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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쓰릴 미> 정욱진 [No.133]

글 |나윤정 사진 |심주호 2014-10-20 5,620
맑은 하늘  바다의 쉼  



“죽을 때까지 순수함을 잃고 싶지 않아요.” 정욱진은 한마디 한마디 말을 끝낼 때마다 방긋방긋 웃었다. 그에게 순수란 단어는 참 잘 어울렸다. 한 시간의 짧은 만남에 상대의 모든 것을 알 순 없지만, 전해 오는 느낌이란 게 있다. 참 해맑다! 그러고 보니 이런 성향이 그의 무대를 조금 특별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쓰릴 미>의 네이슨처럼 말이다. 
“하면 할수록 재밌어요. 오로지 상대인 리처드 역에게만 집중하고 나면 짜릿짜릿! 정말 좋아요. 네이슨은 배우로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역할이에요.” 유수한 배우들이 거쳐 간 <쓰릴 미>에서 그는 자신만의 개성을 찾기 위해 고민했고, “자연 친화적이고 순박한 네이슨”이란 노선을 택했다. “연습을 하면서 점점 나만의 개성을 자르고 있더라고요. 첫 공연 전날 한숨도 못 잤어요. 나만의 색깔은 뭘까? 누워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맑은 자연이 떠올랐어요. 그래, 두뇌 싸움보다는 리처드를 조건 없이 사랑해보자!” 
그런데 왜 하필 자연이었을까? 전라남도 여수에서 태어나고 자라 자연을 누비며 놀았던 그의 청정한 성장 배경 덕분이었다. “그땐 놀 거리가 많이 없어서 뱀도 잡으러 다녔어요.” 어린 시절, 정욱진은 “굉장히 정신없는 아이”였단다. 그에 걸맞게 꿈도 개그맨이 되는 것! “앞에 나서서 사람들 웃기는 걸 좋아했어요. 학창 시절 장기자랑 나가면 항상 일등 했어요. 성대모사도 많이 했고, 트로트도 잘 불렀죠.” 주로 어떤 곡을 불렀느냐고 되물으니, “뭐였지? 박상철의 ‘무조건’? 캬!” 과거를 추억하는 그의 얼굴엔 금세 장난기가 가득하다. 
정욱진은 서울예대 연기과에 진학 후, 자연스레 무대를 접하며 그 매력을 알아갔다. 뮤지컬 데뷔는 2011년 극단 학전의 레퍼토리 <굿모닝 학교 ver.7>, 졸업을 앞두고 경험삼아 본 오디션에 합격한 것이다. 안산에 있는 학교 기숙사에서 대학로를 오가며, 잠도 제대로 못 잤지만 그는 열정이 넘쳤고 또 많은 것을 배웠다. “첫 무대요? 사람들 앞에서 트로트를 부를 때 그 느낌이었어요.” 



이후 <프로포즈>, <완득이>, <광화문 연가2>를 통해 차근차근 무대 경험을 쌓은 그는 최근작 <정글 라이프>(피동희 역)를 통해 무대의 소중함을 여실히 깨달았다. 그 직전, 허리를 다쳐 <번지점프를 하다>를 하차하고 몇 달 동안 누워 지내야 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원에 있는 동안에도 그는 꾸준히 오디션을 준비했다. <정글 라이프>, <쓰릴 미>, 그리고 <원스>까지. “사실 무리해서 빨리 복귀를 했죠. 진통제를 먹고 무대에 올랐으니! 하지만 한 회 한 회 설 수 있다는 게 감사했어요. <정글 라이프>를 통해 연기뿐 아니라 배우로서 욕심을 버리고 내려놓는 법도 배우게 됐죠.” 
차기 작 <원스>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주었던 작품. “오디션 시기가 잘 맞아떨어졌어요. 그래서 입원해서 쉬는 동안 계속 악기 연습을 했죠. 그 전엔 베이스를 만져보지도 못했거든요. <원스> 팀에서 제 별명이 ‘투 먼스(two month)’예요. 오디션 볼 때 해외 크리에이티브 팀이 물어보더라고요. 베이스 얼마나 쳤니? 투 먼스. 만돌린은? 투 먼스. 드럼은? 투 먼스. (웃음)” 단기간에 쌓은 그의 멋진 연주 실력을 볼 수 있는 이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은 안드레. “맥도날드 알바생인데, 굉장히 큰 꿈을 갖고 있다가 좌절을 겪어요. 그 설움을 음악으로 푸는 인물이죠. 누구나 실패를 맛보고 절망하잖아요. 그런 분들이 이 역할을 보며 치유받았으면 해요.” 
그의 순수한 바람은 비단 <원스>에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작품을 보고 관객들이 무엇을 얻게 될까?” 정욱진은 작품마다 깊은 고민을 해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란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지금 자신의 꿈과 단단히 연결되어 있어,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어떤 작품이든, 어떤 역할이든, 저를 보시고 관객들이 마음에 조그만 쉼을 얻어 가셨으면 해요. 그것이 죽을 때까지 제가 배우를 하는 보람이고 이유일 거에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3호 2014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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