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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SPECIAL①] 소극장 중심 중국∙신작 개발하는 영미권…해외 뮤지컬 시장의 노력

글 |이솔희 사진 |예술경영지원센터 2024-07-19 672

탄탄한 대본과 뛰어난 만듦새를 인정받아 빠른 속도로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는 K-뮤지컬.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더뮤지컬이 6, 7월 두 달에 걸쳐 한국 뮤지컬의 해외 시장 진출 현황과 글로벌 뮤지컬 시장의 흐름을 들여다봅니다. 

 


 

 

제4회 K-뮤지컬국제마켓

K-뮤지컬국제마켓은 국내 및 해외 뮤지컬 전문가, 투자자 등이 모이는 국내 유일 뮤지컬 마켓이다. 2021년 시작해 올해로 4회를 맞은 이 행사는 지난 6월 중순 링크아트센터 및 CJ아지트 대학로에서 개최됐다. 올해는 국내외 뮤지컬 업계 관계자 총 2,542명이 참가했는데, 지난해 참가자 1,103명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2021년 1회 행사에는 553명이, 2022년 2회 행사에는 749명이 참석한 것과 비교하면 K-뮤지컬국제마켓이 매년 빠른 속도로 규모를 키워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참여국의 수도 증가했다. 1회 행사에는 이미 뮤지컬 산업이 자리 잡은 미국, 영국, 일본의 인사를 초청했다면, 올해는 세 국가를 포함해 중국, 대만, 싱가포르,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뮤지컬 시장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국가의 인사까지 초청해 글로벌 뮤지컬 시장에 관한 다양한 담론을 끌어 냈다는 점이 눈에 띈다.

 

K-뮤지컬국제마켓은 크게 네트워킹 세션, 쇼케이스 및 피칭 세션, 정보제공 세션으로 나뉜다. 네트워킹 세션은 국내외 뮤지컬 유관 기관 및 투자사, 제작사 관계자와 미팅을 통해 해외 진출 및 투자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1:1 비즈니스 미팅, K-뮤지컬국제마켓에 참여한 국내외 관계자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네트워킹 나잇으로 구분된다. 그중 1:1 비즈니스 미팅은 K-뮤지컬국제마켓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올해 국내외 42개 사가 285회의 미팅을 진행했다. ‘한국 뮤지컬의 해외 진출과 투자 유치’라는 취지에 걸맞게 그간 <마리 퀴리> <유앤잇> <서천담화> 등이 K-뮤지컬국제마켓을 거쳐 영국 시장으로 진출했다. 올해에도 쇼케이스 및 작품 피칭을 통해서 총 30개의 한국 뮤지컬이 해외 관계자를 만났다.

 

