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에 소개된 <라스트 로얄 패밀리>의 전미현 작가와 <춘우>의 박지훈 작곡가가 뭉쳤다.
여기에 영화와 소설로 이야기를 만드는 데 재주가 있는 추종남 작가까지 가세했다.
이들이 만든 <원데이>는 질병이 창궐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마녀사냥과, 그것을 이겨내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극 중 조이는 “사람은 약해서 악한 것”이라고 말한다. 조이와 나무괴물은 약한 인간이 만든 무서운 폭력을 극복할 수 있을까?
<원데이>는 2막 중 1막만 리딩 공연으로 소개했다.
※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는 창작자들에게 작품 개발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입니다.
{작품 소개}
마을에 전염병이 돌고, 사람들은 그 원인을 숲의 나무괴물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늘을 날고 싶은 조이만이 편견 없이 나무괴물과 우정을 나눈다. 나무괴물은 처음 느끼는 조이와의 감정을 지속하기 위해 신목님께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사람으로 변한 나무괴물은 아스크라는 이름도 얻는다. 조이는 다른 이들과 달리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아스크에게 마음을 연다. 한편 마을의 리더 클로드는 갑자기 나타난 아스크를 의심하고 그가 나무괴물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의 정체를 밝히는데, 조이는 나무괴물인 아스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극의 발상, 집단적 공포를 넘어서
처음 작품의 발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전미현 창의인재동반사업에서 한류라는 미션으로 추 작가님이 개발하던 이야기였다. 소재에 흥미를 느꼈는데, 마침 나도 창의인재동반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합류했다. 처음에는 ‘도깨비와 인간의 사랑 이야기’였다. 뮤지컬로 발전시켜 보고 싶어서 추 작가님과 별도의 프로젝트로 진행했다. 박 작곡가님이 합류하면서 크리에이티브 마인즈를 준비했다.
어떤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나?
추종남 두 사람의 사랑으로 공포가 정화되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어떤 사건이 벌어질 때 가장 먼저 공포가 생긴다. 그 공포의 원인을 제대로 보지 않고 집단적인 사고로 몰아가기도 한다. 그때 개인의 개별적인 의견은 무시되기 쉽다. 그런 집단적 사고의 위험에 초점을 두었다. 집단의 생각과 다른 조이라는 인물을 두었다. 그는 하늘을 날고 싶어 한다. 조이의 행동은 집단적 사고에서 벗어난 것이다. 개별적이고 비판적인 조이이기 때문에 나무괴물을 편견 없이 만날 수 있다. 이들의 사랑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두 명의 작가가 있다. 역할의 분담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추종남 모든 것을 같이했다. 생각을 충분히 공유하고 먼저 생각이 난 사람이 쭉 써서 보여주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수정하면서 진행했다. 그래서 이 부분은 누가 쓰고, 이 가사는 누가 썼는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들다.
그런 방식이 가능한가? 완전히 생각을 일치시켜야만 가능한 일일 텐데?
전미현 이전 작업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다. 상대방의 의견에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냉철하게 좋은 이야기를 뽑아내려고 애썼다. 서로 설득하고 논리적으로 이해하려고 했다.
원안이 있었지만 작품 개발 초반부터 작곡가가 함께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음악적인 계획을 세웠나?
박지훈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다. 어떤 부분은 미야자키 하야오도 떠오르고 또 어떤 부분은 디즈니도 떠올랐다. 그런 점이 음악적으로 발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싶었다. 한편으로는 너무 그런 스타일에만 한정하는 함정에 빠질까봐 경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리딩 공연에서 기타의 강렬한 사운드를 많이 사용한 것도 너무 애니메이션 분위기에 빠지지 않으려는 고민의 결과였다.
하늘을 날고픈 조이와 나무괴물 아스크의 사랑
첫 곡 하루가 부르는 ‘말해줘요’ 멜로디가 귀에 남았다. 배우 이지수의 또랑또랑한 목소리와도 잘 어울린 것 같다. 그런데 1막까지만 봐서는 하루의 역할에 의문이 든다.
전미현 1막에서는 해설자처럼 등장하지만 하루가 상징하는 의미는 분명하다. 2막에서 그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추종남 조광화 선생님께 멘토링을 받았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어떤 것이든 세상은 한 번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조이와 아스크의 사랑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만 그들이 그 혜택을 누리지는 못할 것이다. 프랑스 혁명도 혁명 당시에는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그것이 불씨가 되어 100년이 지난 이후에나 이룰 수 있었다.
이야기 구조를 보면 하루가 졸라서 신목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인데, 다시 실과 바늘이 화자로 등장해 중간 이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중 화자를 두고 있다.
