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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넌 혼자가 아니야" SNS 타고 퍼지는 위로…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

글 |이솔희 사진 |에스앤코 2024-05-10 767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은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소년 에반 핸슨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같은 학교 학생 코너의 절친한 친구였다는 오해를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를 통해 사회와 집단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외로움의 정서를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 하지만 <디어 에반 핸슨>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각기 다른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일련의 사건을 겪은 후 서로를 위로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소외되고 단절된 사회 속 소통과 연대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에반 핸슨은 자신이 코너의 유일한 친구였다고 믿는 코너 부모님의 기대를 외면하지 못해 거짓말을 한다. 자신이 코너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고 말이다. 선의로 시작한 거짓말이지만,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으며 오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코너 프로젝트’다. ‘코너 프로젝트’는 코너를 추억하고, 그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다. 프로젝트의 시작과 함께, 코너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반의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퍼지면서 코너 프로젝트는 각종 SNS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한다.

 

에반과 코너 프로젝트를 향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SNS상의 관심의 물결은 무대 위에서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무대 전면에 설치된 LED 패널이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한다. 무대 세트 전체에 설치된 LED 패널만 935장에 달하는데, 공연은 이 LED 화면을 통해 빠르게 흘러가는 SNS 속 세상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물론, 공간적 배경을 구분하고, 인물의 감정을 드러낸다. 무대, 영상 등 시각적 요소는 <데스노트> <그레이트 코멧> 등의 무대를 탄생시킨 오필영 디자이너가 총괄했는데, 그의 설명에 따르면 LED 패널이 가득 채운 무대 디자인은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길을 잃고 어두운 미로 속을 헤매고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공연 중 LED 패널은 에반이 자신을 알아봐 달라고 손을 흔드는 창문이 되기도 하고, 어두웠던 에반을 밝혀주는 빛이 되기도 하고, 에반을 공격하는 창구가 되기도 하고, 변화하는 에반의 정서를 보여주는 창이 되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기능한다. “불완전한 파편들이 부유하는 검은 안개 속에서 진실의 빛을 찾아가는 에반의 정서 변화가 잘 느껴질 수 있는” 환경을 LED로 만들어낸 것이다.  

 

 

공연 중 사용되는 다양한 영상에는 늘 불안해 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에반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과 정서, 감정 표현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에 다양한 선의 요소와 컬러를 이용해 에반이 느끼는 정서를 시각화했다. 거짓과 진실로 이루어진 에반의 세상처럼, LED 패널 속 가상의 영상을 통해 에반이 살아가는 실제적인 공간을 표현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비현실적이면서도 왠지 공허해 보이는 공간 구성은 에반의 외로움과 불안정함을 한층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각종 SNS 화면 영상 역시 누군가에게 희망과 위로를 줄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공격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SNS의 이중적 면모를 반영해 표현했다.

 

LED 화면의 활약이 특히 빛을 발하는 순간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SNS를 통해 ‘코너 프로젝트’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장면이 담긴 넘버인 ‘You Will Be Found’다. 이 장면에는 실제 관객들이 사전에 촬영해 제공한 영상이 사용된다. 공연 개막 전, 무대 영상에 출연하기를 희망하는 예비 관객을 대상으로 응모를 진행한 것이다. ‘추천합니다’, ‘멋진 연설이에요’, ‘혼자가 아니야’ 등 장면 전개 상 필요한 문장을 제작사 측에서 공개하고, 관객은 이러한 멘트 리스트 중 원하는 문장을 정한 뒤 촬영해 영상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백 명이 넘는 지원자 중 50명의 영상이 선발됐다.

 

 

<디어 에반 핸슨>이 관객들에게 더욱 특별한 추억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에 해당 이벤트를 기획했다는 것이 공연 제작팀의 설명이다. 제작팀은 연령, 성별, 인종 등의 다양성을 영상에 담아낸다면 에반의 연설이 SNS를 통해 퍼져 나가는 장면이 보다 생생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듯 10대 청소년부터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응모에 참여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촬영한 참여자, 교실을 배경으로 촬영한 학생과 선생님, 한 목소리로 에반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외치는 가족, 서툰 한국어로 한 글자씩 응원 문구를 내뱉는 외국인 등 참여 형태도 다양했다. 그 중 공연에 사용된 영상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을까? 바로 ‘벅참’이다. 에반의 이야기를 듣고 감동한 사람들의 벅찬 감정이 영상을 통해 전달되길 바랐던 것이다. 그래서 참여자의 눈빛과 호흡에 ‘벅참’이 담긴 영상을 우선 선발했고, 다음으로는 에반을 향한 다양한 이들의 응원을 보여주고자 촬영 배경, 연령대 등을 다채롭게 고려하여 선발했다.

 

제작팀의 의도처럼, 해당 이벤트는 참여자에게 특별한 기억을 안겨주었다. 참여자 A씨는 “중학생 시절 사춘기로 힘들 때 삶의 용기를 준 작품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보답하자는 마음에 이벤트를 참여하게 됐다”며 “공연 관람 중 제가 촬영한 영상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의 영상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었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B씨는 “제가 공연의 일부가 된다는 게 신기했다. 공연 보는 내내 에반의 세계에 함께하는 기분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영화 <디어 에반 핸슨>을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는데, 그때 에반에게 하고 싶었던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말을 직접 전해줄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 C씨는 “많은 관객이 보는 뮤지컬에 영상으로 출연한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 영상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 촬영한 친구와 행복해 했던 기억이 난다”고, D씨는 “오랜 기간 뮤지컬을 즐겨오면서도 이렇게 색다른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영상 속에서 외친 ‘에반,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는 말이 에반에게 실제로 닿은 듯한 느낌이라 덩달아 위로 받는 기분이었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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