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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모차르트!>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No.130]

글 |나윤정 사진 |심주호 2014-08-11 5,041
우리가 교감할 수 있도록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는 이제 국내에서 친숙한 이름이 되었다. 2010년 <모차르트!>를 시작으로<엘리자벳>, <레베카>로 이어진 비엔나 뮤지컬의 
성공적인 활약, 그 중심에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가 있기 때문이다. ‘All New MOZART!’를 선언한 <모차르트!>부터 <레베카> 그리고 국내 초연하는 <마리 앙투아네트>까지. 올 하반기 라인업에도 두 콤비의 작품들이 단연 기대작으로 손꼽힌다. 관객들의 눈을 바라보고 그들과 교감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르베이. <모차르트!> 개막에 맞춰 한국을 찾은 그는 원작자로서어김없이 행복한 시간을 이어가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모차르트의 새로운 변신

드디어 <모차르트!>의 새 프로덕션이 공개됐어요. 첫 공연을 보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작곡가로서 가장 기쁜 순간은 내가 만든 곡들이 의도한 대로 들릴 때거든요. 4년 전, <모차르트!> 한국 초연을 위해 처음 이곳을 방문했는데, 제일 먼저 스튜디오에서 (박)은태를 만나 ‘내 운명 피하고 싶어’를 녹음했죠. 은태를 보면 매번 그때의 감동이 떠올라요. 특히 이번 무대를 보면서 은태의 연기에 안정감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자신감이 있으니 내면에서 더 많은 것을 끄집어내더라고요. 난넬 역의 (배)해선도 풍부한 감정을 담은 노래로 제 마음을 울린 훌륭한 배우인데, 다시 만나게 되어 좋았습니다. (김)수용의 노래와 움직임, (이)정열의 한국적인 음색도 맘에 들었고, 제가 ‘스윗 하트’라고 부르는 김문정 음악감독과 오케스트라도 참 멋졌어요. 

볼프강 모차르트의 인간적인 면모가 두드러지고, 디테일이 강해지는 등의 변화가 많은데, 원작자로서 이번 프로덕션의 매력을 꼽는다면요? 
볼프강에게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저희가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부분입니다. 무엇보다 볼프강의 인생을 깊이 있게 다루고 싶었어요. <모차르트!>를 15여 년간 공연하면서 느낀 건 관객들이 아버지와 아들 간의 관계에 가장 공감한다는 거예요. 주변에 아버지와 대립하고 갈등을 겪는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를 들으며 남성 관객들이 많이 공감하고 우세요. 아무리 강인해 보이는 남자라도 아버지 앞에 서면 여전히 어린아이거든요. 이런 측면에서 볼프강을 통해 지금의 상황들이 꼭 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싶었습니다. 

전체 가사의 70퍼센트 정도가 수정되고, 3곡이 추가되면서 음악적 변화도 크게 느껴집니다. 이번 프로덕션의 음악적 특징은 무엇인가요?
2막 시작 부분엔 콘스탄체와 그녀의 엄마인 체칠리아의 곡을 추가했습니다. 쿤체의 아이디어였는데, 체칠리아가 콘스탄체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주려고 작곡한 곡이에요. 이 뮤지컬 넘버가 추가되면서 콘스탄체에 대한 관객들의 인식이 좀 바뀐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콘스탄체도 모차르트의 돈을 노리는 체칠리아의 불순한 계획에 가담한 것 같은 인상을 주었는데, 이번 무대에선 온전히 체칠리아의 계획임이 명확해졌어요. 극의 말미에 나오는 볼프강과 콜로레도 대주교의 노래도 새로 쓴 곡이에요. 콜로레도 대주교가 볼프강의 재능을 인정하고 다시 그를 받아들이기 위해 찾아가는 장면인데, 스토리상으로 콜로레도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곡입니다. 

볼프강에게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음악적으로 특별한 장치를 더한 것이 있습니까?
사실 편곡적인 측면에서 오케스트라 소리를 바꾼 것은 없습니다. 기본 틀은 그대로 놔두고, 좀 더 로큰롤 느낌을 주기 위해 작은 부분들을 수정했죠. 음악적으로 큰 변화를 주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의도한 건 ‘이 장면에서 로큰롤 느낌이 나지만, 왜인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디테일에서 무대와 어울리도록 바꾼 부분들이 몇 군데 있어요. 이전에는 아마데가 볼프강보다 먼저 무대에 나와 있었던 반면, 이번에는 볼프강이 먼저 등장하고 거울이란 장치로 아마데와 처음 마주하게 됩니다. 거울을 통해 아마데는 볼프강만이 볼 수 있는 존재란 것이 더욱 명확해진 거죠. 그 장면에서 아마데가 볼프강의 삶 속으로 들어온다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비현실과 현실 세계를 뛰어넘는 듯한 느낌의 언더스코어 음악을 삽입했습니다. 