추종남 신목이 하루에게 나무괴물이 죽었다고 거짓말하면서 이야기를 그만두려고 하자, 실과 바늘이 등장해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과 바늘의 등장으로 진실을 공개하는 이야기로 바뀐 것이다. 보통의 액자식 구조는 열고 닫는 역할만 한다. 우리가 추구한 액자는 바깥 이야기에도 충분한 갈등을 주려고 했다. 신목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발전하고 완성된다.
나무괴물이 인간으로 변할 때 들고 있던 실과 바늘도 인간이 된다. 유쾌한 실과 바늘에 대한 관객 반응이 좋았다.
박지훈 작품을 준비하면서 유머를 잃지 말자고 했다. 충분히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유머를 놓친다면 너무 심각해져서 오히려 클라이맥스가 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음악적으로도 실과 바늘의 노래는 유쾌하고 숨통을 틔워주는 곡으로 작곡했다. 기본적인 밴드 편성이 록이었지만 이 곡은 스윙을 선택했다.
실과 바늘의 캐릭터가 분위기를 환기하는 코믹 릴리프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 그러나 드라마 패러디는 관객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이 작품에 어울리지는 않았다.
전미현 그 장면은 전적으로 리딩 공연을 위해 만든 장면이다. 1막이 짧지 않은데 그 지점에서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패러디는 리딩을 위해 만든 것이지만 두 캐릭터가 싸우다가도 갑자기 화해하는 식의 유쾌한 캐릭터의 성격은 유지하려고 한다.
자연과 인간의 대립, 마녀사냥 등 이야기가 담고 있는 거대한 담론들이 있다. 1막만 봤을 때는 조이와 아스크의 사랑 이야기에 그것들이 묻힌다.
추종남 리딩에서 어디까지 보여주어야 하고 뭘 보여주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리딩 공연에서 작품이 지닌 모든 것을 보여주기는 힘들었다. 작품에서 ‘변하지 않았어’ 이후 군중들이 ‘빵을 훔친 자를 죽여라’ 하는 식으로 집단행동하는 것을 모두 장면으로 보여주어야 했다. 리딩에서는 모두를 보여줄 수 없으니 포인트만 찍고 진행하면서 조이와 아스크의 사랑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박지훈 전염병에 시달리는 인간들이 성벽을 쌓는 노래 ‘쌓아라, 들어오지 못하게’를 좀 더 음악적으로 풍성하게 하고, 이 장면에서 질병에 대한 공포라든가, 그 원인을 나무괴물에게 돌리는 모습을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리딩 공연에선 일차원적으로만 표현돼 아쉬웠다.
리딩, 끝이 아닌 시작
리딩을 통해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것을 직접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특별히 개인적으로 좋았던 장면이나, 리딩을 마친 소감이라면?
전미현 1막 엔딩 장면에서 아스크가 나무괴물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조이는 혼란에 빠진다. 자신을 믿고 이해한다고 믿었던 나무괴물은 조이의 반응에 실망하고 떠난다. 이 장면의 감정이 과연 제대로 전달될까, 싶었는데 배우들의 노래로 충분히 그 감정이 전달돼서 좋았다.
추종남 정말 다 좋았다. 어느 정도 음악을 상상하면서 작업을 했는데 실제 나온 노래가 그 이상으로 좋게 나왔다. 기본적으로 감정 전달은 다 잘 된 것 같다. 그렇지만 리딩이다 보니 아쉬운 점도 있다. 미현이 말한 그 장면은 아스크가 성벽에 매달려 있고 좀 더 스펙터클한 장면이 연출되어야 감정적으로 살아나는데 리딩에서는 그것까지 보여줄 수는 없었다.
박지훈 오프닝 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잘 쓰려고 신경 썼다. 바로 전 대본에서는 오프닝 부분이 삭제됐는데 다시 살렸다. 좋은 선택이었다. 큰 동작은 없었지만 반주가 나오면서 신목이 유압기를 타고 공중으로 오르는 장면이 음악이랑 잘 맞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나무괴물이 허물을 벗는 장면을 어떻게 표현할까 많이 고민했는데, 간단한 안무로 잘 표현했다.
2막은 어떤 음악을 기대할 수 있을까?
박지훈 조이를 제외하고는 아스크나 클로드를 대표할 만한 노래가 없다. 아스크의 입장에서 조이에 대한 감정을 고민하는 뮤지컬 넘버를 2막에 배치하고 싶다. 클로드의 테마곡도 넣고 싶은데 그러면 작품이 무거워질 수도 있고, 그럼 다시 실과 바늘의 경쾌한 노래를 한 곡 더 넣어야 하나? 대본을 보면서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1호 2014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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