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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수하가 부르는 용기와 희망의 멜로디…<THRONE AND LIBERTY> OST 녹음 현장

글 |이솔희 사진 |NCSOFT 2024-08-23 1,513

 

“아픔도 절망도 난 두렵지 않아”

 

엔씨소프트의 MMORPG < THRONE AND LIBERTY(쓰론 앤 리버티, 이하 TL) >가 고지대를 배경으로 하는 신규 지역 ‘톨랜드’의 오픈을 비롯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맞아 지난 8월 21일 OST 앨범을 발매했다. 타이틀 곡은 ‘날아올라’(Rise Up to the Sky). 운명의 조각을 둘러싼 모험가들의 용기와 희망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표현하는 곡이다. <트위스터스> <에이리언: 로물루스> <그것> 등 영화음악계에서 활약 중인 영국 작곡가 벤자민 월피쉬가 작곡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하데스타운> <레미제라블>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등 다수의 뮤지컬을 통해 독보적인 실력을 입증한 김수하가 이번 OST 가창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맑으면서도 무게감 있는 김수하의 목소리가 하늘을 향한 자유로운 비상을 노래하는 ‘날아올라’를 만나 매력적인 시너지를 탄생시켰다. 쉽게 소화할 수 없는 고난도의 곡임에도 불구하고, 김수하는 짧은 시간 안에 수월하게 녹음을 마쳐 현장 스태프의 감탄을 자아냈다는 후문이다. ‘날아올라’ 녹음 현장에서 만난 김수하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게임 OST를 부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죠? < TL >과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엔씨소프트 측에서 OST 가창을 제안해 주셔서 먼저 노래를 들어봤는데, 게임 OST 작업에는 참여해 본 적 없음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듣는 순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드넓은 평야에 울려 퍼지는 듯한 분위기의 음악이 너무 좋았거든요. 사실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난도가 높아서 연습하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느끼기는 했지만, (웃음) 다행히 녹음이 잘 마무리되어서 후련한 마음이에요. 큰 산을 하나 넘은 기분이랄까요.

 

수하 씨가 가창한 ‘날아올라’는 이번 OST 앨범의 타이틀 곡이에요. 처음 이 노래를 듣고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절벽 끝에 선 주인공의 앞에 끝없이 펼쳐진 하늘, 그와 함께 펼쳐지는 광활한 대지의 모습이 음악 속에서 보이더라고요. 이런 이미지를 선명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어요. 절망의 순간이 와도 나에게 주어진 운명의 길을 가겠다는 내용의 노래인데, 사실 뮤지컬에도 ‘운명’을 주제로 하는 넘버가 많잖아요. 저 역시 시련을 이겨내는 캐릭터를 자주 연기했고요. 그런 부분에서 ‘이 곡이 나에게 올 운명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웃음) 이렇게 제 경험과 맞닿은 면이 있는 노래인 만큼 더 깊이 있게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뮤지컬에서 노래를 부를 때는 인물의 감정과 이야기를 전하는 데에 중점을 두잖아요. 게임 OST를 부를 때는 어떤 점에 신경을 썼나요? 오늘 OST 녹음을 하며 인상 깊었던 피드백이 있었다면요.

말씀하신 것처럼, 뮤지컬은 가사를 통해 인물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오늘도 이 음악 속에서 제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의 이야기를 가사로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정이 많이 들어갔어요. 그런데 녹음을 하면서 감독님께서 감정을 조금 덜어내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감정을 덜어내고 노래를 부르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결과물을 들어보니 그렇게 하는 게 이 음악과는 훨씬 더 잘 어울리더라고요. ‘감정 전달’만큼이나 ‘음악적인 표현’이 중요하다는 점 등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와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뮤지컬이 아닌 다른 분야의 음악 전문가분들을 만나서 새로운 조언을 얻고, 그간 제가 시도해 본 적 없는 호흡을 담아 노래하면서 신선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 좋았어요.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 TL >은 오는 10월 1일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해요. <미스 사이공> 해외 공연 당시 영국, 일본 등 다양한 나라의 관객을 만난 경험이 있는데, 다시 한번 수하 씨의 목소리를 세계에 들려주게 된 소감이 어떤가요.

