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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싱잉 인 더 레인> 최수진 [NO.130]

글 |안세영(수습기자) 사진 |심주호 2014-07-16 5,514
사랑에 빠진 것처럼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의 대거 출연으로 주목받고 있는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 그 화려한 캐스트 가운데 눈길을 잡아 끈 건 다른 이가 아닌 최수진이었다. 같은 역할을 맡은 소녀시대 멤버 써니와 탄탄한 경력의 뮤지컬 배우 방진의 사이에서 신인 최수진의 존재는 역으로 더 눈에 띈다. 극 중 역할인 ‘캐시’ 역시 스타를 꿈꾸는 신인 배우란 점에서 그녀는 이미 배역과 높은 싱크로율을 담보한 셈. 게다가 외모와 목소리에서 풍기는 선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는 달콤한 로맨스의 여주인공으로 제격이니, 이번 무대는 그녀의 풋풋함과 사랑스러움이 마음껏 시너지를 발휘할 기회임이 분명하다.

“<싱잉 인 더 레인>은 밝고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작품이라 무대 위에서 정말 행복해요. 무엇보다 캐시가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는 역할이라서 저도 더 자극이 돼요.”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최수진은 이미 자신의 역할과 완전히 동화된 모습이었다. 첫 만남의 조심스런 태도는 작품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자 금세 사라졌고, 눈을 빛내며 노래하듯 말을 이어가는 그녀는 인터뷰 내내 솔직하고 열정적인 캐시 그 자체였다. “캐시가 대스타 락우드를 만났을 때 자기 연기 신념을 막 늘어놓는 장면이 있어요. ‘처음 보는 사람한테 얘 왜 이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한테는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요. 저도 이기적일 만큼 제가 좋아하는 것만 고집하고, 거기에 대해 말하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평소에는 조용해도 무언가에 빠지면 물불 안 가린다는 그녀의 성격은 뮤지컬에 뛰어들기까지의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데뷔 초 언론을 통해 알려졌듯 그녀는 소녀시대 멤버 수영의 친언니.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자매는 둘 다 어려서부터 노래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장녀만큼은 학업을 계속하길 원했던 아버지 뜻에 따라 최수진은 중문학과로 진학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대학생 때 <토요일 밤의 열기> 내한 공연을 봤는데, 무대에서 같이 춤추고 싶은 거예요. 객석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수가 없었어요.”

결국 아버지 몰래 뮤지컬 레슨을 받기 시작한 그녀는 거짓말처럼 2년 만에 <살인마 잭>의 글로리아로 데뷔했다. 당시 TV 예능 프로그램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에 수영의 언니로 출연한 그녀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제작진이 오디션을 제의해온 것. 그러나 무슨 역할이든 하겠다는 각오로 임한 것이 솔로곡까지 있는 정식 배역 오디션이었다는 건 오디션 장소에 가서야 알았다. “합격 전화가 와서 계약을 하러 갔더니 ‘누구랑 같이 연기하는지 아냐’면서 제가 꿈꿔 왔던 이름들을 막 거론하는데 홀린 느낌이더라고요. 내가 이걸 해도 되나 싶고, 근데 또 아무것도 모르니까 열심히 하겠다 그랬죠.” 얼떨결에 거머쥔 행운이었지만 이어진 과정은 험난했다. “곱게만 자란 스물넷의 제겐 벅찬 역할이었어요. 매춘부이면서 매독에 화상까지 입었지, 사랑하는 사람은 죽어가는 나를 살리려고 살인을 하지, 그걸 다 감당할 수가 없더라고요. 선배들 기에 눌려 주눅도 들었고요. 매일 연출님께 혼나고 울었어요.”

첫 작품을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호되게 깨달았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는 대신 그것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았다. 이후 <궁>, <겨울연가>, <프로포즈> 등의 작품으로 쉼 없이 활동하며 경력을 쌓았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다시 하고픈 역으로 꼽는 <김종욱 찾기>의 ‘여자’는 한 번 오디션에 떨어졌다가 2년 뒤 철저한 준비 끝에 쟁취한 역할이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하나도 없을 만큼 와 닿았던 역할이에요. 사랑 자체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올인 하는 성향이 저와 닮았어요.” 사랑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김종욱 찾기> 이후에도 <헤이, 자나!>의 케이트, <벽을 뚫는 남자>의 이사벨을 거쳐 현재 <싱잉 인 더 레인>의 캐시까지 각종 로맨스의 여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다. 



파격 변신의 욕심은 없었냐는 질문에 그녀는 얼마 전까지도 그런 생각이 있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한테 안 시켜줄 것 같은 역만 하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지킬 앤 하이드>의 엠마보다 루시. 근데 선배들이 어떤 역할 하면 딱 내 이름을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가 있다는 게 굉장한 장점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하고 싶어요.” 

최수진은 지금 다른 어느 때보다도 작품에 홀려있다. 인기 아이돌과 함께 연기하는 것에도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4개월간 탭, 발레, 방송댄스를 기초부터 섭렵해야 했던 얘기를 하면서도 그녀는 내내 ‘좋다’는 말을 거듭했다. “무대에서 비 맞으며 춤을 추는데 바닥에 미끄러지면서도 ‘뭐 이렇게 신나는 게 다 있지!’ 싶은 거예요. 이 에너지가 관객에게도 전해지도록 팔팔 뛰는 캐시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이 막 나고 있는, ‘랩 씌워지지 않은’ 캐시가 되고 싶어요.”

어느덧 데뷔 5년 차, 10번째 작품이라는 사실에 최수진은 “벌써요?”하고 본인이 더 눈을 동그랗게 뜬다. 많은 작품을 했지만 아직도 무대가 두렵고 떨린다는 그녀는 거의 모든 질문의 답변을 ‘더 잘하고 싶다’로 끝맺었다. “어떻게 하면 더 노련해지고 담대해질 수 있을까 고민해요. 지금도 첫 공연 때 긴장해서 100퍼센트를 발휘 못한 게 속상해요. 왜 처음부터 잘 못하고 나중에야 좋아졌다 소리를 듣는지. 이제부턴 매 공연 최고의 퀄리티로 하자는 생각에 이를 갈고 있어요. 열심히 해야지!” 그러면서 ‘내가 잘해야 된다는 생각에 너무 매여 있어서 더 못 하나?’라는 혼잣말을 덧붙이는 그녀에게는 여전히 신인 배우만의 떨림과 욕심이 그대로 살아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모습에는 지켜보는 사람까지 미소 짓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 사랑 때문에 진지하게 아파하고 고민하는 모습마저 사랑스러워 보이기 마련이다. 배우 최수진이 지닌 사랑스러움은 그처럼 무대에 대한, 뮤지컬에 대한 그녀 자신의 열렬한 사랑에서부터 뻗어 나오고 있었다. 


2009    <살인마 잭> 글로리아
2010    <궁> 효린
2011    <오즈의 마법사> 글린다
2011    <겨울연가> 유진
2012    <프로포즈> 은경
2012    <천상시계> 예성
2012    <김종욱 찾기> 여자
2013    <헤이, 자나!> 케이트
2014    <벽을 뚫는 남자> 이사벨
2014    <싱잉 인 더 레인> 캐시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0호 2014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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