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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REATIVE MINDS] <안녕! 유에프오> 변두리 사람들의 소망을 싣고 [No.132]

사진제공 |CJ문화재단 진행·정리 | 박병성 2014-10-15 5,012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신인 창작자들에게  작품 리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지원 프로그램이다. 
<더뮤지컬>은 이 프로그램에 발표된 작품과 창작자 들을 소개해왔다. 
이번에는 <더뮤지컬>의 뮤지컬 비평가 양성 프로그램 ‘더뮤지컬 리뷰어’의 강지나, 임혜진이 참여해 
<안녕! 유에프오>의 김예림 작곡가, 김중원 작가와 작은 좌담회를 가졌다. 
작품을 개발 중인 젊은 창작자들과 비평을 공부하는 예비 평론가들의 만남은
애정 충만한 분위기에서 유익한 대화로 채워졌다.


 

{€작품 소개€}

<안녕! 유에프오>는 이범수, 이은주 주연의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작품이다. 선천적 시각장애인 유경은 남자 친구와 이별한 후 구파발로 이사 온다. 말을 더듬고 소심한 성격의 상현은 유경에게 반하지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버스 운전사 상현은 그가 직접 DJ를 맡아 녹음한 방송 ‘박상현과 뛰뛰빵빵’을 버스에서 틀어주며 평소에 하지 못한 말과 마을 사람들이 이야기를 전한다. 마을에서 고철을 줍는 복희 할멈의 정체는 외계인이다. 그녀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고생 선아는 유에프오 사진을 찍어 그것을 마을 사람들에게 판다. 그러나 그 사진 속 유에프오의 정체는 유경이 돌렸던 야광 훌라후프임이 밝혀진다. 복희는 지구를 떠나기 전 유경과 상현의 사랑을 이어준다. 


  

변두리 마을 사람들의 소망

박병성  작품을 본 소감은 어땠나? 
임혜진  요즘 이야기 같진 않았다. 은평구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아기자기하고 따스한 느낌을 받았다. 
강지나  소극장 뮤지컬에 잘 맞는 로맨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작품을 본 사람들의 말이 원작 영화를 뮤지컬의 언어로 잘 옮겨 놓았다는 평이었다. 영화와 달리 복희라는 진짜 외계인을 등장시켰는데 그 캐릭터가 굉장히 맘에 들었다. 
박병성  주인공은 유경과 상현이지만, 마을 사람들이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공간이 서울인데도 왠지 변두리 이미지여서 시골스러운 분위기를 준다. 마을 사람들의 소박한 소망들이 유에프오라는 판타지와 어우러져 따뜻한 감동을 줬다.
강지나  뮤지컬 <빨래>가 많이 생각났다. 이 작품의 성공 요인은 애잔함이라고 본다. 그걸 잘 보여주는 캐릭터가 주인집 할머니인데, 마찬가지로 <안녕! 유에프오>가 상현과 유경의 로맨스가 중심이지만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살아나는 가운데 그들의 사랑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마을 사람들이 부르는 ‘유에프오! 한 번만 나타나줘’에도 그들의 소망이 느껴지는데 그런 것들이 좀 더 응축된 마음으로 폭발해서 나타나면 좋을 것 같다. 선아의 부모도 왜 싸우는지 좀 더 친절하게 보여주고, (상현의 동생이지만 형을 막 대하는) 상구의 캐릭터도 더 입체적으로 제시됐으면 좋을 것 같다. 
박병성  마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아웃사이더이고 그래서 소망하는 바가 있다. 잦은 부부싸움을 하는 부모를 둔 선아는 욕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몰래 키워가는 작가의 꿈이 있다. 복덕방 할아버지도 복희에 대한 감정을 키워가고 있다. 그러나 상구는 다르다. 왜 그렇게 형에게 버릇없게 구는지, 전파상을 팔아버리고 싶은 것인지, 지키고 싶은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작품에서 상구는 그냥 나쁜 놈이다. 
김중원  리딩이기도 하고, 유경과 상현을 중심으로 풀어가다 보니까 상구와 상현의 갈등을 보여주는 두 장면을 들어냈다. 아직 이야기를 풀어갈 방향에 대해 결정하지 못한 점들이 있다. 



