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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TWEETVIEW] <프리실라> 고영빈 [No.131]

진행·정리 | 안시은 2014-09-10 5,417
미치도록 아름다운                         
                     


호피 무늬 투피스를 입고 긴 머리 가발을 쓴 고영빈이 여성보다 아름다운 몸매를 과시하며 <프리실라> 무대에 올랐다. 거침없는 표정 연기에 차진 욕설까지 제대로 망가지자 객석은 뒤집어졌다. 누구보다 진지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던 그였기에 변신은 더 크게 다가왔다. 미치도록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고영빈의 여성으로의 첫 도전에 뜨거웠던 질문(@lovethemusical)들과 버나뎃이 된 그의 이야기.


신나으리 즐거으리 

@Charlotte5433  
버나뎃 역을 제의받았을 때 어땠나요? 앗! 오디션 보셨을 수도 있겠네요? 캐스팅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lovethemusical 
오디션 봤습니다. 일단은 오디션에서 뽑혀야 하는 거니까 별 고민 없다가 캐스팅이 된 후에는 걱정이 앞섰어요. 지금은 이 작품을 정말 사랑하게 됐습니다.

@winggles 
한국 사회 분위기상 트랜스젠더 역을 맡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을 텐데 버나뎃 역을 선택한 이유는?
@lovethemusical 
우려도 있었지만 대본을 봤을 때 굉장히 즐겁게 풀어낸 이야기들이 맘에 들었고 한국 관객들께 조금 더 다양한 소재의 공연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어요.
“이만큼 발랄한 작품은 없어~ 없어~ 없어요. 요즘 대극장 뮤지컬은 심할 정도로 무게감 있는 작품들이 많이 올라가서 살짝 아쉽기도 한데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작품이 많이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heebeanholic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파격적이고 아름다운 변신에 놀랐고 진심으로 감동받았습니다. 버나뎃 역에 도전한 계기가 궁금해요.
@lovethemusical
한 번쯤은 무대에서 즐겁게 뛰어놀고 싶었습니다.
“기회가 없어서 못했는데 오랜만에 무대에서 춤추고 땀 흘리니 정말 즐겁고 신 나요. 관객 분들이 즐기시니까 더 신 나고요”

@eunok0418  
커튼콜에서 신 나게 흔드시는 걸 보고 ‘흥이 많은 배우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진지한 역할 위주로 해왔는데 감춰왔던 건가요? 어떤 모습이 진짜인가요? 
@lovethemusical  
저도 놀랐습니다. 내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네요. 제가 그러면 사람들이 다 싫어했어요. 흑흑.
“무대에서 많이 웃겨보지 않아서 사람들이 제 코믹 연기에 웃을 거란 생각을 안 했어요. 오래 지켜본 팬들도 저처럼 많이 걱정했을 정도니까요. 옆에서 호영이나 마이클 리나 열심히 잘하는 친구들이 받쳐주고 있으니까 드라마만 보여주고 여자 연기만 잘하자고 했는데 웃음 터지는 거 보고 의외였어요. 배우들은 연습하다 보면 ”이건 터진다! 진짜 웃겨!” 그러는데 전 해보질 않아서 그 감을 모르겠더라고요. 지금도 크게 터졌던 부분이 소심하게 터지면 ‘내가 뭘 잘 못한 건가?’ 싶어요. 이 작품에서는 평정심 찾기가 조금 힘들어요.(웃음)”

여인이 되기까지

@verte77 
처음으로 하는 여장 역할인데 버나뎃을 연기하면서 혹시 여성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이 있다면요?
@lovethemusical 
‘버나뎃’이라는 여인은 한 번쯤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싶은 사람이에요. 인생의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무대에 오르면서 버나뎃을 이해하고 연민을 갖기 시작했어요. 버나뎃이란 캐릭터는 진짜 당당하고 웬만한 것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인데 그런 모습이 너무 슬퍼 보여서 제가 연기하고 있는 버나뎃이 자꾸 약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위험 수위에 와있는 것 같고 그걸 딛고 일어나야 하는데 공연 올리고 이런 생각들이 드네요.”