이번 세 모차르트들의 개성이 매우 뚜렷합니다. 세 캐스트의 장점은 각기 뭐라고 생각하세요?
은태는 정말 실존했던 모차르트처럼 항상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임)태경은 은태와는 굉장히 다른데, 장난스럽고 움직임이 많은 점이 맘에 들어요. 또 볼 때마다 젊어지는 것 같아서, 어떤 마법의 크림을 바르는 게 아닐까 싶어요. (웃음) (박)효신은 작년 <엘리자벳> 토드 연기를 보고 무척 감명 받았어요. 신이 이 사람을 나에게 보내주셨구나! 그만큼 기대하고 있는 배우입니다. 

한일과의 활발한 협업

창작자로서 문화에 따라 작품을 변화시키는 것에 열린 생각을 갖고 계십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한국을 위한 새 프로덕션을 만드는 일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닐 텐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아무래도 EMK뮤지컬컴퍼니(이하 EMK)와의 신뢰 관계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 년 전, EMK의 대표와 미팅을 했는데, 먼저 <모차르트!>의 많은 부분을 바꿔보고 싶다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들의 열정에 감동을 받기도 했고, 저 역시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열정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도 처음엔 일본을 위해 쓴 작품이지만, 이번에 한국을 위해 재창작할 예정입니다. 이런 과정들이 원작자에게 매우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모차르트!>를 예로 들어, 한국과의 협업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나요?
일 년 전쯤, 저와 쿤체, 아드리안 오스먼드 연출이 매일 만나 미팅을 했습니다. 작품을 어떤 식으로 바꾸면 좋을지 협의를 한 거죠. 그 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열심히 일을 하며,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나누었습니다. 2막 첫 신의 경우 쿤체가 먼저 체칠리아가 콘스탄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전 가사가 나온 다음 작곡을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쿤체가 먼저 작사를 시작했습니다. 가사 작업이 끝난 다음 곡을 썼는데, 조사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모차르트가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아리아’를 작곡할 때 체칠리아에게 모티프를 얻었다는 거예요. 그녀가 실제로 ‘아~아~아~’ 이런 식으로 소리를 질렀다는 겁니다. 그래서 새 뮤지컬 넘버에 그 아리아 부분을 약간 가미했어요. 곡을 완성한 후에는 스튜디오에서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 EMK에 보내고, 그다음 연출가와의 상의를 거쳐 그 부분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일본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계십니다. 최근에는 토호와 협업한 <레이디 베스>가 개막을 했어요. 
4월 13일 도쿄에서 첫선을 보였습니다. <레이디 베스>를 창작하는 데 4~5년이 걸렸어요.  16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 켈틱 음악을 기반으로 한 소리를 많이 가미했어요. 그래서 흥미로운 음악들이 많습니다. 일본에서 작업할 때 배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한국 배우들처럼 노래해보는 연습을 해보라고요. 일본 배우들이 노력을 많이 해서, 이번 무대에서 무척 향상된 실력을 보여주었죠.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작업 방식에 특징적인 차이가 있습니까? 
전 세계 국가들과 작업해봤는데, 나라마다 작업 과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감명받았던 것은 EMK의 대표가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모든 작업에 다 신경을 써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 파트너인 토호나 다카라즈카의 경우 대표보다 담당 직원들이 해당 작업을 진행하거든요. 이것이 하나의 차이점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일본에서의 작업 과정이 결코 부족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저와 쿤체 모두 한일 파트너들과 친구처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친밀함이 창작 과정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고요.

관객들의 성향도 차이가 있지요?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는 작곡가 르베이에 대한 애정이 점점 커지고 있더라고요. 
저도 사랑해요! 비단 극장에서뿐 아니라 문화적인 차이 같은데, 일본인들은 조금 보수적인 반면, 한국인들은 굉장히 열정적입니다. 공연이 끝나고 로비로 나오면, 한국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다가와서 말을 걸어요. 반면 일본 관객들은 그냥 저를 쳐다보고 있다가 제가 손을 흔들면 그제야 같이 손을 흔들어요. 문화적인 차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관객들과 보내는 시간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해요. 그들의 눈을 보고 있으면 굉장히 진실되어 보이거든요. 관객과의 교감이 저를 젊게 만들어 주죠. 

