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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ALON] <리타> 양준모·전미도·장유리 [No.134]

글 |박병성 사진 |심주호 2014-11-19 10,245
오페라 같은 뮤지컬?  뮤지컬 같은 오페라!

도니제티의 오페라 <리타>. 충무아트홀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오페라 <리타>의 참여자들이 심상치 않다. 
뮤지컬 배우 양준모가 연출을 맡고, 전미도가 드라마 슈퍼바이저로  참여하며, 음악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의 작곡가 맹성연이 맡았다.
그 외 각색에는 한지안, 가사에 채한울, 가사 감수에 이지혜 등  뮤지컬 관계자들로 스태프진이 짜여졌다.
네 명이 등장하는 작품에서 리타 역을 맡는 장유리만이 오페라 가수일 뿐, 나머지는  이경수, 최재림, 양준모 등 뮤지컬 배우들로 캐스팅되었다. 
오페라 <리타>의 예사롭지 않은 작업 과정을 양준모 연출,  전미도 드라마 슈퍼바이저, 리타 역의 장유리에게 들어보았다. 
인터뷰이의 각자의 일정 때문에 셋이 같은 자리에  있던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이 기사는 인터뷰이의 생각을 훼손하지 않는  차원에서 이야기의 순서를 재구성하여 편집한 글이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도전

주로 뮤지컬을 작업하던 스태프들이다. 왜 이런 스태프진을 구성했나?
양준모    기획 단계에 설문을 했는데 오페라는 대사를 알아듣기 힘들고, 대중적인 배우가 출연하지 않아 친근감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철저히 관객 입장에서 접근하기 편한 오페라를 만들려고 했다. 

전미도 씨는 드라마 슈퍼바이저로 참여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나?
양준모    작품의 컨셉을 공유하고 연기적인 면에서 디렉터 역할을 한다. 나는 노래가 전공이고, 연기를 배운 적이 없다. 노래는 쉽게 설명할 수 있는데 연기는 말로 설명하지 못하겠더라. 이번에 깨달은 건데 연출은 정말 말을 잘해야 한다. 그런 부분을 보완하려고 미도 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내가 말하면 배우들이 이해하지 못하는데, 전 감독이 말하면 이상하게 이해하더라. 똑같은 내용인데도 말이다. 
전미도    양 연출은 남자다 보니까 사실에 대해서만 말하고, 나는 여자다 보니 그 사건이 어떠한 감정으로 일어나는지 설명하니까 배우들이 더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 배우들은 감정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이해하기 편하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 다른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할 만한가?
양준모    배우가 제일 쉬웠다.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하니까 굉장히 예민해지는 것 같다. 왜 연출가들이 담배 피우는지 알겠더라. 배우로서도 많은 도움이 됐다. 이번에 프로듀서를 이해하게 됐고, 스태프들을 이해하게 됐다. 머리로 이해한 게 아니라 체감했다. 
전미도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사람의 자존심을 알기 때문에 너무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게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었다. 이해시키는 동시에 배우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 배우로 작업을 하다 보면 연출의 말 때문에 상처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세 명의 배우가 출연하지만, 수십 명의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에서 일일이 배우 기분 맞춰가면서 연출할 수는 없다. 양 연출은 내가 전체를 본다고 하지만 배우로 참여하게 되면 내 역할에 빨간줄 긋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는 연기를 안 하니까 좀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그래서 설명을 해주는데 빨리 이해하지 못하면 답답하다. 성격 급한 연출들의 마음을 알겠더라. 
양준모    그래서 어떤 연출은 실제로 연기를 보여주는데, 배우에겐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 연기는 연출만 아는 연기니까. 
전미도    여기서 내 역할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말을 해주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체화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신선한 질문을 던지는 오페라

양준모    오페라에서는 창작 오페라도 자막을 쓴다. 관객이 자막을 보다 보면 집중이 어렵다. 우리는 한글 가사로 자막 없이 공연할 계획이다. 그래서 뮤지컬 배우들을 참여시켰다. 우리말로 오페라 가사를 붙이는 것은 굉장히 힘든 작업이다. 번역이 중요해서 이지혜 작곡가에게 부탁했다. 이 작곡가가 클래식인데 너무 파격적으로 간 거 아니냐고 걱정을 했다. 그런데 오히려 더 그렇게 가 달라고 했다. 대신 음악은 훼손하지 않고 다 살렸다. 

