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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①]라이브 강병원 대표, 웨스트엔드에서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

글 |이솔희 사진 |라이브 2024-06-26 453

8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브로드웨이 초연을 앞둔 <어쩌면 해피엔딩>과 웨스트엔드 관객을 만나고 있는 <마리 퀴리>, 해외 시장에서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는 <유앤잇>, 그리고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아시아권 국가 곳곳에서 공연 중인 각종 창작 뮤지컬까지! K-뮤지컬은 탄탄한 대본과 뛰어난 만듦새를 인정받아 빠른 속도로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더뮤지컬이 6, 7월 두 달에 걸쳐 한국 뮤지컬의 해외 시장 진출 현황과 글로벌 뮤지컬 시장의 흐름을 들여다봅니다. 먼저 한국 창작 뮤지컬을 해외 시장에 선보인 제작자, 창작자의 이야기를 들어본 뒤, 최승연 평론가가 세계 시장 속 한국 뮤지컬의 활약을 다시 한번 짚어봅니다.  

 


 

 

공연 제작사 라이브가 제작한 뮤지컬 <마리 퀴리>는 과학자 마리 퀴리의 삶에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팩션 뮤지컬이다. 여성 이민자라는 사회적 편견 속에서 역경을 이겨내고 최초로 노벨상을 2회 수상한 과학자인 동시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고뇌하는 한 인간이었던 마리 퀴리의 삶을 무대 위에 펼쳐낸다. 2018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통해 대중에 처음 공개됐고, 현재까지 총 세 번의 시즌으로 국내 관객을 만났다. <마리 퀴리>는 세 번째 공연을 마친 후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영국 웨스트엔드에 발을 내디딘 것이다. 한국 창작 뮤지컬이 웨스트엔드에서 현지 스태프, 배우와 함께 장기 공연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리 퀴리> 웨스트엔드 공연은 어떻게 성사되었을까? 리드 프로듀서를 맡은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마리 퀴리> 영국 공연이 지난 1일부터 런던에 위치한 채링 크로스 시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공연이 성공적으로 올라가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쳤을 텐데.

2022년, 예술경영지원센터의 ‘K-뮤지컬 로드쇼 인 런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 배우들과 런던에서 약 45분짜리 쇼케이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쇼케이스 공연 당시 반응이 좋았다. 그 후 2023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중장기 창작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웨스트엔드 ‘디 아더 팰리스’에서 전막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당시 관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음악은 좋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으나 대본에는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래서 대본을 역 번역해서 다시 확인해 보니, 쇼케이스 직전에 대본이 많은 부분 수정된 것이 확인됐다. 작품을 현지화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따라올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쉬운 마음에 그 후 영국 창작진을 한국으로 초대해 국내 창작진과 함께 워크숍을 다시 진행했다. 그렇게 차근차근 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 1일 265석 규모의 채링 크로스 시어터에서 정식 공연을 개막했다.  

 

현지 창작진과는 어떻게 만났나.

K-뮤지컬 로드쇼 인 런던을 통해 쇼케이스 공연을 개최했을 당시 인연이 닿았던 분들이다. 연출가 사라 메도우스, 음악감독 엠마 프레이저, 대본 번안을 맡은 톰 램지 등 이번 작업을 함께한 창작진 모두 <마리 퀴리> 영국 공연의 시작부터 함께했다. 그중에서도 사라 메도우스는 2022년 런던에서 초연된 뮤지컬 <라이드>로 호평 받은 연출가다. <라이드> 역시 자전거로 세계 일주를 한 최초의 여성 애니 런던데리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가 <마리 퀴리>와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국 시장은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영국에서 <마리 퀴리>가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나.