일상 속의 판타지

임혜진  복희는 마을 사람들과 대비되는 캐릭터로 유경과 상현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을 지켜본다. 작품의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 복희의 솔로곡이나 별도의 노래가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김중원  복희는 상현과 유경을 객관적으로 봐줄 인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추가한 인물이다. 현실 속의 판타지를 다루고 싶었는데 그것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우리 일상 속에 외계인이 있다’는 컨셉으로 만들었다. 유경과 상현을 지켜보면서 중간중간 끼어들고 있는데 이번 리딩에서는 충분한 역할을 주진 못했다. 복희 캐릭터를 좀 더 키워가 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김예림  <스위니 토드>의 거지여인처럼 미친 것 같지만 전체를 파악하고 있는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리딩 공연에서는 신이 끝날 때마다 한 마디씩 끼어드는 형식이 거칠고 다듬을 데가 많지만 그 역할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복희의 노래는 좀 더 넣고 싶은데 (차에 치일 뻔한 유경을 구하기 위해) 시간을 멈추는 장면에 노래를 부른다거나, 그녀만의 노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박병성  복희가 마지막 노래를 불러도 좋겠다. 복희는 마을 사람들의 꿈을 상징하는 셈이니까, 남아있는 마을 사람들의 작은 소망들을 긍정하는 노래. 
강지나  꿈꾸는 네가 아름다워. 뭐 이런 거. 너무 가르치려고 하는 거 같지 않을까.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은근히 배어나는 게 좋을 것 같다. 애니메이션 <바람돌이>에서 바람돌이가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라고 준 것이 현실에서는 머리가 자라는 약이었다. 현실과 판타지 세계의 대비가 재미있는 장면이다. 그런 식으로 외계인이 소원을 이뤄주는 선물을 줬는데 그게 엉뚱하게도 훌라후프였다든가, 현실과 판타지가 대비되어도 재밌을 것 같다.
박병성  복희 이야기를 좀 더 하면, 변두리 마을 사람들이 무언가를 소망하고, 사진을 사는 장면에서는 요행이지만 유에프오를 통해 그것을 이루려고 하는 소시민적인 욕망을 잘 보여준다. 그것을 복희라는 캐릭터로 구체화했는데, 그러면서 영화와 비교해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분명해졌다. 영화에서는 유에프오의 존재가 사실인지 판타지인지 애매하게 줄타기를 하면서 거기서 오는 재미가 있었다. 유에프오 사진이 훌라후프였다는 것이 밝혀지는데 마을 사람들의 소망이 유에프오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뮤지컬에서는 외계인을 등장시켜 그런 판타지와 현실의 줄타기 재미는 사라진다. 
김예림  처음에는 고철을 줍던 미친 할머니로 알았는데, 나중에 복희가 외계인이고 유에프오를 고치기 위해 고철을 주었던 것이 밝혀지는 구조로 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지금대로의 장점이 있다. 이번 리딩에서는 그것까지 해결하지는 못했다. 
강지나  복희 역할을 한 배우(김국희)가 워낙 잘했고, 리딩이다 보니까 관객의 상상에서 발휘되는 부분이 많아서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만약 실제 무대에서 외계어로 주문을 외운다면 굉장히 이상할 것이다. 
김예림  국희에게 ‘이거 입에 담을 수 있겠어’, 했는데 무척 잘해서 놀랐다.



시각장애인의 사랑

임혜진  영화에 비해 마을 사람들이 더 약자인 것처럼 보였다. 박상현은 말을 더듬는다는 설정을 넣어서 더 약자로 비쳤다. 상현을 말더듬이로 설정한 이유가 있나?
김중원  시각장애인은 아무래도 사회적인 약자이고, 상현도 약자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말을 더듬는 것으로 설정했다. 원래는 지금처럼 항상 더듬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말이 있거나 중요한 상황에서 말을 더듬는 정도였는데, 정문성 배우가 좀 더 발전시킨 경우다. 그래서 할 말을 하지 못하고 가슴을 치는 대목에서는 복받치는 감정이 느껴지더라. 
김예림  정문성 배우가 워낙 그 연기를 잘해서 넘어갔지만, 조금 답답할 수도 있고, 그것 때문에 전체적으로 늘어지는 면도 있어서 좀 줄일 필요가 있다. 
강지나  상현은 록커가 꿈인데 부르는 노래는 죄다 발라드다. 
임혜진  원작 영화에서도 전인권이 등장하기도 하고 록이 중요하게 사용되는데, 그런 요소가 첨가되면 좋을 것 같다. 
김예림  록 발라드도 있는데 부각되지는 않았다. 
박병성  록커가 꿈이라는 부분을 빼도 되지 않을까?
임혜진  내면의 마음을 들려주는 곡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느슨하게 전개되지 않았나 싶다. 비슷한 전개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박병성  동감이다. 각 인물이나 설정을 소개하는 앞부분보다 작품의 뒷부분에서 긴장이 떨어지는데, 노래가 전체적으로 착하게 진행된다. 우체국에 편지를 찾으러 가는 ‘나는 간다, 우체국’을 제외하고는 음악이 비슷한 분위기와 템포로 진행된다. 
김예림  관객들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곡으로 ‘나는 간다, 우체국’을 뽑아서 당혹스러웠다. 이 노래가 대표곡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강지나  유경이 앞을 못 보는 것이 상현과의 사랑을 이루는 데 얼마나 장애가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작품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없다. 동생 상구가 ‘장님년’이라고 표현하거나, 운전수가 앞이 안 보이면 집에나 있으라고 하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나머지 장면에서는 유경의 시각장애인으로서의 불편과 약자의 성격이 드러나지 않는다. 시각장애인은 집에 가서도 불을 켜지 않는다고 하더라. 상현이 집에 갔을 때 그런 에피소드를 넣는다거나, 소리와 냄새에 민감한 시각장애인만의 특성을 잘 살린 에피소드를 개발한다면 로맨스가 덜 일상적이 되지 않을까. 
박병성  영화에서는 유경이 히스테릭하고 굉장히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다. 상현에게 접근하는 것도 그를 이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기도 했다. 그러다 점점 유경을 이해하게 되고 마음을 열었는데, 리딩 공연에서 유경은 그냥 한없이 착한 캐릭터다. (어린 시절 나이아가라 폭포 속에 혼자 남겨져 물에 대한 공포가 생겼던 경험을 들려주는) ‘혼자가 된다는 것’이나, (유에프오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을 봤던 기억을 들려주는) ‘태어나 처음 본 세상’이란 노래에서는 유경의 고독과,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그녀가 느껴지는데 정작 드라마에서는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유경을 느낄 수가 없다. 
강지나  ‘혼자가 된다는 것’이란 노래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서 버려졌다는 것인지, 거기서 부모님이 사고를 당했다는 것인지, 나중에야 혼자 고립된 것의 공포감이나 물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는 노래라는 것을 알았다. 
임혜진  나 역시 어린 시절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버려진 줄 알았다. 
박병성  나이아가라 폭포 장면은 폭포 소리를 강하게 해서 관객들을 순간이나마 유경과 같은 상태, 그녀의 입장을 느끼게 해주는 연출로 꾸며도 좋을 것 같다. 
김예림  그런 자극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장면이다. 



