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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③]중국 포커스테이지 유한곤 대표, <블랙메리포핀스>부터 <접변>까지

글 |이솔희 사진 |예술경영지원센터 2024-07-19 784

탄탄한 대본과 뛰어난 만듦새를 인정받아 빠른 속도로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는 K-뮤지컬.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더뮤지컬이 6, 7월 두 달에 걸쳐 한국 뮤지컬의 해외 시장 진출 현황과 글로벌 뮤지컬 시장의 흐름을 들여다봅니다. 

 


 

중국 공연 제작사 포커스테이지의 유한곤 대표는 한국에서 공연 제작을 배운 후 중국으로 넘어가 자신만의 길을 개척했다. 그는 ‘환경식 상주 뮤지컬’이라는 독특한 형식의 공연을 통해 중국 관객에게 뮤지컬의 매력을 퍼트리는 중이다. 한국 뮤지컬 업계와 꾸준히 교류하고 있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 뮤지컬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한국 유학 시절 동국대학교에서 공연 제작을 전공했다.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많은 수의 뮤지컬을 봤고, 한국 뮤지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국 뮤지컬을 중국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 공연 제작사에서 근무하기도 하고, 공연장 하우스 매니저로 일하기도 하면서 공연 제작과 관련된 많은 경험을 했다. 그 후 중국으로 돌아가 중국 공연 제작사에서 잠시 일을 하다가 2018년에 포커스테이지를 설립했다.  

 

포커스테이지를 설립한 후 첫 작품은 <블랙메리포핀스>였다. <블랙메리포핀스>와는 어떻게 연을 맺었나.

<블랙메리포핀스>는 제가 한국에서 본 뮤지컬 중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포커스테이지의 첫 공연으로 선보이고 싶었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던 시절 알게 된 관계자분들에게 소개를 받아 서윤미 연출님과 연락이 닿았다. 중국 제작자가 자신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심지어 공연도 여러 차례 봤다는 사실에 감동하셨던 기억이 난다. 저를 많이 신뢰해 주신 덕분에 라이선스 공연을 할 때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중국에서 잘 알려진 작품이 아니고, 저희도 신생 제작사다 보니 첫 공연을 올리기 전에는 티켓 판매가 수월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첫 공연을 마친 후 공연이 입소문을 탔고, 결국 남은 회차가 전부 매진됐다. 뿌듯한 경험이다.

 

 

포커스테이지의 대표작은 <아폴로니아>(한국명 <미아 파밀리아>)다. 최초의 ‘환경식 상주 뮤지컬’(기존의 프로시니엄 무대를 벗어나 공연과 어울리는 인테리어로 공연장을 꾸미고, 관객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오픈런 형태의 공연)로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미아 파밀리아>를 관람했는데, 커튼콜 때 관객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며 즐기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관객들이 공연을 여러 차례 관람하고, 넘버를 전부 외워 따라 부르는 것은 작품의 매력이 굉장히 훌륭하다는 증거이지 않나. 그래서 이 작품은 중국 관객에게도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국은 공연장, 특히 소극장의 수가 정말 적어서 장기 공연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일반 건물 사무실을 리모델링해서 극장으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연예신공간’이라는 중국의 독특한 공연장 모델이다. 처음에는 기존 공연장처럼 무대와 객석이 분리된 형태로 만들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공연장 전체를 하나의 무대로 만드는 것이었다. 연출가, 무대 디자이너와 함께 의논해서 무대를 새롭게 구상하고, 이머시브 공연의 형태로 바꾸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기존 공연장에서 공연을 올렸다면 이렇게까지 큰 사랑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우와 관객이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을 관객분들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 것 같다.

 

최근에는 포커스테이지에서 제작한 뮤지컬 <접변>의 라이선스 공연이 대학로에서 공연 중이다. 계약은 어떻게 성사되었나.

<접변>은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작품인데, 문득 한국의 대학로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작품을 선호하지 않나. 이에 더해 작품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지녔다는 점도 대학로 작품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마침 그때 네버엔딩플레이의 오세혁 대표님이 중국에서 출장 중이었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라이선스 계약이 빠르게 추진됐다. 그 후 공연장 대관부터 포커스테이지 한국 지사 설립, 배우와 창작진 캐스팅 등 절차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생각보다 빠르게 한국에서 공연을 선보일 수 있어서 기뻤다.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어떤 이유가 있었나.

한국 지사를 설립한 것은 세 가지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중국 창작 뮤지컬을 한국 배우, 창작진의 색을 입혀 한국 무대에서 새로운 매력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 창작진과 함께 작품을 개발해 한국과 중국 시장에서 공연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이 중국에 와서 공연을 관람하고, 중국 관객이 한국에 와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돕는 자체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한국 프로덕션과 협업하며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

중국 뮤지컬 시장이 아직 발전 단계이다 보니 전문적인 인력이나 시스템이 부족하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 프로덕션과 협업을 하든 정확한 시스템이 있다. 제작사와 창작진, 스태프, 홍보마케팅팀 등 다양한 파트의 사람이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러한 시스템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제작사와 함께 작업하며 이러한 시스템을 어떻게 해야 중국의 상황에 맞게 변화시켜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중국 뮤지컬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포커스테이지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인가.

우선 창작 뮤지컬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 전통을 소재로 하는 작품도 좋지만, 전 세계에 통할 수 있는 소재로 작품을 만들고 싶다. 현재 개발 중인 작품은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소재로 한다. 올해 쇼케이스 공연을 올리고, 내년에 정식 공연을 올릴 계획이다. 또, 아시아 뮤지컬 시장을 중심으로 협업해서 한국, 중국, 일본 세 국가가 뮤지컬을 공동 개발하고 동시에 공연을 올리는 방식을 시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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