가사도 현대적이고 대사도 새롭게 많이 넣었다. 뮤지컬 같은 느낌을 주지는 않을까.
양준모    안 그래도 그런 걱정을 했는데, 클래식한 노래고 발칸토 창법으로 부르기 때문에 뮤지컬로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가장 먼저 한 작업이 음악감독님이 도니제티의 작곡 의도를 분석해서 배우들에게 설명한 것이다. 도니제티가 분석해 놓은 대로 감정이 가야 한다. 뮤지컬 배우들은 그때그때 감정에 따라 연기하는 것이 익숙해서 개인의 감정을 많이 빼야 한다. 악보대로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장유리 씨는 그 반대다. 
장유리    발음 지적을 많이 듣는다. 잘 들리게 하다 보면 소리 내는 데 불편하다. 성악은 소리를 둥글고 예쁘고 밝고 깨끗하게 내는 게 목표다. 그런데 발음이 다 들리게 해야 하니까, 목의 어느 부분은 눌려서 예쁜 소리가 나는 걸 방해한다. 처음엔 그것 때문에 힘들었다. 
전미도    연기적으로 디테일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오페라다 보니까 배우들이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아무래도 소리 내는 것을 놓치고 갈 순 없으니까. 노래는 편하게 하되, 디테일한 감정을 하나의 큰 행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있다. 
장유리    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오페라 관객이 점점 줄고 있다. 오페라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편견 때문이다. 그 이유가 첫 번째는 언어 때문인 것 같다. 연기를 안 보고 자막 봐야 하니까 공감이 안 되는 거다. 이 작품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의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 몇 편의 뮤지컬을 봤는데 악기 구성부터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할 수밖에 없더라. 스피커를 통해 음향이 나오니까 이어폰을 꽂고 듣는 것처럼 훨씬 가깝게 들린다. 지금 사람들은 가까이 듣는 것에 익숙한데 오페라는 굉장히 멀리서 듣는 거 같으니까 고루한 느낌을 받는 듯하다. 
양준모    마이크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마이크가 없는 시대였기 때문에 성악 발성이 생겼다. 지금은 마이크가 생겼다. 만약 볼륨 확장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음향 기술로 성악가들의 소리 전달을 도와준다면 사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 
장유리    마이크가 있다고 노래하는 데 더 편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100을 내던 것을 마이크가 있다고 50만 내면, 원래 소리가 나지 않는다. 100만큼 에너지를 내야 원하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데, 마이크를 이용하면 소리 전달이 막히는 느낌이다. 그리고 소리가 변하지 않나. 

<리타>에서는 마이크를 사용하나?
양준모    사용한다. 충무아트홀 중극장블랙에서 두 대의 피아노를 놓고 연주하는데, 피아노에는 마이크를 사용해야 하고, 전체적인 밸런스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전미도    오페라를 많이 보지 못했다. 이번에 오페라 작업에 참여하면서 오페라에서는 왜 저렇게 말할 수밖에 없고, 저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됐다. 작업을 하면서 오페라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뮤지컬과 오페라, 같으면서 다른 문화