유경과 상현의 로맨스

박병성  유경과 상현의 러브 스토리만 떼어놓고 생각하면, 사랑의 발전 단계가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둘이 왜 서로에게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김중원  버스 안에 잠든 유경이 상현에게 기대고, 상현은 난생 처음 특별한 느낌을 느끼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설정이다. 
강지나  유경은 꿈결에 상현이 헤어진 남자 친구인 줄 알고 수염을 쓰다듬는다.(뮤지컬 넘버 ‘난 이틀 정도 기른 너의 수염이 좋아’) 다른 사람인 줄 알고 쓰다듬는데 과연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그리고 상현이 옛 남자 친구와 있는 유경을 보고 오해해서 돌아서는 장면도 감정적으로 설득이 되지 않는다. 
박병성  오해하는 장면에서 옛 남자 친구와 있다고 돌아서는 상현이 그렇게 못나 보일 수가 없다. 저런 사람이라면 유경과 헤어지는 게 낫다. 상현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김예림  원래 의도했던 것은 상현이 유경을 걱정해서 왔는데, 남자 친구와 차 안에 있는 모습을 본다. 날 이용했구나,라고 생각하고 유경에게 차갑게 군다. 그러면 유경은 이 사람이 왜 그러지, 서로 오해하면서 서먹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김중원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쓸 때 여주인공인 유경을 부정적으로 보이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은 처음엔 괴팍하지만 나중에 이해가 되는 인물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 
강지나  마지막 유경과 상현이 화해하는 과정도 상현이 용기를 내게 되는 계기가 없다. 그저 선아의 충고를 듣고 마음을 바꾼다. 유경의 집에서 둘이 찍은 사진을 보고 마음을 확인한다거나, 용기를 낼 만한 에피소드가 필요하다. 
박병성  전반적으로 로맨스의 플롯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것 같다. 혹시 창작자들이 관객에게 궁금한 점은 없었나?
김예림  ‘혼자가 된다는 것’을 유경이 버림받거나, 부모님을 잃게 되는 내용으로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 의외였다. 
김중원  상현이 말 더듬는 설정을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강지나  문성 배우가 잘하기도 했지만 말을 더듬어서 감정이 더 살아나기도 했다. 
박병성  자신이 만든 방송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캐릭터인데 알고 보니 말더듬이라는 설정은 아이러니하면서 매력적이다. 
김중원  상구가 유경을 ‘장님년’이라고 부르고, 상현에게 ‘걔랑 했냐?’ 하는 대사가 있는데, 나는 보면서 굉장히 거부감을 느꼈다. 관객들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강지나  그 장면에서 상현이 처음으로 상구에게 대들잖나. 극적인 상황이고 그 정도의 톤은 거슬리지는 않았다. 
박병성  그래서 상구가 더 못된 사람처럼 보이긴 한다. 상구의 캐릭터를 좀 더 명확하고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면 드라마상으로 거슬리지는 않을 것 같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2호 2014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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