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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OPLE&PEOPLE] <위키드> 김선영·김소현 [No.129]

글 |송준호 사진 |김호근 2014-07-10 6,015
새로운 엘파바와 글린다

“큰일 났어, 큰일 났어.”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김소현이 발을 구르며 칭얼거린다. 뒤이어 등장한 김선영은 그런 김소현이 귀여운 듯 ‘엄마 미소’로 바라본다. <위키드>의 흥행 돌풍을 이어갈 새로운 엘파바와 글린다 두 사람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다. 강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역을 맡아온  김선영과 청순가련 캐릭터의 대명사로 통하던 김소현은,  무뚝뚝하지만 속이 깊은 엘파바와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글린다의 모습 그대로였다. 함께 무대에 설 그날까지 서로에 대한  격려와 당부의 말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깔깔 웃다가도  금세 눈가를 촉촉히 적시는 등 동료애를 확인하며  둘만의 작은 <위키드>를 선보였다. 



새 얼굴의 부담과 각오

선영 씨는 한 달째 무대에 섰고, 소현 씨는 첫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간의 과정을 들어볼까요. 
김선영   저는 5월 초부터 시작했는데 기존 배우들은 작년 11월부터 해왔잖아요. 한두 달도 아니고 6개월 차이가 나니까 아무래도 부담이 됐죠. 그들이 오래 해온 만큼 익숙해진 부분도 있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캐스트로 들어갈 때 이들을 깨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새로운 존재가 들어갔을 때 또 새로운 호흡이 생겨나니까요. 그런 걸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죠. 혼자 연습하는 것보다 합이 중요하니까.
김소현   전 중간에 투입되는 건 처음이에요. 혼자 할 것도, 상대와 호흡 맞출 것도 너무 많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에너지를 쏟아내는 역인데, 계속 혼자서만 연습해야 해서 힘들었죠. 집에서 너무 안 외워져서 커피숍에 간 적이 있는데, 연습에 열중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나봐요. 옆에서 시끄럽다고 신경질을 내시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사과하고 나왔어요. 그 정도로 미친 듯이 집중하면서 평상시에도 중얼중얼하고 있어요.
김선영   저도 꼭 그랬어요. 첫 공연 전에 미팅하는데 갑자기 그동안 연습했던 게 주마등처럼 훅 지나가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 작품을 먼저 한 배우들에게 “함께 공연하게 돼서 기쁘고 영광이고, 경력 15년 차인데 이런 연습 태어나서 처음 해본다”고 털어놨어요. (웃음) 이런 강도의 연습을, 그것도 중간에 투입돼서 해낼 만한 배우는 솔직히 몇 명 안 될 거예요. 처음부터 다 같이 힘들면 서로 의지할 수라도 있지만 이건 철저히 혼자란 말이죠. 지금 소현이도 비슷한 심정일 거예요. 그 외로움을 견뎌냈을 때 얻을 수 있는 성취감 때문에 이제 ‘아, 좋은 경험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소현   정말 좋은 경험인 거 맞죠? (웃음) 언니는 지금 이미 무대에 올랐으니까 연습했던 게 좋은 추억이 될지 몰라도, 저는 지금 이게 과연 좋은 경험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또 기존 배우들에게 익숙해져 있는 팬들도 살짝 걱정이 돼요. 제가 투입됐을 때는 저의 글린다에 매력을 느껴야 하잖아요. 모든 공연이 다 그렇지만, 그래서 이 작품은 특히 관객들이 집중하게 하려면 대사나 가사들을 100%, 200% 내 것으로 만들고 한순간의 틈도 없어야 해요. 그러니 첫 공연이 끝나면 어떤 느낌일지 벌써부터 예상이 돼요. 
김선영   그건 배우의 숙명인 것 같아요. 특히 한국에서는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 자리 잡았기 때문에 중간에 들어가지 않아도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들어가서 올해를 마무리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어서에요. 그만큼의 역할을 내가 한다는 게 중요하죠. (김소현에게) 우리에게도 곧 익숙해지실 거야. 