@ltlotte_june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가 여자가 봐도 정말 여성스러운데 어떻게 연구하고 연습했는지 궁금해요.
@lovethemusical 
미국, 호주 안무가한테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녀)의 평소 생활과 표정을 많이 보고 배웠어요.
“이태원에서 클럽 운영하는 트랜스젠더 분을 만나서 새벽까지 소주를 마시기도 했어요. 연습 때 해외 팀이 특별히 신경 썼던 게 버나뎃이었어요. 버나뎃은 실존 인물인데 호주 트랜스젠더 1호로 엄청난 스타가 된 분이래요. 이분을 놓고 쓴 인물이 버나뎃인데 실제 사진을 보여주면서 얼마나 우아한 줄 아느냐고. 허리는 세우고 꼿꼿하게 서있어야 하고 도도해야 하고 눈빛도 멀리 줘야 한다는 등 많은 얘길 들었어요. 연습 끝나면 항상 더 여성스럽게 하라는 코멘트도 자주 들었죠.”

@winggles  
의상 매무새를 위해 특별 속옷, 몸매 보정 속옷 등을 착용한다고 들었는데, 입어본 소감은?
@lovethemusical 
여성이 존경스럽고 이렇게 아름다워지기가 힘든 줄은 몰랐어요. 흑흑. 사랑해요. 여성 분들♡
“저는 몸에 뭘 걸치지 못하는 성격이라 목걸이, 팔찌, 시계도 할 수 없고 옷도 가장 심플하게 입는 걸 좋아해서 몇 겹으로 입는 옷은 불편해요. 그런데 버나뎃 옷은 여러 겹인 데다 갖춰 입어야 해요. 코르셋도 계속 착용하고 있어야 하니까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켜서 호흡곤란이 잠깐 오기도 하고 초반에 조금 힘들었어요.”

@megaverymj  
무대 위에서 계속 힐을 신고 있는데 발바닥에 고통은 없나요. 여자인 저도 힐은 너무 힘들어서 거의 운동화만 신고 다니거든요. 
@lovethemusical 
발바닥 고통은 이미 연습실에서 지나간 것 같습니다. 연습 첫날부터 버나뎃 역할은 하루 종일 힐을 신게 했습니다. 지금은 운동화처럼 편하네요. 
“많이 힘들었는데 못할 건 없더라고요. 무대에서는 위험한 시스템들과 세트가 움직이잖아요. 극장에서 리허설할 땐 최대한 간편한 복장으로 세트를 익히는 시간을 갖는데 <프리실라>는 의상도 세트로 생각하더라고요. 세트 움직일 때부터 의상을 착용하고 연습했어요. 의상 체인지도 익숙해지도록 열흘 정도 무대에서 연습했고요. 그래서 편할 수 있었고 요즘은 시간이 오히려 남아요. 물 한 모금 마실 수 있어요.(웃음)”

@SEKIM1004  
버나뎃을 소화하기 위해 집에서도 원피스나 여자 옷 입고 계신 것은 아닌가요? 
@lovethemusical 
절 뭘로 보시는 겁니까! 우리 집엔 그런 거 없습니다! 하나 사주신다면 입어볼까나? 크크.

@mori_0327  
여자로 지내는 것에 살짝 적응됐나요?
@lovethemusical 
혼란스럽습니다. 공연 끝나고 집에 가서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 때 자꾸 이상한 목소리로 주문해요. 크크. “아저씨~~~ 순댓국 하나요~~~”

‘프리실라’ 버스 타고

@unkindok 
같은 역인 조성하, 김다현 두 분과 비교해서 고영빈 버나뎃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lovethemusical
제가 생각하는 고영빈 버나뎃의 포인트는…. 에잇! 모르겠어요. 이쁘게 봐주세요!
“성하 형은 굉장히 젠틀하고 남성스러워요. 저는 성하 형이 제일 웃겨요. 평소 모습을 잘 알고 있으니 분장하는 순간부터 웃겨요. 분장을 안 하고 대사를 해도 웃긴데 분장까지 하고 대사를 하니까 뭐만 해도 웃음이 나요. 다현이는 정말 슬랩스틱 코미디를 좋아해요. 부딪치고 넘어지고 자기 몸을 놓아버리는 코미디. 코미디에 욕심이 있어서 나름대로 재밌어요. 호영이랑 권이, 틱도 다 다른데도 한길로 가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kafka0720  
버나뎃 말고 틱과 아담 중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과 그 이유는요?
@lovethemusical 
아담? 10년만 어렸어도 그 역할은 제가….
“최근 1~2년 사이에 무대 배역 나이가 중년으로 확 넘어갔어요. 20살짜리 아들이 있질 않나 할머니 역을 하질 않나. 활기차고 패기 있는 청년 역할을 <그리스> 이후로 못해본 것 같아요. 그래서 움직일 수 있을 때 쇼 뮤지컬을 하고 싶던 찰나에 만난 게 <프리실라>였어요. 10년만 어렸으면 아담 하고 싶어요. 그런 역할로 무대에서 마음껏 열정을 발산하고 싶죠.”

