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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더 데빌> 한지상·윤형렬 [No.132]

글 |나윤정 사진 |심주호 스타일링 | 백지혜 | 헤어 메이크업 | 이창은(라메종 0809) 2014-09-30 6,884
꿈같은 그 속삭임 



<더 데빌>의 모티프가 괴테의 『파우스트』란 말을 들었을 때, 무대를 상상하기가 쉽지 않았다. 과연 어떤 작품이 탄생할까? 
이윽고 캐스팅이 공개됐을 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청각을 충족시켜 줄 무대가 될 것이란 것.
개성 넘치는 음색과 가창력의 소유자들이 똘똘 뭉쳤으니 말이다.
배우 각자의 매력도 훌륭하지만, 그들이 함께했을 때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건 당연했다.
한지상과 윤형렬의 조합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X와 존 파우스트로 대면하는 이들은 실제로도 X축과 Y축처럼 완연히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만남의 중점은, 예측불허이기에 더욱 특별함을 이루었다. 


천천히 변화하는  



인터뷰를 위해 1년 만에 다시 만난 한지상은 한층 성숙해 보였다. 물론 역할에 젖어 있어서이기도 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두 도시 이야기>의 시드니 칼튼, 이제 막 개막한 <더 데빌>의 X가 워낙 스펙트럼이 넓은 역할이니 말이다. 하지만 역할을 내려놓고 보더라도 확연히 변화가 느껴졌다. 더욱 안정감이 생긴 느낌이랄까? “점차 파우스트에서 X로 옮겨가고 있는 것 같아요. 고민이 없어졌다는 차원에서요. 파우스트는 불안정한 존재지만, X는 고뇌하지 않거든요. 고민할 시간에 뭐든 하자! 요즘은 이런 주의예요. 또 점점 많은 말이 필요 없어지는 걸 느껴요. 보여드리면 되는 거죠.” 문득 지난 1년간 그의 활약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 시간들이 그를 변화시킨 걸까? “최근에 갑작스레 생긴 변화는 아니에요. 10여 년간 무대를 오르내리며 천천히 쌓인 결과물인 거죠. 그만큼 굳은살도 배었고요.” 

시드니 칼튼 역을 맡았을 때도, 그는 말보다 행동을 앞세웠다. “저도 알고 있어요. 한지상이 시드니를? 처음엔 많은 분들이 기존의 시드니와 저를 비교하셨단 걸. 하지만 정답은 없기 때문에 제 DNA에 맞는 또 다른 시드니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해서 보여드렸죠. 아니나 다를까 제 답을 인정해주시기 시작하더라고요. 이런 벽을 깨부수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루시라는 인물을 만나 시드니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한지상. 그는 공연을 하면 할수록 자신이 시드니와 그 어떤 인물보다 맞닿아 있음을 느꼈다. 

그의 말을 듣다 보니 <더 데빌>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커졌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는 X의 미스터리함이 그와 꽤 잘 어울리지 않은가? 그만큼 X와 한지상의 만남은 특별한 시너지를 이룰 것 같은 기대가 든다. “X는 두 가지 특징이 있어요. 자유로움과 신중함을 동시에 요구하죠. 미스터리한 존재이기 때문에 선도 되고 악도 될 수 있어요. 그만큼 캐릭터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죠. 하지만 미스터리한 존재가 너무 허무맹랑해 보이면, 존과 그레첸을 조종하는 에너지가 자칫 떨어져 보일 수 있어요. 자유로우면서도, 무게감 있게 그 둘을 조종하는 역할도 해야 하는 거죠.” 

<더 데빌>의 매력 중 하나는 같은 캐릭터라도 캐스트에 따라 디테일한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한지상의 X는 어떤 모습으로 발현될까? “선할 땐 정말 선하고, 악할 땐 정말 악했으면 좋겠어요. <넥스트 투 노멀>의 게이브를 연기할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요. X는 정말 간사하고 얄미울 정도로 악이 아닌 척 상대에게 다가가거든요. 그래서 더 헷갈리게 하죠. 이렇듯 인간을 유혹하고 빨려들게 하는 에너지를 잘 표출하고 싶어요.” 

3인극인 만큼, 그는 다른 인물에 대한 관심도 놓치지 않았다. X를 통해 새롭게 발견한 면이 무엇이냐고 묻자, X가 아닌 존과 그레첸으로 시선을 향했다. “X보다는 X에게 조종당하는 존과 그레첸을 보며 많은 것을 느껴요. 인간의 불안정함에 대한 것, 심리적이고 철학적인 면들에 대해 고뇌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죠.” 인터뷰 말미, 오늘의 한지상을 정의하는 그의 모습이 유독 철학적으로 느껴졌던 건 결코 우연만은 아닌 것 같다. “지금은 제게 가장 감사한 순간들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면서 이 세월들을 보내야겠다! 그 일념 하나로 지내고 있거든요. 40대가 오고 50대가 왔을 때, 돌아보면 내가 잘 버티며 살아왔구나 생각할 수 있게요. 그래서 당분간은 안 쉴 거예요. 이 시간에만 할 수 있는 게 있잖아요. 지금 가진 걸 다 소진하고 가려고요. 지나고 나서 후회하기 싫거든요.”