양준모    오페라는 가수라고 하고 뮤지컬은 배우라고 하잖나. 나는 무대 위에서 노래만 하는 사람이 아니면 다 배우라고 본다. 
장유리    무엇에 더 중점을 두느냐가 다른 것 같다. 오페라는 연기를 굉장히 잘해도 노래를 못하면 무대에 못 선다. 그런데 뮤지컬에서는 노래가 부족해도 연기가 월등하면 왠지 설 수 있을 것 같다. 
양준모    젊은 성악가들도 우리 작업을 우려한다. 일단 성악 전공자가 아닌 사람을 오페라에 캐스팅한 것을 걱정하는 것 같다. 유리 씨도 리스크를 안고 하는 거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 때 성악가 윤이나 씨가 칼롯타 역을 맡았다. 뮤지컬에 출연하고 다시 오페라에 출연할 때 불이익이 있었다고 들었다. 
장유리    나는 걱정 안 한다. 우린 뮤지컬을 하는 게 아니라 오페라를 하는 거니까. 

이번 작품에 참여하면서 느끼는 차이가 있나?
장유리    별로 없다. 뮤지컬 쪽 사람들과 한다고 해서 크게 다른 것은 없다. 처음엔 어색한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차이를 모르겠다. 지휘자가 없다는 것은 좀 아쉽다. 

오페라에는 고급스런 이미지가 있다.
장유리    아무래도 그렇다. 내 동생이 노래를 잘한다. 동생이 뮤지컬 배우를 하고 싶어 했는데 집에서 반대했다. 내가 성악 하는 것은 괜찮았는데 말이다. 뮤지컬 배우들은 밤늦게까지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온다는 인상이 있었던 것 같다. 
양준모    성악을 전공하다 첫 뮤지컬에 참여한 작품이 <금강>이었다. 성악 할 때는 매일 9시에 잤다. 뮤지컬을 연습하는데 매일 연습 끝나고 술을 마시러 가더라. 끌려가긴 했는데 다음 날 노래해야 하는데 괜찮나 싶었다. <금강>이 워낙 연극하는 분들이 많이 출연한 작품이기도 했지만 충격이었다.
장유리    성악가들은 몸이 악기니까. 

오페라와 뮤지컬에서 작업 방식도 다를 것 같다. 양 연출처럼 발음에 대해 강조하는 연출가가 있나?
장유리    오페라에서는 연출이 발성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휘자의 책임이니까. 연출은 오직 연기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다. 만약에 연출이 발성을 문제 삼는 정도가 심하면 배우는 그냥 갈 수도 있다. 사담이라도 연출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큰 실례다. 
양준모    그래서 오페라의 지휘자를 마에스트로라고 하는 거다. 모든 컨트롤을 마에스트로가 하니까. 

이전에도 뮤지컬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장유리    오페라 무대에 섰을 때 연기를 하면 상대방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오페라에서는 소리가 중요하다 보니까 상대방의 연기에 호응을 안 해줄 때가 있다. 그때 뮤지컬을 해볼까 생각한 적이 있다. 
양준모    관객들은 노래만 잘하는 성악가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관객들은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는 성악가를 보고 싶어 한다. 첫 뮤지컬 <금강>으로 평양 무대에 갔을 때, 그 사람들이 공연을 보고 웃고 울면서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는 것을 봤다. 오페라를 하면서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 뮤지컬로 방향을 바꿨던 것이다. 
장유리    이러한 작업들로 우리 오페라계가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우리도 좋은 작품을 많이 올린다. 관객들이 안 찾으니까 갈수록 좋은 작품을 올리기가 힘들어지는 거다. 
양준모    옛날에 오페라를 보면 연약한 여자 주인공인데 굉장히 풍만한 분이 나와서 감정이입이 전혀 안 되곤 했다. 
장유리    파바로티가 대단한 성악가였다. 지금 그 정도 주연급 성악가들은 굉장히 잘생겼다. 키도 크고 날씬하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봤는데 굉장히 재밌었다. 오페라에 비해 아쉬운 점은 정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페라에서 정적은 굉장히 많은 것을 함축한다. 정적으로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들고 집중시킨다. 그래서인지 뮤지컬은 편하게 관람하게 된다면, 오페라는 집중해서 보게 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4호 2014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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