기대되는 도전들 

11월엔 <마리 앙투아네트>가 국내 초연됩니다. 이 작품 역시 한국 관객들을 위해 수정 작업에 들어가셨다고요?
<마리 앙투아네트>는 <모차르트!>처럼 로큰롤 느낌이 많지 않습니다. 클래식한 오케스트라와 현대적인 오케스트라를 혼합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현대적인 느낌이 많이 날 거예요. 이전 프로덕션의 경우 역사적인 부분의 비중이 컸는데, 한국 프로덕션을 위해 이 부분을 조금 덜어냈어요. 대신 마리 앙투아네트의 감정적인 부분들을 강조하려고 노력 했습니다. 6곡이 추가될 예정인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 제가 이제 한국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하고 노래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참 좋았어요. 강하고 파워풀한 음악을 작곡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음악들이 많이 탄생할 것 같아요. 

한국 프로덕션을 위해 새로운 곡을 작곡할 경우 아무래도 한국의 정서를 많이 고려해야 할 텐데, 주로 어떤 점을 염두에 두십니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작곡을 할 때 마음 놓고 감정적인 부분을 다 쏟아부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관객들이 풍부한 감정을 좋아하더라고요. 쿤체도 워낙 감정이 풍부한 창작자인데, 그 또한 한국 관객들이 감정 표현을 참 많이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해요. 그런 만큼 우리는 한국 관객들을 위해 풍부한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마리 앙투아네트> 또한 그런 측면에서 변화를 주고 있는데, 특히 프롤로그는 아예 한국 관객들을 염두에 두고 완전히 새롭게 썼습니다. 

지금까지 주로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실존 인물들을 작품화했습니다. 앞으로 또 다뤄보고 싶은 인물이 있습니까?  
베토벤! 지금 그에 대한 특별한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차르트!>처럼 한 작곡가의 인생을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은 아니에요. 베토벤이 한창 사랑에 깊이 빠졌을 때가 있었는데,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려고 합니다. <레이디 베스>에도 러브 스토리가 있지만, 레이디 베스는 여왕이 돼야 하기 때문에 사랑을 포기합니다. 하지만 베토벤의 경우엔 사랑을 위해서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음악을 위해서 사랑을 포기하지도 않아요. 사랑을 지속하며, 운명적으로 음악을 선택한 그의 삶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지금 작업 단계인데, 코러스가 강한 곡들이 많아요. 굉장히 감정이 풍부한 뮤지컬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기쁨, 슬픔, 분노 등 인간의 많은 감정 중 창작을 할 때 가장 자극이 되는 것은 무엇입니까? 
어려운 질문이네요. 마치 아버지에게 다섯 명의 자녀 중 누가 제일 좋은지 묻는 것과 같아요. 가장 간단히 말하자면, 지금 제가 작업하고 있는 그 캐릭터의 감정입니다. 지금은 모차르트가 1번이고, 그 뒤가 마리 앙투아네트인 셈이죠. 

르베이의 삶을 뮤지컬로 만든다면, 음악적으론 어떤 장르가 될까요?
내 인생으로 뮤지컬을 만들고 싶진 않지만, (웃음) 아주 새로운 뮤지컬이 될 거 같아요. 감정적으로, 계속 ‘업앤다운’을 반복하지 않을까요? 저 역시 여느 사람들처럼 인생의 기복이 굉장히 심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무척 행운아란 생각이 들어요. 슬픈 순간들도 분명 있었지만, 특혜도 많이 받은 것 같거든요. 돌이켜 보면 인생에서 행복한 장면들이 많이 떠오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에게 감사하고 싶을 만큼, 무척 행복한 인생을 산 것 같아요. 그런 만큼 행복한 장르의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까? 
20년 동안 생각해 온 것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고 싶어요. 클래식을 즐기는 관객만이 아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페라! 대부분 오페라를 생각할 때 클래식을 떠올리지, 로큰롤을 생각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제가 상상하는 오페라는 좀 다릅니다. 이 작품엔 드레스코드도 없어요. 뭘 입고 와도 누구나 어우러질 수 있는 그런 오페라가 될 것입니다. 항상 오페라 창작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구상해 놓은 것도 몇 가지 있어요.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소원입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0호 2014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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