순간마다 행복하게 



“웨이크보드 타러 가서 처음 물에 떴을 때, 제일 행복했어요. 올해 처음 웨이크보드를 배웠거든요. 계속 물을 먹으면서, 아 난 왜 안 되지 하는 순간, 아 됐다! 정말 기뻤죠.” 한참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 화제를 바꿔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인지 물었다. 그러자 윤형렬은 “좀 엉뚱하긴 한데…”라며 웨이크보드의 추억을 끄집어냈다. 그러고선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이 콰지모도의 순수함이 떠오른다. 새삼 이 배우의 원천은 이런 순수함이 아닐까 싶다. 

<더 데빌>로 새로운 변신을 꾀하는 윤형렬. 그가 존 파우스트를 택하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지나 연출님이 제의를 하시며 물으셨죠. 존과 X란 역할이 있는데, 뭘 하고 싶니? 존은 연기의 비중이 크고, X는 노래의 비중이 큰 멋있는 캐릭터다. 그런데 전 존에게 더 끌리더라고요. 배우로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죠.” 이런 그의 선택엔 최근작 <셜록홈즈2: 블러디 게임>이 큰 작용을 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배우로서 지향점이 좀 달라졌어요. 관객들이 예상하지 못한 캐릭터를 선택하면, 그만큼 반대하는 의견도 있고 리스크가 크잖아요. 제가 넘어야 할 산을 앞에 두고 부단히 노력하다보니, 배우로서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더 데빌>을 선택하게 됐고, X가 아닌 존에 도전하게 됐죠.” 

존은 월스트리트의 주식 브로커로, 1987년 블랙 먼데이 때 모든 것을 잃게 된 후 X의 치명적인 제안을 받아들이고 점점 수렁에 빠지는 인물이다. 이 작품의 모티프가 된 『파우스트』의 파우스트처럼 존 역시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대변하는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이 역할에 대해 배우가 느끼는 싱크로율도 크지 않을까? “꼭 저만 싱크로율이 높은 것 같진 않아요. 누구나 존이 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이지나 연출이 농담처럼 하시는 말씀이 있는데, 외모만 봤을 땐 제가 가장 월스트리트 증권맨 같대요. (웃음) 외적인 싱크로율에선 이점이 있어요.” 

윤형렬이 꼽은 <더 데빌>의 관극 포인트는 존이 X를 만난 후 겪게 되는 변화들이다. “제 목표는 존의 다양한 모습을 분명한 색깔로 나눠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는 거예요. 그 정서가 잘 살아야 극이 재밌어지거든요.” 물론 음악의 매력도 빼놓지 않았다. “‘가디언 엔젤’도 중독성 있고, X의 ‘피와 살’, 그레첸의 ‘매드 그레첸’도 참 매력적이에요. 몽환적이고 허를 찌르는 음악들도 굉장한 관극 포인트가 될 거에요. 존 같은 경우는 8분의 7박자의 노래가 세 곡이나 있어서, 세 명의 존이 모두 멘붕이 되기도 했죠. 우린 그동안 노래를 어떻게 배웠던 걸까? (웃음)”

이달 그는 <더 데빌>뿐 아니라 또 하나의 특별한 무대도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나눔 콘서트 <동행>(9월 21일, 홍대 V홀), 수익금 전액을 소외 계층에게 기부하는 뜻깊은 무대다. “처음에는 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대학 시절 밴드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자선 콘서트로 뜻을 모으게 됐죠. 그런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모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죠. 텀블벅이란 문화예술 프로젝트 관련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후원금도 조성했고요. 멤버도 많이 바뀌었는데, 다들 재능기부로 참여하고 있어요. 좋은 일이라 생각하시고, 많이들 공연 보러 와주세요!” 지금껏 그의 무대가 뿜어낸 열기들은, 이렇듯 그의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제 생활신조가 ‘몸 불편하고 마음 편한 게 낫다’예요. 마음 불편하고 몸 편한 건 못 참겠더라고요. 살다보면 힘들 때도 있고, 상처받을 때도 많잖아요. 그런 과정들을 겪다보니 조금씩 알게 되는 거 같아요. 남의 말이나 눈치 볼 것 없이 내가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하다. 그래서 인간 윤형렬은 매순간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2호 2014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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