@mori_0327  
제일 좋아하거나 힘든 장면은?
@lovethemusical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버나뎃의 진심, 그러나 보이고 싶지 않은 진심을 표현하는 장면인 ‘맥아더 파크’입니다.

@verte77  
공연 보고 관객들이 ‘고언니’, ‘고할매’라 부른다고 들었는데 어떤 별명이 더 마음에 드나요? 
@lovethemusical 
고!언!니! 당연한 거 아니니?

@eunok0418  
극 중에서 욕을 참 차지게 하던데 평소에도 비속어 많이 사용하나요? 부드러운 중저음 보이스로 상상이 안 돼요.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어떤 게 있을까요? 
@lovethemusical 
전~~~~혀요. 욕이라는 건 애정을 담았을 때 참 차지고 듣는 사람도 기분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걸 알았네요. “쌈 쳐먹을….”

무대 위의 삶 

@mihos348  
뮤지컬 배우가 되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lovethemusical 
배우가 하고 싶었고 여러 장르의 연기를 해봤고, 가장 행복하고 가장 치열하게 살아있을 수 있는 곳이 뮤지컬 무대여서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unok0418 
배우님 춤사위(?)에 반했어요. 이전에 배운 적이 있나요? 
@lovethemusical  
뮤지컬을 시작할 때 발레 트레이닝을 받았고 일본에서 활동할 때 무용 트레이닝을 받았고 <바람의 나라>를 하면서 트레이닝을 한 것이 지금의 제가 무대에서 할 수 있는 퍼포먼스의 기반이 된 것 같습니다.

@mihos348  
연기하고 싶은 작품 혹은 배역은 무엇입니까?
@lovethemusical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이 진짜 맘에 들어서 (했던 작품 중) 재공연 되지 않은 작품들을 정말 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컴퍼니>의 바비, <조지 엠 코핸 투나잇>의 조지 앰 코핸. 이젠 그때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려운 작품이었고 그땐 제가 타이틀롤을 맡았다는 자체로 욕심도 컸고, 연구도 부족했고 반응도 생각만큼 나오지 않으니까 상처도 컸어요. 그럴 이유가 없었는데. 쉴 틈도, 성취감도, 보람도 없고 이대로 가다가는 정신병 걸릴 거 같더라고요. 그러다 2010년에 작품 계약도 취소하고 20일 만에 준비해서 사전 정보도 없이 안 돌아올 생각으로 무작정 뉴욕에 갔어요. 첫날부터 정말 좋았죠. 전엔 싫어도 해야 하고 버틸 만큼 버텨야 하는 게 배우라고 생각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런데 다 내려놓으니 ‘공연이 전부가 아닐 수 있겠다. 내가 배우로 살아가는 게 평생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웨이터로 살아도 우편배달부를 해도 좋을 것 같고. ‘뉴욕에서 자수성가할래’ 하면서  1년간 보낼 때 공연 제의가 왔고 인연이 되려다보니 한국으로 다시 오게 되었어요. 그 작품이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였고. 여기서 평생 친구처럼 살아갈 석준이 형을 만났고 <라카지>를 만나고 미니시리즈도 찍어보고 지금 행복한 <프리실라>도 만났네요. 뉴욕 가기 전과 지금은 달라요. 역할이 주어진다는 것에 감사하고 새로워진 느낌이에요. 운 좋게 작품성 있고 좋은 작품들 많이 만났는데 제가 했던 역할을 역으로 밟아가는 것도 정말 간절히 원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1호 2014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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