예견된 인연, 준비된 콤비

두 분은 <지킬 앤 하이드>와 <엘리자벳>에서 이미 함께하신 적이 있죠. 무대 위가 아니라 그냥 보기에도 색깔이 상반되는 두 분인데, 서로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요.
김소현   말 없고 카리스마 있고 강하지만 새침한 사람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털털하면서도 생각보다 편한 스타일이에요. 겉으로는 예쁜 여자가 보이지만 안에는 터프한 남자가 있어요, 히히. 뭐랄까, ‘오빠’라기보다 ‘형’ 같은 느낌? (김선영  이거 뭐야, 이거~) 저한테는 정말 없는 부분이에요. 저도 털털하지만 다른 쪽으로 털털한 거고. 어찌 보면 공통점이 정말 없는 거 같아요.
김선영   그건 아마도 내가 막내인 데다가 오빠만 셋이어서 그럴 수 있어.
김소현   아, 저는 장녀인데요? 정말 다르다. 아무튼 많은 점이 달라요. (뭔가 생각난 듯) 아, 공통점이 딱 하나 있네요. 굉장히 연하랑 결혼했다는 거. (일동 폭소) 
김선영   둘 다 매력 있다는 거지.
김소현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굉장히 다른 역할만 했는데 유일하게 ‘엘리자벳’만 공통으로 맡았네요. 그런 데다가 <지킬 앤 하이드>에서는 상반된 역할을 맡았고. 사실 여자 주인공이 두 명인 경우가 별로 없는데, 두 번이나 타이틀롤로 만났어요. 저번에는 커튼콜 빼고는 한 번도 마주하지 않는 역이었는데 이번에는 내내 얼굴을 보면서 하는 거라 좋아요. 
김선영   작품으로는 2004년에 처음 만났어요. 그런데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이런 애를 처음 봤어요.(일동 폭소) 어떻게 저렇게 백치미가 있을 수 있을까, 생각했죠. 
김소현   관객들은 몰라요, 언니! 제가 그런 사람이라는 거. 제가 어떻게 글린다를 할까 걱정하고 있던데. 
아뇨, 방송을 통해서 이제 많이들 아시던데요. (웃음)
김선영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에요. 웃는 모습이 그냥 밝잖아요. ‘진짜 얘는 굉장한 매력을 갖고 있구나’라는 걸 그때 알았어요. 사실 <위키드>가 한국에서 공연되기 몇 년 전부터도 저는 그 역에 소현이를 떠올렸어요.
김소현   공연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관객들 대상으로 설문했는데 언니랑 제 이름이 많이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감사했죠. 원래 처음에는 <위키드>에 합류하는 게 아니어서 아쉽더라고요. 그런데 오디션을 또 하는 거예요. 저는 될 거라는 생각을 안 해서 접수도 안 했어요. 그러다 뒤늦게 오디션을 보고 언니랑 같이하게 되니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솔직히 지금도 와 닿지가 않아요. 내가 하는 건가? 진짜 하는 거 맞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김선영   그래서 ‘원 숏 데이(One Short Day)’ 부분에서 둘 다 눈물이 울컥 나왔어요. 전혀 울 만한 장면이 아닌데. 이 친구랑 저랑 데뷔를 비슷한 시기에 하고 10여 년을 같이 해오면서 묘한 동지애, 전우애 같은 게 느껴지는 거예요. 
김소현   맞아요, 저도 똑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10년 차 이상 되는 뮤지컬 여자 배우가 느낄 수 있는 걸 같이 공감해줄 수 있는 분들이 얼마 없잖아요. 또 결혼을 한 배우로서 말은 안 해도 동질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역대 최고로 힘들었던 연습 과정

뉴 페이스라는 측면에서도 두 분이 새로운 조합으로 많은 관심을 받을 건 분명해 보여요. 연습에서는 호흡을 맞춰보셨을 텐데, 어땠나요. 
김선영   소현이는 그냥 글린다 같아요. 처음 대본 리딩 때도 뭔가 어수선한 게 딱 글린다였어요. 지금 하는 연습이 제대로 완성되면 (정)선아나 (김)보경이에게 없는 소현이만의 글린다가 탄생할 거예요. (잠시 생각하다) 일단 백치미로는 세 명 중 톱이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언젠가 소현이가 <오페라의 유령>을 한 다음에 갑자기 <그리스>를 한다고 하는 거예요. 너무 궁금해서 보러 갔는데 깜짝 놀랐어요. 샌디를 그렇게 해석할 줄이야. 소현이가 크리스틴보다 그런 역을 통해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걸 봤거든요. 그래서 이 친구가 글린다를 한다는 것에 의심이 들지 않아요. 
김소현   (중얼거리듯) 그런데 평소 모습을 막상 연기로 하려니까 힘들던데. (일동 폭소) 그렇기도 하고 엘파바나 글린다나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역이잖아요. 그래서 저희랑 <엘리자벳>을 같이했던 (옥)주현이에게 물어봤어요. <엘리자벳>이랑 이번 작품 중 어떤 게 힘드냐고요. 그랬더니 “이게 5만 배 더 힘들어”라고 하더라고요.
김선영   <엘리자벳>은 감정이 힘들고, 이번 건… 정말 모든 게 다 힘들어. (웃음) 주현이가 체력 좋기로 소문난 배우인데, 그 친구가 힘들다고 할 정도면 말 다했죠. (박)혜나도 그런 말을 하길래 “너희들이 힘들다고 하면 언니는 죽으라는 소리냐”고 그랬죠. 남편의 도움이 컸어요. 원래도 자상한 스타일이긴 하지만 이번엔 특히나 제가 혼자 집에서 런 돌고 하니까 안쓰러웠는지 대사도 맞춰주고 해서 고마웠어요. 
김소현   저도 집에서 연습하곤 하는데 글린다가 워낙 방방 뛰는 캐릭터잖아요. 남편 앞에서 ‘파퓰~러’ 하면서 까불기가 부끄럽더라고요. 
김선영   원래 연습할 때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런데 이번엔 제 코가 석 자라 남편 앞에서 막 혼신을 다해서 연기를 했어요. (웃음) 부끄러운데 그래도 급하니까 그렇게 되더라고요. 부직포 붙이는 밀대를 들고 ‘디파잉 그래비티’를 부르기도 했죠.
두 분 다 연습 기간이 짧거나 조건이 여의치 않아서 힘드셨다던데요. 
김소현   이 작품은 무대 위에서 사람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리허설을 해야 되는데 다들 공연 중이잖아요. 혼자 연습하니까 감이 안 잡혀요. 봉 돌리는 연습도 못해서 큰일이에요. 또 무대 위에 서야 하는 위치가 지정되어 있거든요. 그걸 실제로 해봐야 되는데 못하니까 답답해요. 그런데 언니가 어차피 공연 시작되면 그런 거 하나도 안 보이고, 어딘지도 모른대요. (웃음) 그래서 농담으로 ‘에이, 모르겠다. 그냥 밝은 데 가서 서지 뭐’ 그러고 있어요. 
김선영   기존 배우들은 극장에서 3주 동안 리허설을 충분히 거쳤잖아요. 저는 리사 리구일로 연출가를 달랑 3일 만났어요. 그런데 디렉션 노트를 폭풍처럼 주더라고요. ‘남들은 한 달간 할 걸 난 3일 만에 하고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어요. 그래도 리사를 만나길 잘한 건, 진실하게 해야 한다는 열쇠를 줬다는 거예요. 진실하게 울어야 관객도 감동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거든요.
김소현   저도 잊어버리고 있었던 거예요. 캐릭터가 느끼는 걸 우리도 느끼면서 해야 관객에게도 전달되는데, 완전히 잊어버리고 수박 겉핥기만 하고 있었죠. 저는 ‘파퓰러’가 중요한 대목이니까 어떻게 하면 웃길 수 있을까 계속 고민했는데, 웃기려고 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글린다의 매력은 엘파바를 꾸며주려고 신 나서 까부는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짓게 만드는 거라더군요. 하지만 역시 무대에서는 웃겨야 되니까 스트레스는 남아 있어요.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배우 인생을 거는 <위키드>

