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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②]"효율적인 시스템∙우수한 인재"…대만 C뮤지컬 장심자 대표가 말하는 한국 뮤지컬 시장

글 |이솔희 사진 |예술경영지원센터 2024-07-19 615

탄탄한 대본과 뛰어난 만듦새를 인정받아 빠른 속도로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는 K-뮤지컬.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더뮤지컬이 6, 7월 두 달에 걸쳐 한국 뮤지컬의 해외 시장 진출 현황과 글로벌 뮤지컬 시장의 흐름을 들여다봅니다. 

 


 

 

한국에서 우연히 본 뮤지컬에 푹 빠져 뮤지컬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는 대만 공연 제작사 C뮤지컬의 장심자 대표. <어린왕자> <라흐마니노프> <렛미플라이> 등 한국 뮤지컬을 꾸준하게 대만에서 선보이며 ‘K-뮤지컬의 대명사’라는 수식어를 얻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만에서 ‘K-뮤지컬의 대명사’라고 불린다고 자기 소개하는 것을 보았다. (웃음) 한국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11년에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 약 3주 동안 머물렀는데 뮤지컬만 11편을 관람했다. 그때는 뮤지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었는데, 처음 공연을 보자마자 매력을 느꼈다. 홍광호가 출연한 <지킬앤하이드> 공연을 본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서 뮤지컬을 보며 ‘어떻게 장기 공연을 해도 흥행할 수 있지?’, ‘어떻게 배우들 실력이 이렇게 좋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한국 뮤지컬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단순히 뮤지컬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공연 제작사를 차려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여행을 마친 후 한 학기 동안 한국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다. 그러면서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마침 대만 지인 중 뮤지컬 제작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 친구들과 함께 <넌 리딩 클럽>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2014년에 처음 만들었고, 2015년에는 DIMF를 통해 한국에서 공연됐다. 그 후 2016년에 C뮤지컬을 창립해 뮤지컬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어린왕자> <라흐마니노프> 등을 대만에서 선보였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첫 번째 라이선스 작품은 <어린왕자>다. <어린왕자>는 공연이 낯선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이야기 아닌가. 관객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그 후 <어린왕자>를 함께한 이대웅 연출님이 <렛미플라이>를 소개해 줬는데, 작품성이 좋은 것은 물론 배우들이 연기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에 마음이 갔다. 또 <라흐마니노프>는 기존 클래식 공연 관객도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이렇게 한국 뮤지컬의 다양성을 대만에 보여주면 관객층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진과 유진>은 대만에서 리딩 공연을 진행했다. 반응이 어땠나.

<유진과 유진> 제작사 낭만바리케이트의 다미로 대표님이 먼저 제안을 주셨고,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해외 유통 지원사업에 선정돼서 공연을 진행할 수 있었다. <유진과 유진>은 여성 2인극이라는 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지닌 작품이라는 점이 좋았다. 다만 아동 성폭력이라는 다소 민감한 소재를 지녔기에 우선 리딩 공연으로 대만 관객의 반응을 확인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관객 반응이 정말 좋았다.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며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야기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추후 정식 공연으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휘인> 등 한국과 합작한 작품도 있다. 제작자 겸 창작자의 관점에서 한국 뮤지컬 시장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파트를 세세하게 나눠 자신이 맡은 일에 철저히 집중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 빠르고 효율적인 제작 시스템과 능력 있는 인재들이 많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두 가지가 있기에 장기 공연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만 뮤지컬 시장은 아직 공연 제작에 능숙한 인재가 적고, 제작비도 적기 때문에 어떤 공연이든 최소 인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티켓을 배부하던 사람이 MD도 판매해야 하고, 공연장도 관리해야 하는 정도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장기 공연을 하게 될 경우 현장 컨트롤이 어렵다. 덧붙여, 작가, 작곡가, 안무가 등 창작자 사이의 소통이 활발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 수월하다는 점도 한국 뮤지컬계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공연 제작 가능 인력이 적다는 것이 대만 뮤지컬계의 약점이다. 자체 제작 공연의 프로덕션은 어떻게 꾸리나.

아무래도 뮤지컬 시장이 발전한 지 얼마 안 됐다 보니 뮤지컬 전문 학과가 없다. 그래서 인재를 육성하기 어렵다. 뮤지컬 작곡가는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작가, 연출가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 보니 자체적으로 프로덕션 인원을 꾸리기보다는 다른 나라와의 합작 형식으로 제작하는 것을 선호한다. 특히 한국은 뮤지컬 시장이 성숙하게 발전했기 때문에 꾸준히 협업하며 배우고 싶다.

 

대만 뮤지컬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길 바라나.

창작자를 비롯해 배우, 스태프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길 바란다. 공연에 참여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그 과정에서 공연업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공연업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관객이 한 번은 공연장에 와도, 그 경험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다시 공연장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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