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킬롤로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의 원인과 책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살인을 저지르는 온라인 게임 ‘킬롤로지’와 동일한 방법으로 살해된 소년 데이비,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수를 결심하는 데이비의 아빠 알란, ‘킬롤로지’ 개발자 폴이 등장하는 3인극이다. 서로 다른 상처를 지닌 세 인물이 독백을 통해 자신에게 얽힌 사건과 감정을 풀어내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킬롤로지>는 범죄와 폭력적인 콘텐츠 사이의 연관성, 콘텐츠를 전달하는 미디어의 역할, 미디어를 거쳐 전달된 콘텐츠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이 폭력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는 현실 등 사회를 좀먹는 여러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으며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알란 역에는 김수현, 이상홍, 최영준이 캐스팅됐다. 폴 역은 임주환, 이동하, 김경남이 맡았다. 데이비는 최석진, 안지환, 안동구가 연기한다. 세 시즌 모두 출연한 김수현은 ”초, 재연 당시보다 요즘 상황에 더 어울리는 작품인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시대에 맞춰나간 것이 아니라 세상의 흐름이 작품과 맞닿아진 것 같다.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공연의 방향성에 특별히 변화를 주었다기보다는, 어떻게 표현해야 더욱 설득력이 있을까 고민을 거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전에 비해 진하게 표현되는 부분들이 있다”고 다시 한번 <킬롤로지> 무대에 서는 소감을 이야기했다.
이동하는 “폴이 왜 ’킬롤로지‘라는 게임을 만들었을까 궁금해서 그의 안을 들여다보니 가정에서의 상처와 결핍이 있더라.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 중 하나가 부자 관계, 가정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인데, 폴이 그런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서 관객분들이 한 번쯤 가족과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안동구는 ”대본을 처음 봤을 때는 두려웠다. 텍스트의 양이 방대하기도 했지만, 데이비로서 살아가는 시간들이 조금은 힘겨울 것 같아서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이렇게 데이비를 만나고, 이해하다 보면 폭력의 피해자, 폭력의 굴레에 갇혀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마주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킬롤로지>를 통해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도전한 이유를 밝혔다.
<킬롤로지>는 영국 극작가 게리 오웬의 대표작으로, 2017년 영국에서 초연됐다. 한국에서는 2018년 초연, 2019년 재연을 거쳐 올해로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초, 재연 당시에는 미니멀한 계단 구조의 무대를 사용해 각각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세 인물의 이야기를 직관적으로 보여주었다면, 이번 시즌에는 글자와 그림으로 가득 찬 칠판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는 점이 시선을 끈다.
박선희 연출가는 “낙서, 기억, 기록들이 무대를 꽉 채우고 있다. 무대 자체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세 사람의 공간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 명의 캐릭터는 각자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마치 행성처럼 각자의 궤도를 가지고 끊임없이 움직이다가 때로는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만나지 않기도 한다. 그런 특징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무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무대에 변화를 주면서 세 인물의 이야기를 관객분들께 더 잘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관객분들이 자신의 흐름대로,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공연을 볼 수 있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연극 <킬롤로지>는 오는 12월 1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