각자가 생각하는 자신만의 엘파바와 글린다가 있을 것 같은데요. 
김선영   엘파바가 학교에 다닐 때부터 몇 년 뒤 상황들을 접하게 되죠. 사람들의 부조리, 비상식적인 상황들을 겪으면서 마녀의 길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마녀가 될 수밖에 없는 여정을 가잖아요. 그 여정을 관객들이 따라오게끔 엘파바를 잘 표현했으면 좋겠어요. 
김소현   글린다가 사람들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새침한 모습이 강조된 캐릭터이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성품에 초점을 맞추고 싶어요. 엘파바는 캐릭터 자체에서 깊이가 느껴지지만 글린다는 그런 모습을 보일 기회가 적어서 인물의 깊이를 강조하고 싶어요. 글린다만의 여정도 있으니까요. 사실 알고 보면 깊이 있는 여자거든요. (웃음)

이제 얼마 후면 같은 무대에 서겠죠. 그때까지 서로에게 조언이나 당부의 말을 전한다면.
김선영   소현이가 오랫동안 무대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들을 해왔잖아요. 그 경험들을 믿었으면 좋겠어요. 그걸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저도 느꼈거든요. 연습은 배반하지 않아요. 몸에 배기 때문에요. 연습을 충분히 해놓으면 막상 공연 전에는 떨리지만 무대에 서면 연습한 것과 그간의 무대 경험들이 합쳐지면서 나도 몰랐던 힘이 솟구치는 게 있어요. 소현이도 그걸 믿으면 생각 이상의 것이 무대에서 펼쳐질 거예요.
김소현   <위키드>를 위해서 언니와 만났을 때 했던 얘기가 떠올라요. 우리는 그동안 전부 좋은 작품들만 해왔고, 거기다 무려 <위키드>까지, 그것도 이 나이에 한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그때 언니가 말씀하셨듯이 올해가 마지막인 것처럼 행복하게 하고 싶어요. 우리는 다음 시즌을 기약할 수 없잖아요. 방금 언니가 해주신 말도 정말 힘이 돼요. 내가 해왔던 게 있는데! 오늘 정말 큰 수확을 얻었네요. (웃음) 사실 연차가 늘어날수록 두려움이 더 많아졌거든요. 아직도 사시나무 떨듯 떨려요.
김선영   (김소현에게) 괜찮아, 나도 떨려. 떨리는 건 똑같아. 그런데 이번 공연은 이상하게 비장해지는 게 있어요. 저는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배우 생활이 언제 끝날 거라고 장담을 안 하거든요. 이번 작품을 하고 나서 뮤지컬을 계속하고 싶을까, 또는 계속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얼마 전부터 하게 돼요. 사실이 그러니까요. 그래서 어쩌면 내 배우 인생에서 특별한 의미가 될 <위키드>에 배우 경력의 ‘엑기스’를 쏟아부을 생각이에요. 
김소현   저랑 정확히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신기해요.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이 만나서 더 신기하고요. 언니와 함께 무대에 설 공연이 더 기다려지네요. 그런 부분에서‘만’! (웃음) 
김선영   우리 지금 정말 엘파바와 글린다 같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9호 2014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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