아시아 시장의 활황

정보제공 세션에서는 개막 포럼을 포함해 총 여섯 번의 강연이 진행됐다. 국가별 뮤지컬 시장의 현황 및 발전 방향성에 대해 들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중국 포커스테이지 문화 미디어 상하이 대표 유한곤, 중국 알리바바 다마이 마이라이브 시어터 록스 프로듀서 황윈, 일본 토호 경영기획부 부장 야마자키 나호코, 대만 C뮤지컬 대표 장심자 등이 참여해 아시아 시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한곤 대표는 중국 뮤지컬 시장이 코로나19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 중임을 강조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2,655회 공연된 것에 비해 2023년에는 8,300회 공연됐다.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관객 중 79%가 여성이고, 25세 이하 관객층이 가장 넓다는 것이 특징이다. 뮤지컬 시장은 경제가 발달한 상하이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연예신공간’이 있다. 연예신공간은 프로시니엄 무대를 벗어나 다양한 형식의 공연이 가능한 소극장이다. 2019년부터 개발되기 시작했으며, 상하이 중심부에 100개가량의 연예신공간이 구축되어 뮤지컬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 이 덕분에 중국 뮤지컬 시장은 소극장 공연, 이머시브 형태의 오픈런 공연이 선도하고 있다. <미아 파밀리아> <미오 프라텔로> 등 한국 뮤지컬도 중국의 소극장에서 라이선스로 공연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황윈 프로듀서는 중국 뮤지컬 시장의 문제점으로 ‘작은 관객 파이’, ‘제작 작품의 부족’ 두 가지를 꼽았다. 관객 파이가 작아 1개월 이상 관객을 동원해야 하는 대형 작품의 제작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콘텐츠를 원하는 관객의 요구에 비해 숙련된 제작 인력이 부족해 창작 작품을 탄생시키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제작사 혹은 창작자와 협업하고, 뮤지컬을 함께 개발 및 제작할 것을 제안했다. 중국과 한국이 합작한 뮤지컬 <접변>의 사례가 있는 것처럼, 중국 시장과의 협업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일본은 2.5차원 뮤지컬의 개발로 시장의 성장을 꾀한다. 일본 뮤지컬 시장은 오랫동안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에 의존해 왔으나 이제 2.5차원 뮤지컬을 일본의 독자적인 장르로 발전시키고 있다. 2.5차원 뮤지컬이란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로, 원작의 탄탄한 팬층이 뮤지컬 시장으로 유입되어 한정적인 뮤지컬 관객의 파이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은 애니메이션인 <테니스의 왕자> <나루토> 등이 뮤지컬로 재탄생된 바 있다. 새로운 장르를 개발해 관객 규모를 넓히고 있는 것에 반해, 극장 수, 콘텐츠, 인재가 부족하다는 점은 일본 공연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반면 공연장의 수는 현저히 적어 공연을 올릴 극장을 확보하는 것이 공연 제작사의 골칫거리다. 또, 그간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에 의존했던 시장인 만큼 제작 작품의 수가 적어 완성도 높은 자체 제작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와 더불어 창작자, 스태프는 물론 배우의 수 역시 적어 작품 제작 및 상연에 애를 먹기도 한다. 일본 토호 경영기획부 부장 야마자키 나호코는 작품의 흥행에 인기 배우의 집객력이 중요한 만큼, 시장의 발전을 위해 배우 육성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대만 뮤지컬 시장은 2023년 기준 연간 뮤지컬 매출액 약 240억으로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티켓 판매 수와 공연 수 모두 꾸준히 증가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주로 해외 프로덕션의 투어 공연이 많이 진행됐고, 소규모의 창작 뮤지컬은 단기간 공연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창작 뮤지컬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대표적으로 대만 창작 뮤지컬 <돈크라이 댄싱 걸즈>는 2020년 리딩 공연, 2021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2023년 초연을 올렸는데, 공연 당시 12,000장의 티켓이 10분도 채 되지 않아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 뮤지컬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대만 뮤지컬 시장의 특징 중 하나다. <팬레터> <김종욱 찾기> <렛미플라이> <어린왕자> 등 한국 뮤지컬이 대만에서 공연되었다. 그중 <어린왕자>는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레플리카 방식으로 공연되었는데, 이 작품은 2023년 대만 공연 예매 사이트인 OPENTIX에서 중극장 유료 티켓 판매 수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C뮤지컬 장심자 대표는 “<어린왕자>는 대만에서 성공적으로 공연된 라이선스 작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만 공연 시장은 국공립극장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다수의 제작사에게 공평하게 대관 기회를 제공해야 하므로 하나의 작품이 장기간 공연되는 것은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 장심자 대표의 설명이다.

 

 

영미권 시장의 고민

뮤지컬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활동하는 제작자들에게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굿스피드 뮤지컬 예술감독인 도나 린 힐튼, 영국 버밍엄 히포드롬 신작 개발 대표인 디어드리 오할로렌, 미국 언더더스타스 극장 예술감독 댄 넥처스는 그들의 개발 모델과 사례를 공유하고, 뮤지컬 제작 환경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크고 작은 뮤지컬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는 이 세 단체는 공통적으로 ‘신작 개발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내 친구 윈 딕시> <체이싱 레인보우> <어메이징 그레이스> <빨강 머리 앤> 등 신작 뮤지컬을 소개해 온 굿스피드 뮤지컬의 도나 린 힐튼은 신진 뮤지컬 극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매년 1월 진행되는 뮤지컬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인 뉴 뮤지컬 페스티벌을 통해 <컴 프롬 어웨이>를 개발하는 등 더욱 많은 관객을 유치하기 위해 신진 창작진 발굴과 신작 개발에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버밍엄 히포드롬의 디어드리 오할로렌은 “버밍엄 히포드롬은 아직 신작 개발에 있어서는 초기 단계”라고 말하면서도 ‘히포드롬 스튜디오’라는 창작 허브를 구축하고 이곳에서 창작된 신작을 전 세계에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또, 뮤지컬 극작가를 대상으로 유급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해 창작진의 창작 환경 안정화에 일조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언더더스타스 극장의 댄 넥처스에 따르면 언더더스타스 극장 역시 꾸준히 신작 개발에 힘써왔지만 2010년대 중후반에는 작품의 순환 주기가 길고 작품의 완성도도 낮아져 그 후 작품의 예술성을 높이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개발한 신작이 <어글리 크리스마스 스웨터>로, 댄 넥처스가 직접 각본 및 연출을 맡았다. 크리스마스라는 특수성을 지닌 작품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다. 이외에도 언더더스타스 극장은 디즈니 등 안정적인 파트너와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등 신작 개발에 대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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