오늘 녹음을 하면서, 이 노래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 들어도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녹음 전에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녹음 후 결과물을 듣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웃음) 행복한 순간에는 더 행복하게 해주고, 지친 순간에는 힘이 되어주고, 좌절한 순간에는 희망을 안겨주는 노래라고 생각해요. 게임을 넘어서, 이 노래가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서 좋은 에너지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근에는 뮤지컬 <하데스타운>에 출연 중이에요. 작품을 다시 만난 기분이 궁금해요.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는 마냥 좋기만 했어요. 내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작품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연습을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공연을 준비하면서부터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어요. 사랑을 많이 받았던 작품이다 보니, 이전 시즌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그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커져서요. ‘어떻게 해야 관객분들의 기억 속 내 모습보다 더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저도 모르게 부담감을 느낀 것 같아요. 그때 박소영 연출님의 응원이 제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사실 이번 시즌 첫 공연 직전까지 목 상태도 굉장히 안 좋았는데, 제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본 박소영 연출님이 ‘너는 에우리디케 그 자체’라고, ‘너 자신보다 내가 너를 더 믿는다’고 말씀해 주시는 거예요. 그 말이 정말 큰 힘이 됐어요. 거기에 더해서, 관객분들이 <하데스타운>이라는 작품에 정말 많은 사랑을 주고 계신다는 점도 저의 원동력이 되었고요. 그래서 관객분들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 드리겠다는 일념으로 첫 공연을 했던 기억이 나요.

 

이번 시즌 다시 <하데스타운>과 에우리디케를 만나면서 새롭게 든 생각이 있다면요.

지난 시즌에는 오르페우스를 지켜줄 수 있는 에우리디케였다면, 이번 시즌에는 ‘지켜주고 싶은’ 에우리디케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작은 새’로서의 측면이 조금 더 보이길 바랐다고 해야 할까요. 이번 시즌에 다시 <하데스타운>을 만나면서 오르페우스가 움직이는 힘이 에우리디케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이 크게 다가왔어요.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와 사랑에 빠지고, 에우리디케는 그가 피워낸 꽃, 음악에 감동을 받고, 오르페우스가 음악에 몰두하고, 에우리디케는 지하 세계로 내려가고…. 그 모든 이야기가 에우리디케로부터 시작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에우리디케의 역할이 중요하겠다, 그러니 오르페우스의 뮤즈로서의 에우리디케, 하데스의 ‘작은 새’ 에우리디케의 모습을 잘 보여드려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이번  < TL >  OST 참여를 비롯해서 MBC <복면가왕> 출연, 영화, 드라마 출연 등 조금씩 무대 밖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앞으로 배우로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가요.

이번 OST 녹음에 참여하게 된 것도 제게 기회가 우연히 찾아와준 덕분이잖아요. 감사하게도 이렇게 다양한 기회가 언제든 저에게 찾아올 수 있으니, 그런 기회들을 놓치지 않고 잘 소화해 내고 싶어요. 이번 녹음도 그렇고, 영화, 드라마 촬영 등 새로운 경험들이 제게는 굉장히 즐겁고 값진 가르침을 주거든요. 이런 기회들을 잘 해내려면 제가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2015년 웨스트엔드에서 공연된 <미스 사이공> 무대 데뷔를 기준으로 하면, 내년에 벌써 데뷔 10주년이더라고요. 김수하의 2025년은 어떤 모습일까요?

10년 전을 생각해 보면 ‘내가 정말 어렸었구나’ 싶어요. 2035년이 되어서 지금의 저를 돌아봐도 같은 생각이 들겠죠? (웃음) 지난 10년간 그저 잘 지내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흘렀어요. 여태 그랬던 것처럼 큰 탈 없이, 평화롭게 새로운 10년을 보내고 싶어요. 제게 주어진 것을 잘 해내면서, 매번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 관객분들께 좋은 에너지를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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