성공 여부를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국 공연에 앞서 2023년에 일본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2021년에 폴란드에서 공연 실황 상영회를 진행했었다. 당시 두 국가에서 모두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특히 2022년에는 폴란드 음악 페스티벌인 ‘바르샤바 뮤직 가든스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되어 페스티벌 최고의 작품에게 주어지는 ‘황금물뿌리개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같은 유럽 문화권인 만큼, 폴란드에서 호평 받았으니 영국에서도 이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앞서 말씀하셨듯이 웨스트엔드는 드라마, 다양성을 추구하는 편이기 때문에 드라마가 강한 <마리 퀴리>가 영국 시장에서 조금 더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 진출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 미국은 지역 극장에서 먼저 공연을 올리고 성공을 거뒀을 때 브로드웨이에 입성하고, 영국은 에든버러나 런던 외곽에서 먼저 공연을 올린 뒤 웨스트엔드로 진출할 수 있다. <마리 퀴리> 역시 처음 한국에서 공연할 때 450석 규모의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시작했고, 그다음에는 더 많은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이즈를 약간 줄여 300석 규모의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했다. 그 후에는 700석 규모의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을 올렸다. 이와 마찬가지로, 영국에서도 새로운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큰 극장이 아닌 265석 규모의 공연장을 선택했다. 이곳에서 두 달 정도 공연을 올려보면 영국 관객의 반응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일본, 영국 라이선스 공연 모두 논 레플리카 형식으로 진행됐다. 일본에서는 대본을 크게 수정하지 않고 공연이 진행된 반면 영국에서는 작품의 현지화를 위해 대본 수정 작업을 거쳤다고 들었다. 현지화를 할 때 어떤 부분을 신경 썼나.

문화 차이로 인해 조금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마리 퀴리가 동물 실험을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또, 안느가 직공들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기 위해 공장의 탑 위로 올라가는 장면에 대해, 관객 입장에서는 안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어 약간의 수정을 거쳤다. 문화적 차이가 있는 만큼 작품의 현지화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이 있다. 현지화를 거치면서 2막의 이야기 전개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 공연에서는 충분히 표현했던 인물 간의 관계성 등이 섬세하게 그려지지 못 했다. 현재 영국 공연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에서 불호 의견이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물론, 현지 창작진은 한국 공연을 충분히 이해한 후 현지화 작업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다만 사라 메도우스 연출이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이 있으니, 거기서 간극이 생겼다고 본다.

 

리드 프로듀서로서 영국 프로덕션을 이끌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

일단 제작 시스템이 굉장히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연습 첫날, 연습실에 무대 가세트가 설치됐다. 연출가는 연출 노트를 전부 준비해 왔고, 무대 디자이너도 무대 세트 미니어처를 만들어 와 배우들에게 무대가 어떻게 운용되는지 설명해 줬다. 이처럼 프리 프로덕션 단계가 굉장히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오디션 과정도 기억에 남는다. 2,500명 정도의 배우가 지원 서류를 냈고, 그 중 70여 명이 1차 오디션을 봤다. 2차 오디션에는 20여 명의 배우가 올라갔다. 2차 오디션까지도 마리 퀴리 역 배우를 캐스팅 하지 못해 3차 오디션까지 진행했다. 아무리 유명한 배우라도 무조건 오디션을 봐야 했는데, 그 덕에 오디션에 지원한 모든 배우들을 만나 그들의 실력을 확인하고, 대화를 나누며 꼼꼼하게 캐스팅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이번 <마리 퀴리> 영국 공연이 어떤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하나.

자체적으로 평가를 내리기보다는 객관적인 평가가 궁금해서 ‘챗GPT’에게 물어봤다. (웃음) ‘웨스트엔드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마리 퀴리>에 대한 반응이 궁금해’라고 물어보니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일부 비판도 존재합니다.’라고 대답해 주더라. 일단은 긍정적인 평가에 가깝다고 본다. 관객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고, 평단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번 영국 공연을 준비하면서 제작사도, 작품도 충분히 많은 성장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영국의 지역 극장 투어를 하거나, 작품의 규모를 조금 더 키워서 공연하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작품의 생명력을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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