 살렸고,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두 인터뷰를 편집했다.

 

 

<쓰릴 미>의 매력 속으로


기자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목적이 무엇인가요?
타시로 마리오(이하 마리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니고 쇼핑도 하고, <쓰릴 미>를 보려고 왔어요.
기자  일본 공연과 한국 공연의 차이가 있다면?
니로 신야(이하 신야)  한국 공연을 유투브를 통해서 봤는데 연출이나 영상 사용이 자연스럽고, 관객들이 몰입해서 긴장감 있게 보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마리오  일본은 내면 연기에 집중하는데 한국의 국민성이랄까 파워풀한 점이 일본하고는 달랐어요.


기자  국내 관객들은 어떤 장면을 가장 좋아하나요?
김무열  키스 하는 장면!
신야  일본도 그래요.
김무열  진짜 키스를 하나요? 안 한다고 들었는데
마리오  한국은 어때요?
김무열  실제 하진 않고 하는 척만 해요.
신야  우린 찐하게 해요. (웃음)
최재웅  맨 마지막 장면도 좋아해요. 끝나기 직전 현실로 돌아와서 회상하는 장면이요.


기자  국내에서는 마니아층이 두터운 작품인데요.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무얼까요?
최재웅
   살인사건이나 동성애 등 그동안 뮤지컬에서 상상하기 힘든 소재여서 새로운 소재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지 않았나 싶어요. 그 전에는 정말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러고 보니 이 작품도 사랑이 소재군요.
김무열  대본상으론 잘생긴 남자들의 사랑이죠. (웃음) 우스갯소리로 여성 관객들의 퀴어에 대한 판타지를 충족시켜준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신야   일본에서는 좁고 낡은 지하 공연장에서 해요. 피아노 한 대 놓고 좁은 공간에서 하니까 그런 점이 신선한 것 같아요.

 

 

다양하게 열려 있는 작품 세계


기자  리처드(그)는 아무런 이유 없이 살인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연기를 하려면 인물을 이해해야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캐릭터에 다가가나요?
신야
  리처드는 (지독하게) ‘고독’과 ‘사랑’을 갈구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김무열  동감해요. 고독, 사랑, 무료함, 갈망. 리처드에게서 느낄 수 있는 정서는 굉장히 많아요. 매번 공연하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서 해왔던 것 같아요. 왜 살인을 하는가는 늘 가장 어려운 문제였고 고민스러운 부분이에요.
신야  리처드 역이 참 어려워요. 언어가 자유로우면 한국 배우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어요.
최재웅  어렵기야 네이슨(나)이 더 어렵죠. 현재 네이슨과 젊은 시절의 네이슨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극중극이니까. <쓰릴 미>는 네이슨과 리처드의 심리 싸움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네이슨과 심의관의 심리 싸움이기도 하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후자가 더 중요할 수 있죠.


기자  초연 공연에서는 네이슨이 의도적으로 안경을 떨어뜨렸는지, 아니면 후에 그러한 상황을 이용한 건지 모호하게 연출했어요.
최재웅
  이 작품의 매력이 열려 있다는 거예요. 관객에게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애매모호하게 열어두어서 다양한 상상을 하게 만들거든요. 관객도 그렇고 배우도 그렇고 열어두어서 재밌는 거 같아요.
마리오  네이슨은 늘 리처드를 지배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다 안경을 일부러 떨어뜨려서 그런 계기를 만든 거라고 생각해요.


기자  특별히 좋아하는 장면이 있나요?
김무열
  처음 만나는 장면이요. 오래 떨어져 있던 사이잖아요. 친하지만 미묘한 관계이고 첫 만남에서 둘 사이의 역사를 보여주어야 하니까 어려우면서도 재밌어요. 등장하기 전에 분장실에서 충분히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나가는데 첫 장면에 따라 그날 공연의 성패가 좌우되는 징크스가 있어요.
최재웅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는 작품이잖아요. 처음 길을 잘못 들면 이상한 데로 가기 때문에 첫 장면이 중요해요. 개인적으로는 현재 네이슨에서 젊은 네이슨으로 또 그 반대로 바뀌는 부분이 좋아요. 예를 들면 첫 장면에서 피아노가 연주되면서 과거로 돌아가는 그 순간이 좋아요.


기자  현재의 네이슨은 과거의 젊은 네이슨을 어떻게 볼까요?
최재웅
  현재 네이슨은 여유롭게 보겠죠. 아무래도 회상이니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네이슨이 죽고 리처드의 회상으로 이루어지면 완전 다른 작품이 되지 않을까.
마리오  시간이 지났지만 나이 든 네이슨은 그때를 여전히 현재라고 느끼고 있어요. 54세의 네이슨이 젊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이지만 구분된 게 아니라 19세의 자신으로 페이드인 되어 들어가는 느낌으로 연기해요.
김무열  (우리처럼) 컷인이 아니라 페이드인이군요.
신야  일본의 다른 팀 하는 것을 관객으로 봤는데 54세의 네이슨이 점점 19세의 네이슨으로 변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일본에서는 회상할수록 점점 젊은 네이슨으로 변해가는 것처럼 연출했어요.
마리오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었다’는 대사가 있어요. 그 대사를 19세의 네이슨이 하는지, 54세의 네이슨이 하는지 애매하게 남겨둬요. 결국 관객의 해석에 맡기는 거죠.


기자  동성애라는 다소 꺼려하는 소재를 삼고 있는데요.
최재웅  동성애는 소재일 뿐이고, 누가 주도권을 잡을까 하는 심리 싸움 안에 동성애가 있는 거죠.
신야  일본에서도 동성애란 소재 때문에 주목을 받기도 해요. 동성애를 기대하고 오는 사람들을 실망하게 만들죠.
김무열  2007년 초연 오픈하기 전에 한국에서 큰 유괴 사건이 터졌어요. 왜 하필 이런 시기에 이런 공연을 하느냐고 우려가 많았는데, 유괴나 동성애보다 그 외적인 요소들이 매력적이어서 인기가 좋았죠.

 


기자  2인극이라 호흡이 중요한데, 유대감을 어떻게 쌓아 가세요?
김무열
  2인극이니까 제가 돋보이려면 커뮤니케이션을 해 나갈 수밖에 없어요. 상대 배우가 이렇게 던지면 순간순간 반응하는 게 재밌기도 하고요. 그 점이 어렵기도 한데 스릴도 있어서, 둘의 호흡에 집중해서 보는 관객들도 즐거워하시더라고요.
최재웅  피아노도 배우니까 피아노까지 셋이죠. 이상한 연기를 해도 잘 받아주고, 나 역시 그렇고. 마치 퍼즐처럼 단점을 보완해주면서 장점을 북돋아주니까 유대감이 클 수밖에 없어요.
신야  처음 연습할 때 둘만 남겨뒀어요. 그 연습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과정에서 관계를 발전시키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마리오  둘만의 비밀이 생기고 강한 유대감이 제일 중요한 작품이에요.


기자  둘만의 비밀이라면?
마리오
  내가 지금 뭘 말하는지 서로가 아는 신호들이 생기고 그런 의미에서 둘만의 비밀이 있어요.

 

<쓰릴 미> 한국 대표 배우들의 일본 원정


기자  이 배우들이 일본에 가서 공연을 하게 되는데 조언을 해준다면?
마리오
  지금 이대로 오시면 돼요. 


기자  일본 공연을 하게 되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김무열
  2008년 <사랑은 비를 타고> 일본 공연을 재밌게 봤어요. 제가 출연했던 작품이라 더 그랬던 거 같아요. 일본 연출과의 작업도 기대되고 일본 공연을 기대하고 있어요.
최재웅  새로운 작업이어서 저도 기대가 커요. 일본 관객 분들이 어떻게 볼지 많이 궁금해요.


기자  기대감도 있지만 욕심이나 불안한 점도 있을 거 같은데요.
최재웅
  불안하죠. 쇼 뮤지컬같이 밝은 뮤지컬이면 피드백이 바로 올 수 있겠지만, 이건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의미가 있고 집중을 해서 들어야 하는데, 언어가 다르니까 자막이 있어도 한 템포 늦게 받아들이면 아무래도 흐름이 끊기잖아요. 일본 관객들이 못 알아보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죠. 어쩌겠어요. 잘해야죠.
김무열  한국에서 했던 연기 패턴이 있어서 일본 연출님과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쓰릴 미>가 기대되면서 걱정도 되죠. 어려움이 있겠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마리오  일본 공연은 무대가 많이 다른데, 어떻게 공연하실 건가요?
최재웅  예전 무대는 심플한 무대였고, 별다른 무대 장치가 없었어요. 크게 상관은 없어요. 새로운 무대 세트가 궁금하네요.
마리오  새로운 무대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단이랑 벤치만 있었어요.
김무열  앉을 데랑, 기댈 데만 있으면 돼요.


기자  일본 연출에 대해 궁금하진 않으세요?
신야 
  배우를 인정하시는 분이세요. 인정은 하시는데 매우 세세한 부분까지 지적하세요. ‘그 손이 아니라, 다른 손이야’ (웃음) 처음에는 의아하다가도 일단 해봐요. 잔소리가 많다고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믿고 따라가면 이해할 수 있어요. 마리오  온화한 분인데 언뜻 나타나는 미소가 귀여우세요.
신야  목소리가 작으세요. (그래서) “예? 뭐라고요?” (라는 말을 종종해요.) 한국에서는 페어가 바뀌잖아요. 그러면 연기도 달라지나요?
최재웅 저희는 초연 때 짝이 달랐는데, 합쳐진 경우거든요. 연습할 때부터 다른 페어랑 섞어서 연습을 많이 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어요.

 

 

 

 

문화를 이야기하다


기자  최근 일본에서 한류 열풍이 거센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야
 음…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요. 한국 뮤지컬이 들어와서 한국 배우들이 오면 일거리가 줄어들지 않겠어요. (웃음)
마리오  지금 한국은 뮤지컬이 활기가 있잖아요. 관객들도 많이 오고. 일본은 한국처럼 많이 오진 않아요. 어떻게 하면 한국처럼 많은 관객을 오게 할 수 있을까요?
김무열  거품이에요.


기자  일본 인구가 더 많은 이유도 있지만 실제 뮤지컬 시장 자체는 일본이 두 배가량 더 큰데요.
신야.마리오
  오! 그렇게 느껴지지 않아요.


기자  아마도 한국 뮤지컬 시장이 성장세가 커서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닐까요?
신야
  일본은 뮤지컬 관객이 감소하고 있어요.


기자  한국에서는 아이돌 스타들이 뮤지컬에 점점 많이 참여하는데, 일본에서도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신야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뮤지컬을 보니까 일본 시장이 작아요. 자니스 멤버가 출연하면 다른 관객들이 오니까 좋은 것 같아요.
김무열  한국 상황하고 비슷하군요.


기자  한국 배우들에게 묻고 싶은 거 없으세요?
신야
  옷 어디서 사세요? 명동에 옷 사러 갔는데 잘 못 고르겠더라고요.
김무열  개인적으로 명동보다 동대문이 좋아요. (웃음)

기자  서로 상대 배역을 만난 소감이 어떠세요?
김무열
  (니로 상은) 동안(童顔)인 거 같아요. 말씀 나눠보니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역시 같은 지구인이구나 싶었어요.
최재웅  (타시로 상은)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신야  (김무열 씨는) 되게 상냥한 거 같은데, 잠깐씩 동영상으로 봤을 때의 ‘그’의 느낌이 들었어요.
마리오  (최재웅 씨는) 신사적이고, 과묵하시고 무게감이 있으세요.


기자  일본 가서 공연 이외에 하고 싶은 거 있으세요?
김무열
  쉬는 날 도쿄 시내 구경 가고 싶어요.
최재웅  맛있는 거 먹고 싶어요.
신야  같이해요.
김무열  한국 대표로 일본에 가는 것이라 잘했다는 소리 듣고 싶고, 잘해보고 싶어요.
최재웅  얘는 ‘한국 대표’라는 말에 자부심이 커요. (웃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3호 2012년 4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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